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 A군 “감독관 실수로 다른 유형 풀게돼” 심리 흔들리고 시간 손해 주장...교육청 “감독관-수험생 주장 일부 달라”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2020학년도 대학수능시험 중 제주도의 한 수험생이 2교시 시험을 보던 중 지우개를 잘못 사용해 찢어진 시험지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감독관 실수로 자신의 유형과 다른 시험지를 배부 받아 피해를 입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재수생인 제주도의 한 수험생이 찢어진 시험지를 감독관에게 교체 요청하는 과정에서 감독관의 실수로 인해 다른 유형의 시험지를 나눠줘 피해를 입었다는 문제가 제기돼 논란이다.

학부모와 수험생 등에 따르면 문제가 발생한 것은 지난 14일 실시된 수능 2교시 수학 과목고사 시간이다. 당시 A군(20)은 시험을 치르던 중 지우개를 사용하다가 실수로 시험지가 찢어졌고, 즉시 감독관에게 시험지 교체를 요청했다. 

A군은 자리 배치 순서에 따라 '홀수형' 시험지를 받아 문제를 풀던 중이었다. 그런데, 감독관은 시험지를 교체해주는 과정에서 실수로 '짝수형' 시험지를 A군에게 건네게 된다.

새 시험지를 받은 시간이 이미 2교시 시험 시작 시간으로부터 약 20분 이상 흐른 시점이라는 것은 A군과 감독관 모두 일치하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A군은 자신이 풀던 시험지의 답을 새로 받은 시험지에 옮겨적을 시간을 감독관에게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시간에 쫓기게 돼 크게 불안해졌고, 다급한 마음에 서둘러 다시 시험지를 처음부터 풀기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홀수형' 시험지가 아닌, 감독관이 잘못 배부한 '짝수형' 시험지를 풀고 있던 것을 잠시 후 또 다른 감독관이 발견했고, A군은 또한번 '홀수형' 시험지로 교체받게 된다. 

수험생의 실수로 찢어진 첫번째 홀수형 시험지, 교체 과정서 잘못 배부 받은 짝수형 시험지, 다시 홀수형 시험지로 세번째 시험지가 바뀌는 소동이 시험 중간에 벌어진 것이다. 

A군은 두 차례의 시험지 교체 과정에서 약 10분가량 시간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첫번째 시험지 교체 과정서 이미 20~30분 가량 치르던 시험지의 답을 옮겨적을 시간도 허락받지 못해 시험을 치르던 리듬이 크게 흔들렸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런데 감독관은 시험지 교체 과정에 지체된 시간은 10분가량이 아니라 5분 정도에 불과하다며 A군과 다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가채점 결과, 평소 모의고사에서 2~3등급의 수학성적이 이번 수능에서 5등급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A군의 학부모는 [제주의소리]에 "아들은 시험지 교체 과정서 긴장한 나머지 홀수 짝수 유형이 달라진 줄 몰랐고, 이미 시험 시간이 상당히 흐른 후였지만 답안지를 옮겨적지도 못하면서 크게 당황했다"며 "지우개로 시험지를 찢은 것은 실수지만, 다른 유형의 시험지로 바꿔준 것은 엄연한 감독관의 실수이지 않나. 다시 원래의 홀수형 시험지로 또 교체되기까지의 허비한 시간과 시간에 쫓겨 크게 당황했고 결과적으로 시험을 망치게 된 책임은 누가 지겠는가"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A군 학부모는 "아들은 재수생이다. 평소 치렀던 모의고사에서 2~3등급을 받던 수학 성적이 5등급으로 나왔다. 사상 최악의 점수를 받았다"며 "재수하면서 어느정도 성적을 올려놓아 가고 싶은 학교에 갈 수 있겠다 싶었는데, 수학 시험에서 흔들리면서 완전히 망치게 됐다. 너무 억울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가장 큰 논란은 찢어진 시험지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A군이 시험지 답안을 옮겨적을 수 있도록 감독관에게 요청한 부분에 대해 교육청과 A군의 주장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교육청 측은 당시 감독관 교사에게 확인한 결과, A군에게 '시험 답안을 옮겨 적겠느냐'고 물었고 A군이 '괜찮다' 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A군 측은 '시험지 답안을 옮겨 적게 해달라'고 요청 했지만 감독관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상반된 입장이다.  

이에 대해 A군 학부모는 "교육청 관계자를 통해 당시 시험 감독관이 '시험지를 옮겨적겠느냐'고 아들에게 의사를 물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아들은 분명히 '시험지를 옮겨적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며 "아니 세상에 어떤 학생이 이미 수학시험지를 20분 이상 풀던 중이었는데 이미 푼 시험답안을 옮겨 적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풀겠다며 '괜찮다'고 할 수험생이 세상 어디에 있겠느냐"고 억울해 했다. 감독관과 교육청의 해명이 상식에 맞지 않다고 항변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감독관에게 경위서를 받았는데, 감독관들은 시험지를 교체해 준 시간이 시험 시작 5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1감독관이 시험지를 바꿔줬는데, 잠시후 홀수형이 아니라 짝수형 시험지로 잘못 교체된 것을 제2감독관이 발견해 재차 홀수형 시험지로 바꿔 주게된 것"이라고 경위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홀수형을 풀던 수험생에게 짝수형 시험지를 준 것은 감독관 실수가 맞다. 학생도 유형을 확인하지 않고 받았지만, 우선 감독관이 더 신경써야 할 상황이긴 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감독관이 A군에게 '답안지를 옮겨적을 시간이 필요하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 부분이 A군의 주장과 엇갈리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수험생과 학부모 측의 주장과 감독관 주장이 상반돼, A군 측이 원한다면 당시 감독관 교사들과 직접 대면할 수 있도록 하겠다. 양 측의 입장이 다르다보니 직접 대면해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