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미술작가 이승수 개인전 ‘기호화된 자연’이 제주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의 후원으로 문화공간 양(관장 김범진)에서 2월 22일(목)까지 열린다.
제주 자연 속에서 자란 이승수는 오랫동안 자연을 파괴하는 개발 문제에 관심을 두고 이에 관한 작업을 이어 왔다. 이번 전시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다.
문화공간 양에 따르면, 작가는 도로 확장을 이유로 비자림로의 나무가 베어지는 광경을 보고 작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이승수는 전시 주제에 따라 재료와 형식을 탁월하게 선택해왔다. 비자림로에서 베어진 나무가 있다는 목재소를 찾아 삼나무를 가져와 작품을 만들었다. 이번 전시에는 삼나무를 활용해 조각, 판화, 사진, 설치 등이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선보인다.
목재소에서 온 삼나무는 우선 조각 작품의 재료가 됐다. 작가는 나무를 깎아 전기톱, 안전모, 타이어를 만들고, 표면을 불로 검게 태웠다.
이승수, 안전모를 쓴 나무, 2023
/ 사진=문화공간 양
잘린 나무를 재료로 삼아 그 나무를 자른 톱을, 그 톱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쓰는 안전모를, 나무가 잘려 나간 땅 위를 달리는 타이어를 만들었다.
이승수, 타이어가 된 나무, 2023
/ 사진=문화공간 양
‘안전모를 쓴 나무’, ‘엔진 톱을 품은 나무’, ‘타이어가 된 나무’라는 역설적인 작품 제목에는 날카로운 비판이 숨겨져 있다.
이승수, 엔진 톱을 품은 나무, 2023
/ 사진=문화공간 양
설치 작품 ‘기호화된 풍경’에서 삼나무는 그곳에 살고 있던 동물과 멸종 위기의 곤충, 새 등이 그려진 일종의 표지판이 되었다. 전시장 바닥을 가득 채운 나무판 가운데는 굵은 나무 기둥이 서 있다. 수많은 나무판과 검게 태워진 나무 기둥은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줌과 동시에 얼마나 큰 나무가 베어졌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또한, 삼나무와 함께 어떤 동식물이 사라지는지를 깨닫게 한다.
이승수, 기호화된 풍경, 2023
/ 사진=문화공간 양
이승수, 기호화된 나무, 2023
/ 사진=문화공간 양
이승수, 기호화된 나무(일부분), 2023
/ 사진=문화공간 양
이승수, 나무의 시간, 2023
/ 사진=문화공간 양
삼나무는 레코드판도 되었다. ‘기호화된 풍경’이 삼나무 향으로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면, 나무판이 턴테이블 위에서 돌아가는 ‘나무의 소리’는 제목 그대로 나무가 내는 소리로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이승수, 나무의 소리, 2023
/ 사진=문화공간 양
소리는 ‘기호화된 풍경’에서도 중요한 요소이다. 모터에 의해 돌아가는 나무판이 다른 나무와 부딪치면서 소리를 낸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시각 외에도 후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작품을 경험하게 한다.
이승수, 나무의 소리(일부분), 2023
/ 사진=문화공간 양
삼나무 외에도 작가가 제주도의 자연을 거닐며 이곳저곳에서 주워 온 나무 조각으로 만든 작품이 있다. 이 작품들은 작가의 평소 수집 취미를 잘 반영한다.
문화공간 양은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관람객에게 미적인 태도로 작품을 감상하게 하면서 동시에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만든다. 나무는 기호가 돼 관람객에게 불편한 이야기를 직접 전해주기 때문”이라며 “기호가 된 나무는 자연이 인간에 의해 어떻게 사라져가고 있는지를 들려준다. 또한, 자연이 사라진 곳을 채우는 인간의 욕망을 나무판에 ‘STOP’을 새겨 판화로 찍은 작품이 말해주듯 이제는 그만 멈추라고 말한다”고 소개했다.
관람 시간은 매일 오후 12시부터 6시까지이며, 설 연휴인 2월 9일부터 12일까지는 휴관한다. 관람 예약을 하면 큐레이터에게 전시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다.
문의 : 064-755-2018
이승수, 멈춤, 2023
/ 사진=문화공간 양
이승수, 나무의 시그니처, 2023
/ 사진=문화공간 양
이승수, 시점, 2023
/ 사진=문화공간 양
이승수, 해체된 기호, 2023
/ 사진=문화공간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