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원도심, 관덕로에 위치한 스튜디오126은 9월 12일부터 10월 5일까지 미술 작가 문창배, 조기섭, 김현성 3인전 ‘응집된 찰나’를 개최한다.
스튜디오126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후원하는 예비전속작가제에 선정돼 조기섭 작가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이번 전시는 예비전속작가제 사업의 일환으로 스튜디오126이 기획했다. 출품작은 회화, 설치 등 모두 20여점이다.
전시 소개에 따르면, 참여 작가 3인은 각자의 응집된 찰나를 제시한다. 역설적이게도 극히 짧은 순간을 뜻하는 찰나에는 다양한 층위의 서사가 깃들어있으며 여기에는 작가로서 수행한 인고의 시간과 행위가 포함된다.
인간이 규정해 놓은 다양한 경계가 허물어지고, 이미지의 범람이 가속화되는 사회에서, 이들은 반대로 작품에 녹여낸 시간성을 강조하고 예술가가 견지해야 할 태도를 묵묵히 수행하며 예술이 지닌 근본에 대해 사유할 수 있도록 이끈다. 손의 수고로움을 자처해 축적된 시간은 하나로 응축돼 우리와 마주한다. 다시 말해, 이들이 제시한 서사적 찰나는 응집된 삶을 다루면서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게끔 한다.
자세한 사항은 스튜디오126 인스타그램 계정( www.instagram.com/studio126_jeju )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시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9월 14일, 일요일, 추석 연휴는 쉰다.
스튜디오126
제주시 관덕로 14-4
/ 이하 사진=스튜디오126
일상에 얽힌 삶에는 사유의 시간이 그리워진다. 사유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개인이 소생시키는 관념의 풍경에게도 그 가치를 부여하고자 하는 실천이다. 사유가 없는 삶은 초라하다. 사유란 나로부터 타인까지, 그리고 우리들에게 진정으로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게 해주는 소통이다.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자기 스스로가 실현하는 예술 행위에 다름 아니다. 사유는 존재의 관념을 빛나게 한다. 사유는 예술의 방향성을 결정할 길을 알려준다. 그러나 사유의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되고 나로부터 끝난다. 그러나 사유의 결과물은 타인을 위해, 사회를 위해, 그리고 대중을 위해 남겨진다. - 문창배
문창배, 섬 이야기, 캔버스에 유채, 132.5x164.2cm, 2023
문창배, 시간-이미지, 캔버스에 아크릴릭, 스크래치, 45.5x65.0cm, 2021
호분(흰색)과 은분만으로 표현된 그림은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붓질이 표면 위에서 흐놀 듯이 유영하며, 형상은 돌출과 퇴보를 반복한다. 그림의 표면을 갈아내는 샌딩 작업은 모든 것을 ‘없음’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다. 예민하게 갈아낸 흔적 아래로 이전에 그렸던 형상이 남아 있다. 은분과 호분만을 재료로 삼아 화면 가득 채우는 작품은 재료의 특성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빛의 반사 효과가 빛의 조도, 관객의 동선 등 그림을 둘러싼 주변 환경과 교류 혹은 반사하며 확장해 간다. 또한, 색에 형상을 가두지 않음으로써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 조기섭
조기섭, 비행, 장지에 은분, 과슈, 120x200cm, 2023
조기섭, 흐놀다, 장지에 은분, 호분, 188x502cm, 2017
내가 다루는 자연의 1차원적 물성들은 어떠한 면에 있어서 아름다운 순간에 대한 기록이자 정서적 보존에 대한 열망을 담아 볼 수 있는 아주 적절한 도구인 것은 확실하다. 이를테면 공간성과 입체적 떨림의 미묘한 현상들을 표현하는 데 있어 좋은 방식이라 판단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한 물성들은 조형 이전에 우주의 실체를 증명해내는 하나의 단초이다. 나에게 있어 미니어처(Miniature)를 에스키스(Esquisse) 하는 일들은 정신과 신체에 미세한 떨림을 물질로써 대상화해 실존의 파동을 불러일으키는 행위이다. 이 공예적 어법은 인류의 최초에서부터 최후까지, 물질과 생명의 운명적 관계를 엮어내는 지구 에너지 운동이라 믿는다. - 김현성
김현성, 물성의 일기 #2 Esquisse, 오동나무, 유칠, 135x110cm, 2023
김현성, Miniature Esquisse, 혼합재료, 가변크기,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