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제주와 자치 이야기] (20) 최대의 자치권 확보 포기하면 안돼

제주도민의 입장에서는 2024년 총선에서 제주의 미래 비전에 관한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필요가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민의 입장에서는 2024년 총선에서 제주의 미래 비전에 관한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필요가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24년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인구가 많이 늘었거나 줄어든 지역의 경우에는, 국회의원 정수를 둘러싸고 논의가 많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에는 3명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에 변동이 없을 것이다. 

이번에도 선거제도를 둘러싸고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지금 정치권 분위기를 보면 지역구 선거는 기존의 소선거구제 방식을 유지하는 것으로 정리되는 듯하다. 

현재의 쟁점은 ① 2020년 총선 당시에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방식(정당득표율에 비례한 의석의 50% 정도를 보장하는 방식)을 유지하면서 지난번에 문제가 된 위성정당 방지조항을 두는 방안으로 할 것인지, ② 아니면 과거의 병립형 방식으로 퇴행할 것인지 정도로 좁혀지는 분위기이다. 

현재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미흡한 점들이 있더라도 ‘표의 등가성’, 즉 비례성을 과거보다 높일 수 있는 방안이고 다당제 구조로 나아가는 방향이다. 위성정당은 만들지 못하도록 법에서 명시하면 된다. 이를 과거로 퇴행시키는 것은 명백한 ‘정치개혁의 후퇴’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선거제도 논의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론이 날 지에 대해 관심이 필요하다. 

제주에서 필요한 논의

다른 한편, 제주도민의 입장에서는 2024년 총선에서 제주의 미래 비전에 관한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필요가 있다. 특히 강원, 전북이 특별자치도로 전환되는 등 특별자치를 둘러싼 환경이 급속히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제주특별자치도는 어떤 방향으로 ‘특별자치’를 계속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미래 비전이 필요한 것이다. 

필자는 최초의 특별자치도로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가 ‘대한민국의 지방분권을 선도’하고,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당시에 표방했던 ‘연방제 국가의 주(州) 수준으로 자치권을 확대’하는 것을 미래 비전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전체의 지방분권에 기여하는 길이기도 하고,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 취지를 실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제주도민들의 자기결정권을 확대하고, 제주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현행 헌법의 틀 내에서 최대수준의 자치권 확보 필요

좀 더 구체적으로 제안한다면, 현행 헌법의 틀 내에서 실현 가능한 최대수준의 자치권을 확보하고, 향후 지방분권 헌법개정의 기반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 대해 제주 내에서 논의가 일어나고, 각 정당과 후보자들이 입장을 밝히면 좋을 것이다. 

현행 헌법의 틀 내에서 실현 가능한 최대수준의 자치권을 확보한다고 했을 때, 당장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국가공무원인 행정부지사를 지방직으로 돌리고, 제주도의회의 동의를 얻어 도지사가 임명하는 것으로 할 수 있다. 특별자치를 한다면서 도청의 ‘넘버2’를 행정안전부 공무원이 순환 근무하는 형태로 유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현재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으로 되어 있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도 제주특별자치도 소속으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제주도민의 통제를 받는 기관이 될 수 있다. 기관의 민주성과 투명성, 책임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별도로 논의하면 된다. 

현재 개별적인 권한 이양 방식으로 되어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을 포괄적인 이양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일들은 현행 헌법의 틀 내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것들이다. 

기초지방자치단체 부활 문제도 마찬가지다. 기초지방자치단체를 부활하든 행정시장을 직선제로 하든, 어차피 2024년 총선 이후에 새롭게 구성될 국회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내년 총선에서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여기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실현 방안과 설득 논리도 함께 논의돼야 

입장을 밝히는 것과 함께 필요한 것은 ‘실현 방안’이다. 앞에서 언급한 의제들이 그동안 전혀 논의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왜 ‘제주특별자치도만(또는 제주특별자치도를) 그렇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를 설득하고, 중앙정부를 설득하려고 해도 그렇다. 

여기에 대한 답은 ‘대한민국의 지방분권 모델을 제주가 선도한다’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 취지에 있다. ‘연방제 국가의 주 수준의 자치권을 보장한다’는 출범 당시의 약속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가 현행 헌법의 틀 내에서 최대한의 자치권을 보장받는 것은, 다른 지역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이후에도 계속될 헌법개정 논의에서, 제주의 경험이 지방분권 분야 논의의 할 때면 부딪히는 벽이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지방분권을 해 본 경험이 없다 보니, ‘지방에 권한을 주면 안 된다’는 반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제주특별자치도가 최대한의 자치권을 확보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경험을 갖는 것은 지방분권을 원하는 다른 지역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필자가 얘기한 논리 이외에도 다른 논리들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최소한 제주에서 ‘특별자치’에 관한 입장을 밝히는 정당과 후보자라면 자기 나름대로의 비전과 실현 방안, 설득 논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논의가 이뤄지는 2024년 총선이 되기를 기대한다. 


#하승수

1992년 공인회계사 시험, 1995년 사법고시까지 합격한 엘리트지만,  정작 그는 편한 길을 택하지 않았다. 변호사 일을 하면서 참여연대 실행위원과 납세자운동본부 실행위원장,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 시민운동가로서의 삶을 살았다.

2006년부터 약 4년간 국립 제주대학교 법학부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이후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을 맡으며 시민운동에 매진했다. 2012년 녹색당 창당에도 참여했다.

지금은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와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에서 풀뿌리 지방자치를 향한 '하승수, 제주와 자치이야기'를 매월 한차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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