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국립제주박물관, 인장 두 개와 인장함 등 다수 발견...“제주, 해상교역의 기착지”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 앞 바다에서 중국 남송 시대 유물이 또 발견됐다. 1983년, 1997년, 2018년에 이어 네 번째다. 무엇보다 이번 경우는 남송 시대 인장과 인장함이 함께 바다에서 나왔는데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이귀영, 연구소)는 올해 4월 11일부터 6월 7일까지 국립제주박물관(관장 김유식)과 공동으로 신창리 인근 해역을 조사 했다. 그 결과, 국내 최초로 중국 남송(南宋, 1127~1279) 때 만든 인장 두 개(顆, 과)와 인장함이 함께(一襲, 일습) 발견됐다고 30일 밝혔다.

인장과 인장함은 해저에 있는 바위 사이 모래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찾았다. 인장 두 개 모두 목재로서 선박에 타고 있던 상인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개(가로 1.7cm×세로 1.7cm, 높이 2.3cm)는 정사각형 인신(印身, 도장 몸체) 위에 단순한 형태의 인뉴(印鈕, 손잡이)가 있다. 도장이 찍히는 부분(印面, 인면)에는 ‘謹封(근봉)’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근봉은 ‘삼가 봉한다’는 의미다. 이를 근거로 연구소는 인장이 서신을 발송할 때 봉투에 찍거나, 물건을 포장하고 그 위에 찍는 용도로 추정하고 있다. 인면에 새겨진 글자 획 사이에는 붉은색 인주까지 일부 남아있는 상태였다.

다른 인장(1.4cm×2.8cm, 높이 2.2cm)은 인면에 문양이 새겨져 있다. 문양은 크게 위 아래로 구분되는데 상부는 명확하지 않지만 동전 모양으로 보인다. 다만, 하부는 불분명하다. 연구소는 동전 모양을 근거로 발굴 인장을 '복을 기원하는 길상(吉祥)' 무늬를 새긴 초형인(肖形印)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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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주 신창리 앞 바다에서 발견된 중국 남송시대 인장. 두 개 모두 나무로 만들어졌다. 제공=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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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국립제주박물관이 공동으로 발굴한 인장과 인장함. 제공=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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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당시 모습. 제공=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주의소리

금속 인장함은 조각나서 원래 형태를 완전히 알 수는 없지만, 사각형 몸체에 뚜껑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성분은 납과 주석이다. 발굴 현장에서는 400여 점의 도자기 조각도 함께 나왔다. 전체 유물은 국립제주박물관이 보유한다.

신창리 수중 유적은 1983년 3월 해녀가 조업 중 발견한 금제장신구를 신고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그해 4월, 당시 문화재관리국에서 수중조사(탐사)를 진행해 추가로 금제장신구 2점을 발견했다. 1997년 제주대학교 박물관이 추가 조사하면서 중국 남송 시대 도자기(청자)를 확인했다. 이들은 중국 푸젠성(福建省)에서 만든 것도 있지만, 대부분 ‘저장성(浙江省) 룽취안요(龍泉窯)’에서 제작한 청자로 확인됐다. 

연구소는 지난해 9월 수중탐사로 ‘금옥만당(金玉滿堂)’, ‘하빈유범(河濱遺範)’ 명문이 찍힌 청자를 포함한 500여 점의 중국 남송대 청자(조각)를 추가로 수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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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장, 인장함과 함께 나온 도자기.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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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된 도자기.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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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된 도자기.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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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된 금속 인주함. 조각조각 난 채로 발견됐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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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 인장. ⓒ제주의소리

수중탐사는 수중의 현상 변경 없이 해저면의 상태를 조사하는 방법으로 육상의 지표조사와 같다. 1983년 포함 지난 세 차례에 걸친 신창리 유적 발견 과정은 모두 탐사 수준에 그쳤지만, 이번은 표층에 있는 흙을 드러내는 발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연구에 참여한 고민경 서울공예박물관 수집연구과 학예연구사(역사학박사)는 “동아시아 해상 도자기 교역사에서 기착지로서 제주도의 위상을 보여주는 유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귀영 해양문화재연구소장은 “신창리 해안에 대해 추가 발굴조사하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더불어 하멜 수중 유적 조사, 제주 동부 수중문화재 신고 해역 같은 다른 제주지역의 수중 문화재까지 조사할 수 있다”고 밝혀 주목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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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 유물에 대해 설명하는 고민경 학예연구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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