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흥순 제주 첫 개인전 ‘기억 샤워 바다’ 9월 16일부터 4.3평화기념관
4.3 겪은 故 김동일 유품 재구성...개막식서는 런웨이 등 컬렉션 소개
<비념>, <다음인생> 등으로 제주4.3을 예술로 기억해온 시각예술작가 겸 영화감독 임흥순. 그의 제주 첫 개인전이 9월 16일부터 3개월간 4.3평화기념관에서 열린다. 재일제주인 故 김동일 할머니의 유품 2000여점을 재구성한 ‘기억 샤워 바다’다.
‘기억 샤워 바다’는 임흥순과 김동일의 만남에서 시작한다. 주최 측에 따르면, 김동일은 항일운동가의 자손이며 제주4.3 당시 연락책으로 활동했다. 1950년대 후반 일본으로 건너가 2017년 눈을 감았다. 그는 평생 다양한 색과 디자인의 옷을 수집하고 엄청난 양의 뜨개를 남겼다. 임흥순은 2015년 도쿄에 있는 김동일의 집을 방문했다. 당시 임흥순은 “집 안이 온통 정리되지 않은 물건과 옷으로 쌓여있었다. 감당할 수 없었던 경험과 기억들이 흐트러져 있고 정리할 수 없는 역사를 쌓아놓은, 혹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라고 기억한 바 있다.
2000점에 달하는 유품은 유족의 동의를 얻은 후 2017년 임흥순 작가의 MMCA 현대차 시리즈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 믿음, 신념, 사랑, 배신, 증오, 공포, 유령’에서 소개했다. 임흥순 작가는 전시 이후 6년간 유품을 보관해왔고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세상에 공개한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기억 샤워 바다’에 앞선 워크숍 ‘고치글라 Run with Me’를 통해, 김동일 할머니의 유품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했다. 워크숍은 올해 6월부터 3개월 동안 제주, 서울, 성남, 전주, 부안, 부산,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다.
4.3유족, 예술가, 활동가, 오사카 재일교포, 학생, 할머니 등 다양한 삶의 배경을 가진 참가자들은 김동일의 유품 중 1000여벌의 옷을 각자의 방식으로 수선했다. 이렇게 재탄생한 옷은 9월 16일 전시 개막식에서 런웨이로 소개한다. 런웨이 장소인 로비에는 김동일이 평생 떠온 뜨개 132개를 활용해 만든 ‘등대’를 설치한다.
전시 ‘기억 샤워 바다’는 총 세 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임흥순 감독의 신작 영상 ‘바다’도 상영한다. ‘바다’는 시인 김시종, 축구선수 안영학, 큐레이터 히비노 민용 등 3세대까지 아우르는 재일 조선·한국인들을 담았다.
김동일 할머니의 옷을 재창작한 과정도 소개하면서, 관람객들이 직접 옷을 선택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억하는 기회도 마련한다. 제주, 여수, 광주, 파주 DMZ, 베트남,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 비행장의 대합실 등의 공간을 사진과 영상으로 소개하면서 ‘분단, 난민, 실향, 전쟁, 분쟁’ 등의 가치도 관객과 공유한다.
전시 연계 행사도 다양하게 마련한다.
9월 17일(일) 오후 3시에는 임흥순 작가와의 대화를 진행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시니어 큐레이터 강수정, 요코하마미술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이자 <바다>에 출연한 히비노 민용이 함께 한다.
10월 6일(금) 오후 2시에는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소와 함께 학술 심포지엄 ‘기억, 연결, 연대’를 진행한다. 11월 11일(토) 오후 2시에는 강정 평화활동가 최성희, 기후평화행진 기획자 엄문희, 월정리 해녀 김은아, 성산의 조류 관찰자 김예원, 채식과 동물권 표현자 임지인이 참여해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말의 바다’를 연다. 임흥순과 윤여일 작가(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교수)가 공동 기획했다.
‘기억 샤워 바다’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공예술사업으로 선정된 ‘메모리얼 샤워 MEMORIAL SHOWER’ 프로젝트의 연계 전시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간 수행하는 프로젝트는 내년 출판과 영상 작업을 비롯해 김동일의 옷을 나눈 참여자들의 모습을 담은 메타버스까지 계획하고 있다.
전시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월 첫째·셋째 월요일은 쉰다. 관람료는 무료다.
문의 : www.memorialshower.com
‘기억 샤워 바다’ 전시장 모습 / 이하 사진=임흥순
워크숍 '고치글라 Run with Me'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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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 '고치글라 Run with Me'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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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 '고치글라 Run with Me'를 통해 재탄생한 고 김동일 할머니의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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