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살어리랏다’던 그들은 왜?
‘제주에 살어리랏다’던 그들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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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시선] 8년만에 인구 순유출 씁쓸한 단상
사진 설명.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갈수록 줄고 있는 제주 순유입 인구. 그들은 왜 제주를 떠나는 걸까.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신종 감염병으로 아우성을 치고 있는 이때, 제주사회에 또 한가지 씁쓸한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월 단위로는 정확히 8년만에 인구 순유출이 발생했다. 

미처 몰랐을 것이다. 거세게 불어닥친 이주열풍이 이렇게 빨리 식을 줄을. 한달 평균 1000명 넘게 인구가 증가한 게 불과 2년여 전이었다. 웬만한 규모의 마을이 연간 12개나 새로 생겨난 셈이다. 완만하긴 해도 줄곧 늘 것만 같았던 순 유입이 이제는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신종 코로나로 중국인의 발길이 끊긴 것과는 결이 다른 문제다. 사드 보복으로 금한령이 떨어졌을 때만 해도 도민사회의 반응은 엇갈렸다. 관광업계는 대체로 울상을 지었지만, 반대로 거리에 중국인이 없어 좋다는 도민들도 적지 않았다. 

이에반해 내국인의 ‘제주 외면’(?)은 여러모로 반갑지 않은 신호다. 더 이상 제주가 살만한 곳,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땅값·집값이 치솟고, 교통은 하루가 다르게 혼잡해졌다. 쓰레기가 넘쳐났고, 환경기초시설은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하기 버거워졌다. 예나 지금이나 생활물가는 만만치 않다. 총체적인 정주여건이 날로 악화했다. 중국인 투자 급증, 인구 유입과 맞물려 일기 시작한 건축붐은 제주 전역을 거대한 공사장으로 변모시켰다. 어디를 가나 육중한 콘크리트 벽과 마주해야 했다. 목가적인 전원 생활은 그만큼 어려워졌다. 

제주에서 제2의 인생을 꿈꿨던 사람들에겐 메리트가 될 만 한게 점점 사라져갔다.  

한 때는 콧노래를 불렀다. 주로 땅을 가진 사람들이다. 급격한 땅값 상승에 확 달라질 자신의 미래를 그려봤을 지 모른다.  

누가 알았겠나. 이게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부동산을 판 뒤 대체재를 구하려 해도 그만한 부담을 져야 했다. 개발 바람에 제주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이윽고 사람들이 떠나니 집값·땅값도 하락세를 탔다. 

3~4년 전 쯤으로 기억한다. 부동산을 하는 어느 지인에게서 건네들었다. 서울 사는 노부부가 제주 이주를 위해 아파트를 물색하려고 업소에 들렀다가 기겁하고 돌아섰다는 얘기였다. 

당시 제주 집값은 수도권을 제외하면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아마도 많아야 2억원 정도를 생각했을 것이었다. 설레이는 노년 설계가 초장부터 틀어졌을 수 있다.   

내리막 추세는 확연하나, 지난해에도 연간 기록으로는 순 유입이 3000명에 육박했으니 ‘제주 엑소더스’를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 일부에선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입 인구의 감소가 제주도 혹은 제주도민 때문 만도 아니다. 막연한 동경심에 이끌렸다가 허망하게 돌아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지역민과 갈등을 빚는 사례도 종종 목격됐다. 

제주도의 ‘2018년 제주사회 조사 및 사회지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민이 인구 유입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45.6%)하는 이유 중 하나가 ‘공동체 문화의 변질 및 주민 간 갈등 유발’이었다. 비록 도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기는 하나, 서로 녹아들기 힘든 현실의 벽을 보여준다. 

마땅한 일자리가 적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건 ‘시장조사’, 즉 고민이 부족했던 그들의 책임이 크다.  

그래도 우리가 자초한 면은 없는지 돌아보는게 먼저다. 제주를 제주답게 가꾸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몫이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다. 제주경제가 위기를 맞았다고도 한다. 사스 때도, 메르스 때도, 사드보복 당시에도 없던 내·외국인 동반 감소가 나타났다고 하니 괜한 걱정은 아니다. 

지난 10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원희룡 지사가 좋은 얘기를 했다. 위기는 전반적인 혁신을 위한 기회일 수 있다고. 경제, 관광 등 제주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취약점을 해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했다. 이참에 제주의 정체성을 지킨다는 전제 아래 자기성찰과 함께 근본적인 미래 설계를 다시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논설주간 / 상임이사>

* 소리시선(視線) /  ‘소리시선’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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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20-02-18 19:23:36
한 때는 콧노래를 불렀다. 주로 땅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게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부동산을 판 뒤 대체재를 구하려 해도 그만한 부담을 져야 했다.---몇번을 읽어는데 이해를 못하겠다.
솔직히 땅값은 10만원짜리가 100만원됐지만 아파트는 2억짜리가 5억 됐다..땅팔고 아파트 구매했다면 예전보다 부담의 확 줄어들었는데..
기자말은 땅을 팔아서 더 비싼땅을 구매했다는 말인가? 부담돼게 ㅋㅋㅋ
39.***.***.108

제주가 최고 2020-02-18 11:38:23
제주도에는 코로나19보다 무서운 바이러스가…뭐길래?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0/02/165005/
112.***.***.34

불티 2020-02-18 04:37:06
방송에서 나오던 제주도 힐링 라이프 떡밥은 식은지 오래임. 어정쩡한 서민들이 제주도에 정착해서 직장구하고 집구해서 살기에는 무리지 . 그래도 은퇴하고 땅사서 건물 올리는 수요는 죽지 않은듯 함
14.***.***.116

2020-02-17 14:53:31
이제는 씁쓸하다?
글쓰기 참 좋네... 인구 늘면 느는대로, 줄어들면 줄어드는대로, ...
기자들이나 자기성찰 좀 했으면 좋겠구만...
69.***.***.4

Saint John Gibbs 2020-02-16 14:06:15
현재의 제주도는 가장 제주도 다운게 멸실되어있다.
우뚝솟은 한라산이 외롭고 허접하게 느껴질 정도다.
바다든, 해안이든, 산자락이든 모든게 천혜의 자연유산 고유 특성과 모습을 상실했다.
음식점엘 가봐도, 어디에도 제주 문화와 감성, 그리움 전무다.
이제 제주는 낙원이 아니다. 쓰레기 오염 투성이다.
개발만하면 띵호아가 아니다. 자충수를 너무 과다하게 두었다.
산과 바다, 잘 보존 지속되는 향토문화도 없다.
휴식과 휴양의 제주도가 아니다. 이러니 제주 살고자 입도한 이들이 3년만 지나면 치를 떨고 떠날 생각뿐.
그놈의 도로와는 무슨 웬수를 졌는지 사통팔달 곳곳으로 뻥하니 잘도 뚫려있다.
세계인을 매혹 시키는 관광정책 후질뿐. 실전경험.지식,안목,그릇크기가 매우 협소 하다.
이제는 제주는 버려지고말 섬일뿐.
1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