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에 운전면허 시험을 봤다. 환경을 생각해 자가용을 소유하지 않겠다는 결심은 제주 시골살이를 준비하면서 무너졌다. 갓 돌을 지난 아이와 함께하는 농촌 생활은 자가용을 필수재로 만들었다. 제주 읍면지역의 버스 배차 간격은 길어도 너무 길었고, 동선(노선)은 한정적이었다. 물론 대중교통체계 개편 후에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중산간 마을에서 버스를 이용하긴 여전히 힘들다. 22일(어제) 열린 제주도의회 본회의, 교육감을 상대로 한 교육행정질문에서 학생들의 등교 시간대 버스 이용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중학교가 없는 외도지역 중학생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 감사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제주도의회의 인사청문회가 4월 25일에 열린다고 한다. 감사위원회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의 규정에 따라 ‘자치감사’ 수행을 위하여 도지사 소속하에 직무상 독립된 지위를 갖는 합의제 행정기관이다.감사위원회는 △자치감사 대상 기관에 대한 감사 및 감사 결과에 따른 시정 등의 요구 △공무원 징계 및 문책 처분 요구 △감사 결과 처분 요구에 대한 재심의 △공직기강 감찰 활동 △공무원 비위조사 처리 △도민감사관 운영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감사위원
레오 스트라우스레오 스트라우스(1899~1973)라고 하면 그저 현대 정치철학을 이해하는 데 나름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정치적이긴 하되 정치에 문외한인 필자는 굳이 정치철학가에 대해 관심이나 흥취도 없거니와 그럴 여유도 없었다. 그런데 현대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선 스트라우스를 이해해야 할 것만 같았다. 미국 시카고 대학 고전학 교수인 샤디 바취(Shadi Bartsch)의 책 ‘플라톤, 중국에 가다(Plato goes to China)’를 읽은 후였다. 서양 학계에서 비판적이고 독특한 견해로 유명한 그가 왜 중국과
2014년의 일이다.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304여 명의 아까운 생명이 사라졌다. 처음 배가 기울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전원 구조’라는 뉴스의 헤드라인에 모두 대수롭지 않게 구조가 되리라는 희망을 품었다. 날씨가 맑은 아침이었고, 충분히 구조가 예상되는 장면이 뉴스를 통해 우리 눈에는 보였다.하지만 어이없게도 구조기관들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세월호는 아까운 목숨을 끌어안고 침몰해버렸다. 그 생명과 함께 가족들의 평화도 사라졌고, 무엇보다 안전불감증으로 억울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정부와 관련 기관들의 소극적
중국경제는 코로나 이후 강하게 회복할 것이라는 주위의 기대와 달리 디플레이션의 우려를 좀처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헝다부동산 청산으로 불거진 부동산 문제, 지방정부의 막대한 부채, 글로벌 공급망재편으로 원자재값 상승과 수입규제, 소비심리의 약화, 외국인 직접투자감소 등이 경기침체의 증거로 제시되고 있다. 그 사이 중국 대신 멕시코가 미국의 최대 수입국이 되었다. 중국의 GDP가 2021년 미국의 72%까지 따라붙었다가 2023년 66% 정도로 낮아져 2028년 미국 GDP를 넘어서리라던 전망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일반적으로 G
아빠와 함께 제주어가 여기저기서 구사되고 있는 TV 드라마를 보고 있던 딸이 물었다.“아빠, 저 제주어, 무슨 뜻이야?”“모르겠는데.”“아빠 고향 제주도 아니야? 근데 것도 몰라?”제주어가 처해 있는 실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10여 년간 귀에 닳도록 들어온 말이 있다. ‘소멸위기의 제주어’! 그렇다. 제주어를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단계적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로, 2010년 말 유네스코에 의해 공언된 이후 거의 기정사실화된 모양새다.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제주어는 지역에 따라, 세대에 따라 ‘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이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지난 2년간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향후 2년 간의 방향성을 재설정하는 도정질문이 3일간의 일정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제주 미래를 좌우할 다양한 의제들이 다뤄졌지만, 정작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은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태도' 문제다.도정질문 첫날, 한라산 케이블카 도입을 주장하는 여당 도의원과의 질의응답에서 오 지사는 언성을 높이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라산 케이블카 정책의 타당성을 떠나 오 지사의 태도는 매서웠고 고압적이었다. 이후의 질의 역시 제대로 진행될리 만무했다.17일
제주에 ‘건강한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제주도민 모두가 참여하는 건강 걷기를 제안한다. 제주는 맑은 공기, 푸른 바다,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에 사는 도민들도 당연히 건강해야 한다. 그러나 ‘2023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제주도민의 건강지표가 다른 시도에 비해 매우 낮다. 더불어, 제주도민의 걷기 실천율도 낮게 나타났다. 걷기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았다.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수단으로 걷기를 권장한다. 걷기는 만성질환(심장 질환, 당뇨, 비만 등)의 위험을 줄이는 신체 건강 운동이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우리 헌정사상 유례없는 야당의 압승으로 22대 총선이 끝났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짙었다. 선거과정에서 후보자들은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대신, 야당에서는 정권심판을, 여당에서는 이(李)‧조(曺)심판을 외쳤다. 유권자들은 현 정권에 대
1948년 제주 4.3 당시 국제 정세는 제주를 ‘레드 아일랜드’로 명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마무리되면서, 상호 증오에 기반한 진영 대결, 냉전의 시대는 제주도를 피로 휩쓸어버렸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리라는 사람들의 순진한 기대가 금세 피의 학살로 변해버린 것이었다. 제주 사람들은 평화롭게 생존하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피의 생존을 위해 4.3 토성 안에서, 다랑쉬 오름의 깜깜한 굴 안에서 숨죽여 생존해야만 했다.그리고 제주 4.3의 잔혹한 학살은 침묵을 강요받았고, 세상은 상대에 대한 비난과 위협을 극으로 끌어올리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압도적인 야당 우세로 마무리됐다.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라는 국민 여론이 십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소리]는 민주노총제주본부와 함께 제22대 국회가 반드시 다뤄야 할 노동 관련 법안을 세 번에 걸쳐 소개한다. / 편집자 주민주노총은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그동안 요구해왔던 노조할 권리, 노동기본권 쟁취 및 사회 공공성 강화 등 노동정책들을 총 망라하여 한국사회 체제전환 5대 영역 40개 과제를 선정하고 정치권에 요구했다. 여기에 주40시간 근무 제도를 넘어 주4일제 도입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도 포함됐
내일 투표를 통해 22대 국회가 구성된다. 어떤 국회가 될 것인지는 내일의 투표 결과에 달려있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의 국회 진출은 이번에도 미미할 것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300명의 국회의원 중 교사 출신은 단 2명에 불과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22대 국회에서도 교사 출신 국회의원을 찾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OECD(경제협력기구) 가입국 가운데 유일하게 교원과 공무원에 대한 정치기본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연방 의원
19세기 이후 서양의학이 과학과 결합하면서 고대 그리스 히포크라테스 의학 이래로 면면히 이어 내려져 오던 의료 휴머니즘 전통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다. 의사의 예의범절과 환자에 대한 동정심을 강조하던 전통적인 의료 휴머니즘에 과학에 뿌리를 둔 의사의 진료 역량이라는 덕목이 추가된 것이다. 흔하게 듣는 질문, 즉 “실력은 뛰어나지만 차가운 의사와 실력은 조금 부족하지만 따뜻하고 인간적인 의사 중에 누구에게 내 몸을 맡길 것인가?”라는 질문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생겨난 것이다. 이런 질문에 대다수 사람은 실력 있는 의사를 택할 것이
고향사랑기부제란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열악한 지방자치단체 재정 확충에 기여하기 위해 2023년 첫 시행된 제도로써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주소지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한 他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연간 500만원까지 기부가 가능하다.기부금의 최대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가 가능하고 초과한 금액에 대해선 16.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기부 금액의 30% 범위에서 해당 지자체가 제공하는 답례품을 선택해 원하는 주소로 무료 배송받을 수 있다.제주는 작년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첫해 도정 핵심 정책으로 추진한 결과 243개 지자체 중
산업재해는 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질병을 얻거나 다치는 경우, 그리고 사망하는 경우에 산재보험이라는 사회보험을 통해서 치료비 등을 보상받는 제도다. 그런데 만약에 임신한 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유해 물질에 노출되어 아픈 아이를 낳게 되었다면, 자녀의 질병을 산업 재해로 인정해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어떻게 보면 상식적인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올해에 들어서야 비로소 처음으로 태아산재를 인정했다. 제주의료원에서 시작된 태아산재 인정투쟁 태아산재 제도를 거슬러 올라가면 10년 전 제주의료원으로부터 시작된다. 2009년에서 2
정부와 의료계 간에 1년여에 걸친 대화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던 의대정원 증원 문제가 2024년 2월 6일 보건복지부장관에 의해 2000명 증원이 일방적으로 발표되자 대학병원의 전공의들을 시작으로 의료계의 반발이 퍼져나갔다. 정부에서는 9번이나 대화를 가졌다고 주장하나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일방적 주장을 펼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의대 입학정원 증원은 교육부 소관인데 보건복지부장관이 발표하니 모양이 더 우습게 되었다.이 사태는 우리나라 의료의 특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이 필수의료 붕괴 현상을 의사수 부족으로
정신을 차렸더니 벌써 4월이다. 제주4.3평화공원 가는 봉개동에는 갓 만개한 벚꽃이 도로 포위에 나섰다. 동백꽃도 아니고, 유채꽃도 아니고 아침햇살에 부서지는 벚꽃이 왜 이토록 가슴을 시리게 하는가. 몇 달 전 한강의 장편소설 가 프랑스의 저명한 문학상인 ‘올해의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2023년)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불어판은 지난해 8월 (불가능한 작별)이란 제목을 달고 출간됐다. 제주4.3을 다룬 소설이 국경을 넘어 프랑스 독자들과 만나게 됐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뽑는 국회의원들은 앞으로 4년간 시민들의 삶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여러 법을 만들고 고친다. [제주의소리]는 민주노총제주본부와 함께 제22대 국회가 반드시 다뤄야 할 노동 관련 법안을 세 번에 걸쳐 소개한다.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와 비례대표 정당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 편집자 주22대 총선이 9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를 바라보는 노동자는 심란하다. 이번 총선의 과제는 경제 위기, 산업전환 등 다양하고 큰 변화의 한복판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누려야 할 기본권인
제주의 4~5월 벚꽃이 떨어지고 유채꽃이 노랗게 필 때쯤 비가 촉촉이 내리고 나면 하나둘씩 솟아나기 시작한 고사리를 꺾기 위해 사람들은 들로 산으로 나간다. 고사리가 주로 나오는 중산간 지대는 숲이 우거진 산속이기 때문에 채취객들이 고사리에만 집중해 이리저리 들어가다 보면 무의식중에 일행과 이탈되고 방향감각도 상실해 길을 잃기에 십상이다.제주소방안전본부 관련 보도자료에 따르면 매년 고사리 관련 실종신고가 40~50건으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실종자 대다수가 60대 이상 노인층이어서 산에 고립되고 발견 시간이 지체될 경우
꽤 오래전 고교 시절, 필자도 백호기에서 열정적으로 응원을 했다. 뭔가 모르게 가슴 벅찼다. 그리고 패배에 대한 절망감에 흘린 눈물을 다스리느라 친구들과 목이 터져라 교가를 수없이 반복해 불렀다. 왜 그렇게 감정이 차올랐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요즘 설왕설래 말이 생기기 시작한 백호기 응원전을 보면서 필자가 예전을 떠올려 봤다. 어른이 되고, 조직이라는 집단에 조금 떨어져 살펴보니 멋있게 조직된 응원전이 큰 구경거리였던 것 같다. 학교 동문이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자랑스러운 그 학교의 구성원으로 정체성이 심어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