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예총 24일 긴급 성명 발표...“문화도시 지정 의미있나? 재발 방지”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면서 제주4.3 예술 작품을 전시장에서 검열한 서귀포시에 대해 제주민예총이 24일 긴급 성명서를 발표했다. “시대착오적 4.3예술 검열은 반문화적, 반역사적 폭거”라며 재발 방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제주민예총은 성명서에서 “서귀포시가 4.3을 소재로 다뤘다는 이유로 문화도시 기획전 초대 작품을 일방적으로 가리는 등 명백한 ‘검열’을 행사했다”며 “이 같은 행태는 ‘반문화적 폭거’이자 4.3 역사를 부정하는 반역사적 행동”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제주의소리]는 지난 16일 ‘노지문화’ 전시 개막식에서 벌어진 서귀포시의 검열 행태를 보도했다. ( 부끄러운 서귀포시, 문화도시 기획전 4.3작품 '검열' 논란 )

지난 해부터 서귀포시는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의 일환으로 개최한 ‘노지문화’ 전시 개막식 동안 초대 작가 연미(본명 최진아)의 작품 ‘걸어 들어가고 걸어 나오고’는 흰색 천으로 가려졌다. 이 작품은 1948년부터 1990년대까지 매년 4월 3일마다 제주에서 발행된 신문 1면을 나열했다. 

이 뿐 만이 아니라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들은 전시 전에 해당 작품에 대해 “4.3은 작년에 70주년까지 해서 다 해결되고 끝났는데 또 4.3을 작품으로 할 필요가 있느냐”는 식의 불편함을 기획자에게 전했다. 여기에 더해 21일 정부 문화도시 심사위원들이 전시장을 찾는 동안 다시 작품을 가릴 것을 기획자와 작가에게 제안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서귀포시민회관에서 전시 중인 연미 작가의 작품(붉은색 원).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16일 개막식에서는 흰색 천(붉은 색 원)으로 작품이 가려졌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민예총은 “문화예술 관련 부서 공무원들의 이 같은 태도는 서귀포 문화행정이 얼마나 천박한지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문제 삼았다.

제주민예총은 “4.3 예술은 모두가 침묵을 강요받았을 때 제주인의 아픔과 역사적 과제를 드러내왔다. 현기영과 강요배를 비롯한 제주의 예술가들은 4.3을 외면하지 않았다. 역사에 대한 응시가 예술의 역할이며, 문화의 힘으로 과거의 역사를 현재적 순간으로 바꿔놓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4.3예술의 가치를 강조했다.

또 “지난 2018년 70주년 4.3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추도사에 4.3예술의 역사적 역할에 대해서 높은 평가를 내린 바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서귀포시가 4.3을 소재로 다뤘다는 이유로 기획자와 작가의 동의 없이 작품을 가리고, 작품에 대해 불만을 나타낸 것은 4.3의 역사를 거부하고 문화 예술의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거스른 행위”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전직 4.3 유족회장 출신인 서귀포시장이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4.3 예술에 대한 몰이해와 시대착오적 문화행정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상황에서 ‘문화도시’ 지정이 된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꼬집었다.

제주민예총은 “양윤경 시장은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은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긴급 성명서 전문.

긴급 성명서 

시대착오적 4·3 예술 검열’은 반문화적·반역사적 폭거
예술 표현의 자유 없이 문화도시 없어

○ 서귀포시가 제주 4·3을 소재로 다뤘다는 이유로 문화도시 기획전 초대 작품을 일방적으로 가리는 등 명백한 ‘검열’을 행사했다. 1948년부터 1990년대까지 제주에서 발행된 신문 1면을 나열한 연미 작가의 ‘걸어 들어가고 걸어 나오고’에 대한 서귀포시의 이 같은 행태는 ‘반문화적 폭거’이자 제주 4·3 역사를 부정하는 ‘반역사적 행동’이다. 

○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들이 관련 작품에 대해 문화도시 심사위원들이 전시장을 찾는 동안 가림막을 설치하고 관련 작품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는 것이다. 

○ 문화예술 관련 부서 공무원들의 이 같은 태도는 서귀포 문화행정이 얼마나 천박한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제주 4·3 예술은 모두가 침묵을 강요받았을 때 제주인의 아픔과 역사적 과제를 드러내왔다. 현기영과 강요배를 비롯한 제주의 예술가들은 4·3을 외면하지 않았다. 역사에 대한 응시가 예술의 역할이며, 문화의 힘으로 과거의 역사를 현재적 순간으로 바꿔놓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지난 2018년 70주년 4·3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추도사에 제주 4·3예술의 역사적 역할에 대해서 높은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귀포시가 제주 4·3을 소재로 다뤘다는 이유로 기획자와 작가의 동의 없이 작품을 가리고, 작품에 대해 불만을 나타낸 것은 4·3의 역사를 거부하고 문화예술의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거스른 행위이다. 그것도 전직 4·3 유족회장 출신인 서귀포시장이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제주 4·3 예술에 대한 몰이해와 시대착오적 문화행정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상황에서 ‘문화도시’ 지정이 된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양윤경 시장은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은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19년 10월 24일 
제주민예총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