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열대야? 흙집에는 느낄 수 없어요
무더위? 열대야? 흙집에는 느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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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흙집 상량식…“해님 달님 별님과 오래도록 싱그럽게 하소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덥다. 열대야는 이제 일상적인 얘기가 되어버렸다.

더워서 잠을 못이루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를 전해들면서 흙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지구온난화라는 거대한 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도시의 기온이 갈수록 올라가는건 어찌보면 예정된 일이다.

자동차의 배기가스도 뜨겁고 아스팔트도 뜨겁다. 콘크리트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거기에다 집집마다 설치된 에어컨에서는 쉴새없이 집밖으로 뜨거운 바람을 뿜어놓는다. 기온이 올라가지않는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독일 피나바우쉬무용단의 수석무용수 부부인 라이너가족
 
   
 
라이너는 흙집에 놀라울정도의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
 

산간지역의 흙집에는 더위를 느낄 수가 없다. 집밖을 나가면 덥지만 집안은 선선하다. 예로부터 흙집의 가장 큰 장점중의 하나가 더위를 차단하는것이라는걸 톡톡히 실감하고 있다. 

산중에 지은 흙집에는 아직 있는 문도 다 개방하지않았다. 개방할 필요가 없다. 통으로 낸 거실창 때문에 사람들이 여름에 어쩌냐고 걱정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가 되버렸다. 벽의 창문은 아직 열지않았고 뒷문도 폐쇄된 채 그대로다. 부엌문은 아예 열 생각을 하지않고 있다.

바람이라도 조금 불 때는 열었던 현관문도 닫아야한다. 집 내부도 서늘한데다 밖에서 서늘한 바람이 들어오니 마루바닥에 그냥 앉기가 부담스럽다는 엄살이 절로 나온다.

   
 
거실지붕으로 창을 냈다.
 

이런때는 종일 집안에 틀어밖혀있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럴수는 없다. 집 밖을 나서기가 싫지만 일을 안하고 살 수는 없다. 시내에 들어서니 숨이 턱 막힌다. 오늘의 목적지인 탑동 인근에 도착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차를 세울 곳이 없다. 날씨는 덥고 빈자리는 안보이고 골목길을 뱅글뱅글 돌다가 겨우 빈자리를 찾았다.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다.

자동차가 편리하지만 그 자동차가 주차문제라는 불편함도 동시에 가져다주었다. 하긴 자동차가 가져온 불편함이 주차문제뿐이랴. 도로와 배기가스와 화석연료와 교통사고등은 인간의 편리함과 맞바꾼 결코 작지않은 문제들이다.

   
 
탑동구멍가게/거대한 빌딩사이에 웅크린 탑동의 구멍가게
 
주차문제로 한참의 시간을 허비하고  혼자 군시렁대며 근처 가게를 찾았다. 편의점과 맞은편 구멍가게가 보인다. 잠깐 고민했다. 에어컨이 켜지고 젊고 상냥한 점원이 있는 편의점을 갈까, 구멍가게를 갈까 망설이다가 횡단보도를 건넜다.

꼬부랑할머니가 넌지시 쳐다본다. 냉장고에서 쥬스와 삼다수를 샀다. 6000원어치를 샀는데 주인 할머니가 놀란다. “무사 이렇게 하영 삼수광?” “필요허난 사는디 잘못된거 있수광?” “아이고, 고맙수다. 요샌 이런 구멍가게서 물건 사는 사람 없수다. 그런데 어디 살암수광?” 많이도 고마운 모양이다. 사는곳까지 물어본다. 빙그레 웃으며 나오는 사내에게 할머니가 몇 번이나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괜스레 마음이 뿌듯해진다. 한번에 6,000원 매출이 구멍가게에서 비교적 큰 모양이다. 편의점에서 샀으면 상냥함을 가장한 사무적인 기계음같은 소리를 뒤로하며 나 역시 무뚝뚝하게 나왔을것이다. 간판도 달지 못한 초라한 구멍가게지만 물건을 파는 이와 사는 이의 마음이 오가는곳이 구멍가게다.

   
 
작업하는동안 현장주위를 어슬렁거리며 끓임없이 질문을 쏟아내는 아이들
 

여기저기 사람 만나고 할 일 하고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왔다. 내 집이 더우니 에어컨으로 더운 열기를 집밖으로 뽑아내는 시스템은 도시의 이기심을 극단적으로 표현해준다.

너도나도 집밖으로 더운 열기를 내보내는 에어컨의 윙윙대는 소리가 마음을 아프게한다. 도시는 점점 더워지고 에어컨을 써서 문을 꽁꽁닫아놓으니 마음까지 더워진다. 창문을 열고 더위에 땀 흘리며 수박이라도 나누어먹는 열린 여름이 그립다.

밤공기가 서늘하다. 정신이 확 든다. 그래, 집이란 이런것이지. 밖에서 쌓인 온갖 이야기와 들뜬 마음과 때로 아프고 지친 영혼일지라도 돌아와 앉으면 서늘하게 가라앉혀준다.  그러고보면 무리하게 추진했던 집짓기가 제 성과를 내고있는것같기도 하다.

   
 
방수시트위에 일부 피죽이 올려져있다.
 

그동안 쉽지 않았다. 나름대로 고통스럽기도 했다. 하여, 지금과 같은 고마운 혜택을 집으로부터 받는것이겠지. 새삼 집이 고마워진다. 두드리면 부서지는, 바람불면 어쩌면 무너질지도 모르는, 세월이 가면 어느순간 흔적도 없어질 그런 집이 흙집이지만 흙무더기위에 서 있는 동안은 부실한 주인과 더불어 고락을 같이 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되는게 집일것이다.

   
 
떡과 과일만으로 고사를 올렸다.
 

흙집의 기본틀이 마무리되어가면서 상량식을 준비했다. 간단한 음식과 술 한잔 떠올려 흙집터에 얽힌 사연많은 모든 이들과 신에게 하늘의 해와 별과 달과 바람과 새벽 이슬에게 올렸다.

술 한잔 받아먹고 인간의 거창한 집 지으며 내쫒김 당한 땅강아지와 지렁이들이 용서할리 만무하겠지만 인간의 마음은 원래 이기적이다.

그러려니 해버릴뿐 내가 녀석들에게 줄수있는건 마음뿐이다. 언제쯤되야 대자연앞에 서서도 몸과 맘이 초라해보이지않을런지.

   
 
크레인을 동원해 보를 올리고 있다.
 

흙집에 쓰인 자재중에 유일하게 육지에서 들여온 굵은 소나무에 상량문을 적었다. 상량문을 무얼로 할까. 직접 집을 지으니 별것이 다 고민스럽다. 남들처럼 단조롭게 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한 번 적어 올리면 수십년 봐야하니 순간의 감정만으로 적을 일은 아닌것같아서 끙끙댔다.

일을 하면서도 오줌을 누면서도 멋진 글귀없을까 중얼중얼 하다가 어느순간 벼락같이 떠올랐다. 더 이상 고민할 힘이 없다. 그냥 쓰기로 했다.

“해님 달님 별님과 오래도록 싱그럽게 하소서”
   
 
보와 서까래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거실 천정
 

크레인을 동원해서 대들보를 걸어놓으니 집의 형체가 제법 갖추어졌다. 비바람을 피할 수 있으니 집은 거의 다 된 것이다. 서까래 사이를 삼나무 판재로 마무리하고 그 위로 광목을 덮었다. 광목 위로는 흙과 숯가루를 혼합해서 두껍게 깔았다. 

흙위에 방수시트를 깔고 그 위에 삼나무 피죽을 덮으니 지붕작업이 마무리되었다. 마무리작업으로 삼나무피죽을 깔기까지는 고민이 많았다.

초가를 생각했지만 초가가 비싸기도 하고 워낙 습한 산중이어서 금방 썩어버릴터였다. 너와지붕이 산간지방에 일반화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결국 목재를 켜고 남은 피죽들을 씌울 수밖에 없었다. 피죽을 올리고 나니 그런대로 자연스럽게 주변 경치와 어우러져 보기에 좋았다. 

   
 
판재가 씌워진 지붕위에 흙과 숯을 깔고 있다. 20cm 가까이 깔린 흙과 숯은 요즘 같은 무더위를 차단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지붕이 씌워진 흙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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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망져게 2007-08-13 12:59:27
항상 상상으로만 짓고싶은 옛흔적의 집들..
너무 멋지십니다..
나는 언제쯤 만들 수 있으련지..
자연의 힘을 빌어..
자연을 이긴다..
멋져욤..
59.***.***.54

초가집 2007-08-06 00:01:39
영덕님의 집이 드디어 완성을 보셨군요 축하드립니다. 구경도 가야 하는데...
슬라브에 더위를 이기는 최선의 방법은 흙과 숯을 혼합한(숯은 아주 잘게 부수는 것보다는 손톱크기의 입자가 좋을듯) 흙을 먼저 바닥에 적당하게 깔고 잔디(반쯤 깔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이어지게)를 심은다음 그 위에 모래를 듬뿍 뿌려주는 것이 최선인듯 합니다
59.***.***.195

흙집 2007-08-05 21:24:07
비용이나 효율로 보면 잔디를 입히는편이 낳을것같습니다. 지붕단열을 위해 잔디를 까는 경우는 외국에도 많이 있다고 하더군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한란님 고맙습니다...^^
220.***.***.241

한란 2007-08-05 18:32:45
그동안 궁금했었는데 드뎌 상량을 하셨군요.
노고에 위로하면서 아름다운 나날을 그 집에서 나시기를...
61.***.***.22

지나다가 2007-08-05 15:46:03
슬라브 지붕 때문인지 이층이 하도 더워서 내년 봄에는 옥상에 모래 깔고 잔디 입히려 했었는데 흙과 숯을 까네요. 어느 게 비용면이나 효율, 보기 면에서 나은가요?
61.***.***.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