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너무 극성스럽고 욕심을 부리고 안달하는 사람들에겐 보답을 베풀지 않는 법. 보물을 찾아 파헤친다는 건 무엇인가. 초조하게 안달하고 탐욕스럽다는 것만이 아니라, 그것은 곧 신념의 결핍을 나타낸다. 참을성, 참을성, 참을성. 이것이 바로 바다의 가르침인 것이다. 참을성과 신념, 사람들은 텅 빈, 시원스레 트인, 허심탄회한 해변 같은 마음으로 바다가 보내는 선물을 기다려야 한다.’린드버그가 쓴 ‘바다의 선물’이라는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바다의 선물’은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찰스 린드버그 대령의 아내가 휴가를
어릴 적, 봄이 오면 어김없이 할머니와 어머니는 비밀의 숲으로 갔다. 이름도 없는 숲이었지만, 할머니가 '그디 걸라(거기 가자)'하면 어머니는 척하고 알아들으시며 얼른 채비를 하셨다. 주말이면 나도 따라나섰는데, 숲의 입구에는 새빨갛게 익은 산딸기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숲에 가면, 내가 하는 일은 바로 입구를 지키며 산딸기를 따는 것이었다. 산딸기는 조심스레 만지지 않으면 부서지기 때문에 아기를 다루듯 살살 달래며 바구니에 담아야 했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서로를 불러가며 숲을 둘러보셨다.가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면 괜히
지난 가을, 대학다닐 때 가장 친하게 지냈던 언니가 오랜만에 제주를 찾았다. 나는 육지에서 친구들이 방문하면 대개 그들이 세운 여행 일정을 따라가는 편인데, 때론 이곳에 살고 있는 나보다 멀리서 온갖 SNS에서 정보를 알아본 친구들이 요즘 가장 따끈따끈한 ‘핫플레이스’는 더 잘 아는 법이기 때문이다. 언니는 제주에 오기 전부터 서쪽에 있는 ‘비오토피아’에 가고 싶다고 했다. 동쪽 사람이 서쪽 동네로 가는 일은 흔치 않지만, 언니를 위해 오랜만에 한라산을 넘어 서쪽 동네로 놀러갔다. 내비게이션을 켜고 비오토피아에 도착했더니, 한 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