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뉴오션타운, '전문기관 의견 배제' 의혹 해소해야

한국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세계의 찬사는 투명성에 기인한다. 방대한 진단검사 규모와 속도, 체계적인 방역 시스템도 근본적으로는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됐기에 가능했다. 

투명성은 대중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원동력이었다. 당국은 대중에게 투명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했고, 대중은 그러한 당국에 신뢰를 보냈다. 만약 여기에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됐을지 모를 일이다. 이르긴 하나, 한국이 빚은 ‘전염병 통제의 세계적인 모델’은 결국 민·관의 합작품이다. 

반대로 불투명은 갖가지 오해와 억측을 낳는다. 신뢰가 싹 틀 수 없다. 숨기기에 급급하면 당국에 대한 불신을 키워 사태를 걷잡을 수 없게 만든다. 올림픽을 앞둔 일본, 대통령이 나서 한국의 방역체계를 얕보던 미국의 경우 자국 내에서 조차 정부가 뭔가를 숨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투명성이 중요한 영역은 전염병에만 있지 않다. 그 어떤 정책이나 사업도 투명하지 않고서는 구성원들의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

제주도의회의 동의를 앞둔 송악산 개발 사업(뉴오션타운) 환경영향평가를 두고 최근 투명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도가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핵심 의견을 덮었는지 여부가 논란의 골자다. 

송악산의 가치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경관적으로, 지질학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봐도 그렇다. 송악산이 툭 하면 개발 광풍에 시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송악산 일대)매우 수려한 자연경관은 공공의 자산이며, 개인이 독점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므로 자연경관을 현저하게 침해하는 개발계획은 적정하다고 보기 어렵다. 제출된 평가서를 토대로 검토한 결과 사업 시행 시 해당 지역의 자연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는 바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경평가 전문기관의 의견은 사업 자체를 접을 수도 있는 중대한 내용이다. 해당 기관은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제주도는 이 내용을 사업자에게 ‘통보’했다고 하고, 환경단체는 누락했다고 맞서고 있다. 

이 말고도 양쪽의 주장이 엇갈리는 지점이 많으나, 제주도의 해명은 납득하기 힘든 구석이 있다. 설사 제주도의 설명이 맞다고 해도, KEI의 ‘재검토 필요’ 의견은 사업자에게 그저 전달만 하고 끝낼 성질의 것이 아니다.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심도있게 다뤄지도록 주도했어야 했다. 충실한 정보 제공은 기본이다. 

“송악산은 생태적,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만큼 허가를 내줘선 안된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원희룡 지사의 발언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KEI의 의견을 건성(?)으로 듣지 않았을 것이다. 이듬해 원 지사는 뉴오션타운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시사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또 그동안 환경평가 심의를 5차례 거치면서 호텔 규모와 층수를 낮췄다고 했으나, KEI의 주문이 단순히 사업 내용의 조정이 아니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KEI의 검토 의견을 사업자에게 알렸다며 할 일을 다 했다는 식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환경단체는 환경평가 심의 위원들이 이런 사실(KEI의 재검토 의견 제시)도 모른 채 심의를 진행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털건 털고 가야 한다. 향후 사업을 계속 추진하든 그만두든 ‘불씨’를 남겨둬선 안된다. 제주특별법에 명확히 나와 있다. 제363조 2항에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할 때는 전문기관의 의견을 듣고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제주도가 보여준 모습은 ‘최대한’과는 거리가 멀다.

‘제주사회의 아픈 손가락’ 해군기지 갈등도,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도 따지고 보면 불투명한 과정에서 비롯됐다. 그에따른 사회적 비용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작년 5월 <소리 시선>(내가 송악산에 ‘이끌려가는’ 이유)을 통해 송악산 개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지 10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제주도는 환경평가 협의 절차를 끝내고 올 1월30일 도의회에 동의안을 제출했다. 송악산의 운명을 가를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다. 백척간두에 선 심정으로 다시 송악산을 생각한다. <논설주간 /상임이사>

* 소리시선(視線) /  ‘소리시선’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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