[고충석의 칼럼과 에세이사이] (12) 고충석 제주대학교 명예교수·전 총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 글을 쓰면서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첫 문장이 생각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제주도가 21세기 미래비전으로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한 지 16년을 맞고 있다. 하지만, 제주국제자유도시는 딱히 ‘이것이다’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저마다의 이유로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의미를 깎아내리고 이견(異見)만 분분한 실정이다.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에 이견이 많다는 건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옛날 뱃사람들의 항해를 인도했던 것은 하늘에 반짝이는 별이었다. 별이 보이지 않으면 그것은 항해에서 큰 재앙이었다. 오늘날 지역 공동체의 방향을 인도하는 것은 그 지역의 정치리더십이다. 그러한 리더십의 부재가 오늘날의 제주국제자유도시의 난맥상을 자초했다고 생각한다.

이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국제자유도시에서 자유를 뺀 국제도시로 국회에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사람, 상품,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표현까지 삭제했다. 최근 오영훈 지사까지 제주도의회 도정질문 과정에서 국제자유도시의 비전을 대신할 새로운 미래비전이 필요하다며 국제자유도시 비전을 재검토할 뜻을 비쳤다. 제주도의 일부 시민사회단체나 지식인 그룹에서는 국제자유도시를 마치 신자유주의 실험장처럼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또 일부 성장지상론자들은 견강부회 격으로 국제자유도시 추진을 위해서는 반드시 제2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사정이 이러니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제주국제자유도시가 도민들 사이에 아직도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하나의 슬로건으로만 남아 있는 느낌이다. 힘을 하나로 합치지(stick together) 못하니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이 탄력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점에서 그간의 국제자유도시는 절반의 성공도 이루지 못했다고 평가한다면 너무 야박한 평가일까? 도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도, 정치권으로부터도 신뢰를 받지 못한 제주국제자유도시는 점점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일부 인사들의 주장처럼 제주국제자유도시는 폐기되어야 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라는 브랜드를 선점하고 지켜온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문제는 어떤 이미지의 국제자유도시를 만드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가 들어간 국제자유도시는 혹자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밀수, 마약, 범죄 등이 일상적으로 노골화된 지역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세계화의 가치가 보편적 질서로 자리 잡은 곳을 말한다. 그렇다면 세계화 시대의 가치는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도시 자체가 아름답고 기능적으로 살기 편해야 한다. 모든 행정과정도 정직하게 오픈되어야 하고 돈이 없다고, 인종이 다르다고 사람 간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 음식에서 조미료에 해당하는 문화와 역사도 살아 숨 쉬어야 세계의 사람들이 찾아오고 싶은 동기가 강화된다. 간단히 말하면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 세계 표준이 잘 지켜지는 곳이 국제자유도시다. 이런 점에서 제주는 아직은 국제자유도시로 갈 길이 멀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국제자유도시를 만드는 데 오랜 세월이 소요된다는 것은 도시역사가 말해준다.

우리나라 산업정책의 시각으로 보면 제주국제자유도시는 산업구조 형성정책의 하나로 추진된 것이다.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 때도 영국의 홍콩 조차기간이 끝나 홍콩이 중공으로 반환되면, 홍콩이 해왔던 산업적 역할을 제주도가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가 제주를 자유항 등 국제자유도시로 추진할 구상을 했지만, 현실로 옮기지는 못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제주도의 산업구조는 관광과 1차 산업 중심으로 형성된 단순 구조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 구축은 이러한 단순 산업구조를 고도화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거기에는 국가적 관점에서 개방화 등 세계적 추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지역적 관점에서는 감귤 중심의 1차 산업과 내국인 위주의 관광산업을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코자 하는 의도가 깔려있다. 이러한 의도는 곧 입법으로 구체화하였다. 제주 자유도시 구상을 담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 2006년 2월) 제정이 그것이다. 당시 새롭게 출범한 노무현 정부가 특히 강조한 것은 제주도를 국가발전 전략의 거점도시로 삼고, 제주도에만 유일하게 사람, 상품, 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활동의 편의를 보장할 수 있는 특례적 지위(special Status)를 부여했다는 사실이다. 여타 광역 시도에는 없는 특례조항을 제주특별법에 담았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기준에서 보면 상당히 파격적이다. 이 특례가 제주국제자유도시 도시 조성을 위한 핵심적인 제도적 근거로 작용했다. 내용을 몇 가지 소개해보자면 투자진흥지구 제도 활용, 부동산 영주권 제도 활용, 무비자 입국 확대, 영어교육 도시 조성, 등록세율 조정권 활용, 시내면세점 설치·운영. 인허가 의제 처리를 포함한 개발사업 승인 제도 시행 등 10가지가 넘는다. 자치분권 차원에서 그 내용은 형식적인 측면이 많지만 확대되었고 7개의 특별행정기관이 제주도로 이양되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할 기관으로써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를 설립하고 그 운영 재원은 공항 내국인 면세점 수입을 근간으로 삼도록 했다.
  
어떻든 제주국제자유도시가 출범한 지 16년이 흘렀다. 여기에는 공과가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해 도입된 특례조항이 그 조성에 선순환으로만 작용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특례조항이 오남용되고 확대 적용되는 경우도 빈번해서 역기능적인 결과도 초래했다. 이것을 규명하는 작업은 매우 힘들어 여기서 논할 성질은 아니다. 단지 여기서는 국제자유도시의 고전적 명제인 ‘사람, 자본, 상품’이 제주도에 어느 정도 유입되었느냐를 가지고 단순하게 그 성과를 평가해보자. 특히 그중에서도 외국인과 외국자본의 제주도 유입 정도에 주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정도의 단서만으로도 제주국제자유도시의 미래를 조망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의 경우는 제조업이 거의 없는 제주도 산업 구조상 그 유의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 그나마 내국인면세점이나 이마트 등 대형 쇼핑센터 등이 있어 입도 외국인에게 상품 유통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국제물류 문제 등의 유통 문제만 잘 해결된다면 제주도의 농·축·수산물도 외국시장에 의미 있는 진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자본과 외국 관광객 입도객 수를 기준으로 그 현황을 일별해보자.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드 사태 이전까지는 제주의 주요 경제성장은 중국의 대(對) 제주 투자 증가와 중국인 관광객 수요 증가에 크게 힘입은 바 크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가 출범한 2002년을 전후해 연평균 200만 달러에 그쳤던 외국인 직접투자가 엄청나게 불어 2013~2017년에는 연평균 2억 39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참고로 2008~2017년 기간 동안 16개 시도의 외국인 직접투자 연평균 증가율이 4.8%인데 반해 제주는 48.4%로 가장 높았고 울산(30. %) 충남(20.4%)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제주의 연평균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은 대부분 중국인 투자가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국제자유도시가 출범한 2006년부터 입도 관광객 수도 꾸준히 증가했고 코로나19 범유행의 영향으로 전체 국민의 이동 자유가 크게 제한된 2020년에도 입도 관광객 수는 1000만명을 유지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인 관광객 수가 2019년에 1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외국인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3%에 달했다. 중국의 대(對) 제주 투자도 토지를 중심으로 점차 확대되었다. 2013년 기준 지역 내 외국인 토지 점유는 총 1662만6886㎡이며 그중 중국인 점유는 833만8532㎡로 50.2%에 해당한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외국인 투자총액의 75.6%에 달한다. 

이러한 점으로 보면 사드 사태로 인한 한한령(한류 금지)이 본격화되기 이전까지는 제주도의 국제화는 곧 중국화였다. 외국인 투자 및 입도 관광객 중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 측면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2012년부터 시행된 제2차 종합계획에도 제주의 국제화는 중국을 타깃으로 해야 한다는 전제가 암암리에 내포되어 있다. 어떤 지역이든 그 지역의 경제가 특정한 국가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많은 문제점이 수반되어서 지속‧예측 가능한 경제구조가 체질화될 수 없다. 통치자의 말 한마디로 한한령이 발동되는 나라와는 건전한 인적 교류도 자본 투자도 곤란하다. 역사는 기본권과 자유의 꾸준한 신장의 역사인데 이에 역행하는 나라와는 진정한 교류가 불가능하다. 최근 중국이 홍콩과 대만에 취하는 폭압적 조치는 중국과의 교류가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중국 자본은 투자진흥지구나 의제 처리 조항, 부동산 영주권 제도 등을 잘 활용해서 대형카지노를 포함한 엄청난 대규모 개발 사업권을 따냈다. 내가 늘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런 입지에 이러한 사업권 허가가 어떻게 가능했나 하는 것이다. 혹 중국 자본을 뒷받침해주는 부패한 세력들이 있었지 않았는가 하는 의구심도 가져본다. 만약에 앞으로 신화역사공원이나 드림타워 같은 대규모 사업이 몇 개 더 생긴다면 제주도의 중국화는 가속화되고 제주의 풀뿌리 경제는 전부 여기로 빨려들어 초토화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최근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중국 자본의 호주 침투과정을 분석한 책(글리 이브 해밀턴, 『중국의 조용한 침공』, 2021 세종서적)을 재미있게 읽었다. 중국 자본이 호주지역의 정·관·언론·시민사회 인사들을 뇌물 등으로 부패·포획하는 과정을 예리하게 분석한 책이다. 중국 자본과 관련하여 이 책이 제주에 주는 함의도 곱씹어 볼 만하다. 그리고 그간 중국 자본과 중국 관광객이 제주로 몰려왔어도 제주의 풀뿌리 경제에 선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중국 관광객이 홍수처럼 밀려왔지만, 제주는 여전히 16개 시도 중 1인당 국민소득 면에서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른바 중국 특유의 폐쇄적인 가두리 관광방식이 그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오는 중국 관광객은 중국 자본이 세운 식당, 호텔, 쇼핑센터, 토산품 점 등만을 제한적으로 이용하니 제주경제에 떨어지는 이득이 별로 없다. 제주도 소재 카지노에 오는 중국 도박꾼들도 중국 편향적인 가두리 틀 안에서 돈을 쓰고 갈 것이다. 이런 틀은 중국이 제3세계 국가의 도로·항만 등 기간 산업 건설에 투자하는 일대일로 사업에서도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세계 곳곳에서 중국 자본은 물론 중국 관광객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다.

중국인에게는 땅을 팔길 거부하는 나라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중국의 국내법에 따르면 땅은 소유할 수 없고 단지 땅에 대한 관리권만 가질 수 있다. 중국의 법 제도가 이러니 상호주의 입각해서 중국 자본도 제주 땅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단지 관리권만 부여해야 한다. 백보 양보해서 중국인이 제주의 토지를 소유할 수 있는 경우에도 그 면적을 상당한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 중국 관광객이 없으면 제주관광은 다 죽을 것처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공포는 관념적으로 다가올 때 더 무서운 법이다. 실상 사드, 코로나19 범유행 과정에서 중국 관광객은 급감했다. 하지만 제주공항은 여전히 발 디딜 틈이 없는 상황이다.

이제 제주국제자유도시의 국제화 방향은 명약관화해진 셈이다. 제주의 국제화에 있어 중국에 대한 비중을 상대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을 함의한다. 이를 위한 정책적 유도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대신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를 포함한 서남아시아 국가 및 일본, 아랍의 부호들의 제주도 관광을 활성화하고 그들의 투자도 폭발적으로 견인해내야 한다. 

역사적으로 고찰해보면 일본, 한국, 대만, 중국에 이어 동남아와 인도로 아시아 산업화와 경제발전이 확산하고 있다. 10여 년 전 중국이 1인당 평균소득 5000달러 구간에 진입했듯이 동남아도 고도 성장기를 맞고 있다. 인구 규모도 경제발전에 무시할 수 없는데 2020~2040년 사이 중국의 16~60살 인구가 1억 1400만명 감소하는 반면, 인도는 1억 6200만명, 파키스탄 6400만명, 인도네시아 2600만명, 필리핀은 1900만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마디로 한·중·일 동북아 국가들이 노령화되는 사이 동남아와 인도는 젊은 아시아로 잠재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의 산업적 부상이 제주도 관광산업에 새로운 포지셔닝을 요구했듯 이제 인도, 동남아의 부상이 제주도 관광정책에 새로운 포지셔닝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오영훈 지사가 서남아시아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표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포르투갈 마데이라섬의 문샬공항. 자연 지형을 이용해 다리(교량) 공법으로 활주로를 만들어 세계적인 공항이 된 곳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포르투갈 마데이라섬의 문샬공항. 자연 지형을 이용해 다리(교량) 공법으로 활주로를 만들어 세계적인 공항이 된 곳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끝으로 자치권 확대와 관련해 하나만 지적하려고 한다. 중앙정부는 자치분권의 제도적 상징으로 5000개에 달하는 권한을 제주도에 이양했다고 자랑한다. 이런 권한 이행이 제주의 사회·경제·행정에 미친 영향을 엄격하게 분석도 하지 않고 생색만 내는 것은 참 유치한 발상이다. 권한이 이양되면 거기에 따른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그런 작업도 없이 단순히 자투리 권한을 부여한 것 자체만 가지고는 진정한 분권화라 말할 수 없다.

권한을 받아오려면 제대로 된 덩어리 권한을 이양받아야 한다. 예컨대 포르투갈의 마데이라, 아조레스나 태국의 파타야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이 지역에서는 국세인 부가가치세를 지방세화하고 국가가 징수한 부가세 총액을 해당 지역으로 돌려준다. 또 말레이시아 랑카위섬처럼 제주도 전체지역을 면세화해야 명실상부한 제주특별자치도의 면모를 가질 수 있다.

법과 제도도 진화한다. 특례조항을 포함한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은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상존한다. 시대착오적인 조항들은 수정·보완하고 그 내용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현재 강원도나 경기도도 특별자치도를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특히 이들 자치단체가 부러워하는 것은 제주특별법에 규정된 특례조항으로 이를 중앙정부로부터 쟁취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지방자치만큼 창의력이 요구되는 정치제도도 없다. 특별법 특례를 잘 활용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유발할 수 있다. 예컨대 과거 우근민 지사가 특례조항에 있는 등록세율 조정 제도를 창의적으로 잘 활용해 1000억원 이상의 세외수입을 거두었던 예가 있다. 전국의 렌터카 주소를 제주도로 옮길 경우 그 등록세율을 인하해주었다. 요새 거론되는 가칭 환경개선기여금을 특례조항 속에 추가하는 방안도 한번 고려해볼 만하다. 이 제도는 기여금 형태가 아니고 세계가 인정하는 환경 보물섬인 제주 입도 관광객에게 부과하는 입장료 성격의 분담금 형태라야 한다. 환경개선금은 공급 측면이 아니라 입도 관광객의 수요를 통제하는 수요관리 측면에서 접근해야 타 자치단체와의 형평성 문제도 우회할 수 있다. 일찍이 고(故) 신철주 군수가 당시 우도를 해양공원으로 지정하고 입도세를 부과한 것은 혁신적인 사례다. 하지만 입도세로 거둬들인 재원을 우도의 환경개선에 쓰지 않고 제주도의 일반회계로 편입시킨 것은 신 군수의 유지를 배반한 처사다. 어떻든 특례사항을 포함 특별법 전반에 대한 명과 암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제주국제자유도시라는 개념도 그 내용을 새롭게 정리할 때가 왔다. 그간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정치, 경제, 문화, 기술 등의 환경도 많이 변했다. 그래서 그 개념도 새롭게 정의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21세기는 디지털 글로벌화 시대이다.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의 전통적인 흐름에만 의존하지 말고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흐름에 선도적으로 편승해야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그간 간헐적으로 논의되었던 블록체인 특구나 역외금융 특구를 탐색해봐야 한다. 그야말로 제주의 여건에 적합하고 제주의 장점을 잘 살리면서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사업적 의제 발굴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흐름, 탄소 중립이라는 기후위기, 힐링의 섬, 세계 최고의 청정지역, 인권과 평화 등 이러한 개념이 내포된 제주국제자유도시를 고민하고 그것을 제주의 산업적 기반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현재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오일 가스 감축을 최대의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에 조응하여 제주국제자유도시가 ‘Clean and green International Jeju’의 비전과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면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새로운 산업의 태동도 가능할 것이다. / 고충석 제주대 명예교수, 전 총장


고충석은?
 
現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제7대 제주대학교 총장, 제주국제대학교 초대 총장, 제주발전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제주를 대표하는 원로학자로서 칼럼과 에세이를 넘나드는 노마지지(老馬之智)의 조언을 격주로 싣는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