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의 다른 내일 (9) - 성장 마인드셋과 문제해결 의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편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붉은 여왕은 엘리스와 함께 나무가 울창한 벌판을 달려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앨리스는 아무리 달려도 같은 나무 아래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붉은 여왕에게 물었다. “열심히 뛰고 있는데, 왜 계속 같은 나무 아래에 있죠?”. 붉은 여왕은 “거울 나라에선 제자리에 머무르려면, 최선을 다해 달려야 해. 나무를 벗어나려면, 두 배는 빨리 달려야지.”라고 답한다. 거울 나라에서는 물체가 움직이면, 그 주변이 함께 움직인다. 쉬지 않고 움직여도 결국 제자리이다. 

달리고 있는 붉은 여왕과 앨리스. (출처: image creator from microsoft designer)
달리고 있는 붉은 여왕과 앨리스. (출처: image creator from microsoft designer)

적자생존의 환경에서, 진화가 느린 생명체가 소멸하는 현상을 ‘붉은 여왕 가설’이라 부른다. 끊임 없이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기업 환경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인류에게 변화와 혁신은 숙명과도 같다. 지금보다 더 나은 발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결국 도태되어 사라진다.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계속해 밀어 올려야 하는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적절한 고통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마라톤 경기 (출처: 제주의소리)
아름다운 마라톤 경기 (출처: 제주의소리)

끊임없이 달린다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다. 그러나 달리는 게 행복한 사람들이 있다. 30분 이상 달리기를 지속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기분이 상쾌해진다. 이를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부른다. 달리기 고통을 이기기 위해, 뇌는 행복감과 기분전환을 만드는 엔돌핀 호르몬을 분비한다. 달리기 목표를 달성하면,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된다. 달리는 자체는 고통이나, 30분 이상의 성취를 만든 사람에게는 행복이다. 인간이 성공적인 수렵 생활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인간은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낀다. 여키스(Yerkes)와 도슨(Dodson)은 적절한 스트레스가 높은 성과를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매슬로우는 인간의 높은 단계의 욕구들을 ‘성장 욕구’로 구분하였다. 한계를 극복하는 성장에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매슬로우(Maslow)에 영향을 받은 칙센트미하이(Csikszentmihalyi)는 ‘몰입’을 연구한다. 인간은 적절한 난이도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강한 행복감을 느낀다. 효율적이고 창조적인 혁신을 만들어 가는 원동력이다. 

안전지대에 머무르면, 성장할 수 없다

변화와 혁신이 성장을 만들어 내려면, 우선 두려움에 맞설 수 있어야 한다. 주디스 바드윅 (Judith Bardwick)은 성장 과정을 ‘안전지대 – 두려움지대 – 학습지대 – 성장지대’ 4단계로 설명하였다. 안전지대는 익숙하고 편안함 속에 있는 상태이다.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려면 두려움 지대를 만난다. 자신감이 부족해지고, 다른 사람 의견에 휩쓸리거나, 불확실한 도전을 피할 핑계거리를 찾으려 한다. 이 두려움을 극복해야, 비로소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학습지대로 진입할 수 있다. 학습지대에서 기존의 지식을 배우고 나서야, 창조적인 성장지대로 나아간다.

그렇다면, 두려움 지대를 거치지 않고, 바로 학습지대와 성장지대로 나아갈 수는 없을까? 심리학자들은 변화가 인간의 숙명이듯이, 두려움과 실패도 필연적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인간의 뇌는 고통 속에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인간 역량의 성장 비밀 - 신경가소성

인간의 뇌는 환경에 따라 필요한 역량과 기능은 강화시키고, 불필요한 역량은 퇴화시킨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 맞추어 최적의 능력을 개발해간다. 인간의 뇌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다. 한 신경세포는 1,000개 이상의 시냅스(synapse)를 통해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된다. 1,000억 개의 신경세포와 100조 개의 시냅스가 주고받는 신호로 모든 생명 활동을 조절한다. 

시냅스가 신호를 주고 받는 연결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경험과 자극으로 새로운 신경세포와 시냅스가 형성된다. 시행착오와 연습을 반복하면, 시냅스 연결이 강화되어 신호전달이 빨라진다. 그 결과 능력이 향상된다. 사용이 적어지면 연결이 약화되고, 능력도 퇴화한다. 이렇게 환경, 경험, 학습에 따라 뇌의 회로를 변화시키는 성질을 신경가소성(神經可塑性, neuro-plasticity)이라고 부른다. 

근육은 쓰면 쓸수록 강화된다. 같은 원리로 인간의 뇌도 강화된다. 두뇌 역량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다. 근육이 강화되려면 고통이 수반되듯 뇌의 역량이 강화되는 과정에서도 실패와 어려움이 수반된다. 

선천적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와 의지

신경가소성은 후천적인 환경, 경험, 노력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타고난 유전자, 재능, 지능이 일의 성과나 사람의 성공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스탠포드대 교수인 캐럴 드웩(Carol Dweck)은 재능과 노력에 대한 믿음에 따라 사람의 성공과 행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연구하였다. 선천적인 재능과 역량이 중요하고, 이것은 변화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고정 마인드셋이라고 한다. 후천적인 노력으로 재능과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성장 마인드셋이라 부른다. 연구 결과,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이 성장, 성공, 행복에 이르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 

 

캐럴 드웩의 책, 마인드셋 (출처: 알라딘)
캐럴 드웩의 책, 마인드셋 (출처: 알라딘)

성장 마인드셋이 선천적인 재능의 중요성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같은 시간을 공부하더라도, 선천적인 재능에 따라 성과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사람도 두려움지대에서 실패, 어려움, 미숙함을 경험한다. 고정 마인드셋의 사람은 실패의 순간, 자신이 재능이 없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회복탄력성이 낮아지며, 어려움 앞에서 포기하기 일쑤다. 고정 마인드셋은 두려움지대에서 학습지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안전지대로 퇴행하게 만든다.

타고난 재능은 완성된 역량이 아니라 잠재력이다. 이 잠재력이 실제 역량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실패, 고난, 어려움을 이겨내는 의지력이 필요하다. 의지력은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성장마인드셋이 있어야 인간은 평범함을 넘어서서 탁월함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자기 만족을 위한 권력의지 VS 문제 해결을 위한 권력의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철학과 종교에서 ‘고난’과 ‘극기’를 중요하게 다룬다. ‘의지’는 변화와 창조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매슬로우는 높은 단계의 권력의지와 낮은 단계의 권력의지를 구분하였다. 매슬로우는 낮은 단계의 권력의지를 매우 경계하였다. ‘애써 권력을 쥐려 하는 사람은 권력을 쥐지 말아야 할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사람이 리더가 되면, 주어지는 과업이나 직무는 잊어버리고, 남을 억누르고, 자기 과시, 자기 만족, 이기적 목적을 위해 권력을 활용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높은 단계의 권력의지의 특징은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의미한다. 공동체 과제와 문제를 잘 해결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한다. 매슬로우는 문제 중심적인 높은 단계 권력의지는 나쁜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멋진 것이라고 했다. 

문제해결 의지는 탁월한 인재들과의 협력을 만든다

문제해결 의지를 가진 좋은 리더는 좋은 추종자이기도 하다. 자신보다 문제를 잘 해결할 적임자를 발견하면 기꺼이 그를 따르기 때문이다. 좋은 리더는 권력을 나누는 것에 익숙하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성과 역량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기능별 적임자를 찾아내고, 그에게 책임과 권력을 부여한다. 또한 좋은 리더는 다른 사람의 성장과 자기실현을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문제해결 의지는 ‘한 명의 장군으로 움직이는 군대가 아닌, 모든 병사가 장군이 되는 군대’를 만들려고 한다. 

혁신하는 사회는 치열한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라이트형제가 날린 최초의 동력 비행기. (출처: 위키백과)
라이트형제가 날린 최초의 동력 비행기. (출처: 위키백과)

세계 최초의 동력 비행기를 제작한 윌버 라이트와 오빌 라이트 형제는 문제 해결 의지가 매우 뛰어났다. 윌버와 오빌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고, 기업이나 기관 소속의 과학자도 아니었다. 재력도 충분하지 않았다.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면서 동력비행기를 연구했다. 라이트형제가 열악한 환경에도 동력비행기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활발한 토론이었다. 두 사람은 평소 비행기와 관련해서는 고성이 오갈 만큼 치열하게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이 싸우는 것으로 오해할 정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격렬한 분위기였는지 짐작할 만 하다. 이같은 토론의 과정은 영감의 원천이었다. 전투적인 논쟁에도 불구하고, 형제로서의 우애와 신뢰도 상실하지 않았다. 문제해결이라는 토론의 목적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미래의 정답은 알 수 없다. 명확한 정답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 현재일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문제와 장애물을 해결해야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 문제와 장애물을 인정하고 드러내는 것이 변화와 혁신의 시작이다. 혁신적인 사회는 치열한 논쟁이 있는 사회다. 치열한 논쟁 없이 문제해결은 없으며, 문제해결 없이는 더 나은 내일은 없다. 

성장 마인드셋은 나무의 잎에 해당

창조적이고 협력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 (출처: 필자)
창조적이고 협력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 (출처: 필자)

건강한 나무는 더 높은 곳에 풍성한 이파리를 만들고, 햇살을 만나 광합성이라는 생산적인 활동을 한다. 창조적이고 협력적인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성장 마인드셋을 강화함으로써 새로운 지식과 역량을 발전시켜 나간다. 

창조적이고 협력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물질적 안정, 안정형 애착, 사회적 자본, 메타인지에 이어 성장에 대한 의지와 믿음이 필요하다. 물질적 안정은 새로운 도전의 출발점이다. 열악한 환경이 주는 과도한 스트레스는 혁신의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따뜻한 관계가 주는 응원과 지지를 통해 두려움의 지대를 넘어설 힘을 얻는다. 메타인지는 자신의 역량에 맞는 적절한 목표와 과제를 통해 몰입감을 증대시킨다. 각각의 구성요소들의 선순환 과정이 창조적이고 협력적인 인간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 글쓴이 김종현은?

김종현의 이력은 다채롭다. 다채롭지만 맥락이 있다. 제주의 미래가치에 기여하는 것이 소명이라는 그답게, 그의 행보에는 ‘제주의 더 나은 내일’이라는 일관성이 엿보인다.
제주에서 나고 자라 천주교 사제가 꿈이던 그는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인터넷포털 ‘Daum’에 입사해 검색 비즈니스팀장을 지내다 2003년 Daum의 제주 이전 실무 책임자가 돼 고향으로 돌아왔고,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로 이직, 넥슨 관계사들의 제주 이전과 사회공헌을 담당하였다.
사회적기업 섬이다(閃異多)를 창업, ‘닐모리동동’, ‘우유부단’, ‘제주관덕정분식’ 등 제주가치에 기반한 창의적인 로컬푸드 브랜드들을 만들었다. 이후 청년들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는 ‘제주더큰내일센터’를 기획, 초대 센터장으로 근무하였다.
현재 그는 사회적기업 섬이다의 대표이사로, 도시재생 로컬크리에이터, 청년활동 등 다양한 혁신 산업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종현의 '다른 내일']

1. 서론 : 복잡적응계에서 혁신을 만드는 과정

김종현의 '다른 내일' (1) 정답은 없다. 그러나 정답을 찾는 방법은 있다. 
김종현의 '다른 내일' (2) 영웅은 없다. 다양하고 똑똑한 우리가 있다.
김종현의 '다른 내일' (3) 무질서에서 떠오르는 새로운 질서

2. 창조적인 사람, 혁신적인 사회

김종현의 ‘다른 내일’ (4) 통합적인 돌봄은 혁신적인 사회의 출발점 
김종현의 ‘다른 내일’ (5) 자기와 타인에 대한 신뢰를 만드는 ‘애착’
김종현의 '다른 내일' (6) 애착과 사회적 자본의 선순환 구조
김종현의 '다른 내일' (7) 애착은 뿌리, 물질적 지원은 흙, 사회적 자본은 자양분
김종현의 '다른 내일' (8) 무지는 지식보다 더 확신을 가지게 한다
김종현의 다른 내일 (9) - 성장 마인드셋과 문제해결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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