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차례의 지옥문드디어 검찰이 조국 부인에 대한 구속영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수사에 착수한지 거의 두 달 만이다. 조국 장관 가족만을 향해 전격적으로 특수부 검사 20여 명과 수사관 50여 명이 투입된 결과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때 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수사 인력이 동원된 검찰의 집요한 장기간의 수사는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만한’ 전설의 항우장사조차 감당할 수 있었을까. 하물며 병색이 완연한 장관 부인을 ‘지옥문’으로 비유되는 검찰청 소환을 일곱 차례나 남발하고 ‘기레기’ 언론을 이용해 여론
‘바리깡’ 벌목또다시 잔인한 4월이 돌아온 것인가. 겨우내 혹독한 추위에 떨며 따뜻한 봄날만을 기다려 왔던 벚나무들의 겨우 꽃 봉우리를 터뜨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꽃샘추위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환경파괴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으며 중단됐던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재개돼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그동안 드라이빙으로도 즐길 수 있는 호젓하고 아늑한 숲길로 도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 왔던 비자림로의 울창한 삼나무들에 대한 잔인한 집단 살육이 단행된 것이다. 아름다운 숲길이 나무들의 무덤으로 순식간에 바뀌어 버린 학살의 현장
김헌범 (제주한라대학교 교수) 원 지사의 버거워진 재선도전, 지난 4년의 도정을 돌아본다 막이 오른 지방선거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인 지방선거의 막이 올랐다. 전국 각지의 광역단체장 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가 줄을 잇는다. 하늘을 찌를 듯 치솟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를 등에 업은 여당 후보들의 기세가 무섭다.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지만 현 추세로는 영남의 몇 개 지역을 제외한 전역이 여당에 의해 싹쓸이될 판이다. 우리지역의 차기 도지사를 둘러싼 경합도 당초 일방적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심상치 않다. 지난 선거 때만 하더...
[김헌범 칼럼] 케케묵은 냉전시대의 화석이 돼버린 일부 보수정치인들과 언론들 계란으로 바위치기 역시 정답은 대화였다. 봄이 채 오기도 전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한반도의 해빙(解氷) 무드. 남북과 북미 간 정상회담이 기적적으로 성사됐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동해와 일본의 영공으로 시험용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날아다니고 이에 대한 이른바 ‘코피’ 작전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군사행동이 임박했다는 흉흉한 소문이 비단 우리 한민족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간담을 서늘케 하지 않았던가. 현실적 어려움은 차지하고라도 그간 십 년 이상 켜켜이...
[김헌범 칼럼]막장드라마 식 사학정책의 주역들 도둑놈의 회초리 벌써 한 해가 지나간다. 올해 정유년을 마감하는 고사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됐다. ‘사악한 것을 부수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란다. 행사를 주최한 교수신문은 “올바름을 구현하고자 시민들이 촛불을 들면서 나라를 바로 세울 기반이 마련됐다”는 것을 선정이유로 들었다. 지금까지 새 정부의 적폐청산이 반년 이상 끌고 왔음에도 구악의 잔존세력들의 당초 예상과 소망과 달리 국민들의 ‘피로감’이 전무한 것은 지난 십년간 켜켜이 쌓여왔던 사악함을 척결하는 것에 대한...
[김헌범 칼럼] 지정학적 이점에도 강대국들의 동네북 신세가 된 한반도 막말의 희생타 “북한과 미국 간에 전쟁이 나서 수천 명이 죽더라도 거기서 (한반도에서) 죽는 것이지 여기서 (미국에서) 죽지는 않을 것이다.” 3주 전 북미(北美) 간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언급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다. 우리에겐 여전히 천사의 나라로 남아있는 미국. 하지만 수천 명의 목숨이 희생당하는 것쯤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천사도 있는가.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남들 싸움에 내 집이 풍지박산이 날 지경인데도 볼멘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는 우리...
[김헌범 칼럼] 역지사지의 공감의지가 없는 재판부에게 솔로몬의 지혜는 구약시대의 신화에 불과하다 딸랑 두 쪽의 판결문 항소심 판사가 해직 교수인 강 교수에게 평생 교육자로서의 삶에 사실상 사형이나 다름없는 패소 판결을 내리는 데는 단 두 마디 말밖에 걸리지 않았다.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 비용은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지난 달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새 대통령의 취임사가 모든 언론을 일제히 장식하던 날, 대학의 재임용탈락 처분에 대해 강 교수가 제기한 민사소송 2심 판결이 드디어 나왔다. 그러나 강 ...
[김헌범 칼럼] 예상보다 거센 꽃샘바람에 다시 위태로워진 민주시민들의 촛불 그녀의 제 자리 언제까지나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겨울이 물러나자 갑자기 찾아 온 봄. 볼품없던 앙상한 나뭇가지에 화사한 벚꽃이 피자 눈이 부시다. 당연한 순리임에도 올봄이 자꾸만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지난 겨울이 힘들었던 탓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누구도 자연의 섭리를 막을 수는 없는 법. 이제 사람들은 두터운 겨울옷을 벗고 자연은 상큼한 녹음의 옷을 입기 시작한다.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옛 시구는 잠시 접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모든 ...
[김헌범 칼럼] 대통령 탄핵과 이 부회장의 구속은 촛불시민들이 이룩한 작지 않은 기적 법치의 성역 드디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수감됐다. 근 80년의 삼성 역사에 있어서 처음 있는 일이기에 이 부회장의 구속은 가히 새로운 역사의 이정표라 할 수 있다. 그간 3대에 걸친 삼성의 제왕적 세습체제가 이어져 내려오는 동안 민주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각종 패악과 비리에도 삼성재벌의 ‘백두혈통’만큼은 처벌의 철저한 예외였던 점을 생각하면 금석지감(今昔之感)이다. 한겨울의 살을 에는 칼추위를 무릅쓰며 상식과 정의의 사회를 외쳐온 촛...
[김헌범 칼럼] 국가적 위기상황에도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는 정치인들의 여전한 구태 촛불의 기적 병신년의 한 해가 지나고 정유년의 새 해가 밝았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이지만 지난 일 년만큼은 세월이 덧없이 지나간 것만은 아니다. 작년 10월말 처음 시작된 촛불시위 때만 해도 시위 군중들의 한낱 호기로운 구호로만 보였던 대통령 탄핵은 이제 국회를 통과해 헌법재판소에 상정된 지 이미 한 달이 다 돼간다. 비록 여소야대의 정국이었지만 여당의원들의 머릿수가 탄핵가결을 저지하기에 넉넉한 상황이었으니, 불과 일 년 새 “뽕나무 밭이 바...
[김헌범 칼럼] 자고로 아무리 절대왕정이라도 민심을 이기는 권력은 없었다 역사적 변곡점 지난 주말 박근혜 대통령의 헌정유린을 규탄하는 국민들의 촛불시위가 다시 한반도 전역을 뜨겁게 달궜다. 서울에서만 광화문의 사방의 수 킬로미터에 걸친 차도를 가득 메운 시민들의 숫자가 사상최고인 100만 명을 넘었다고 전해진다. 우리 제주에서도 시청 앞 넓지 않은 공터가 턱없이 비좁음을 증명하듯 버스차선까지 침범해가며 “박근혜 퇴진”을 외쳤던 시민들이 족히 일천 명은 넘어 보였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상상조차 할 수 있었을까. 마녀의 주술에...
[김헌범 칼럼] ‘돈이 곧 실력’이 되는 나라는 지옥보다 나라일 수밖에 없다 사상최악의 대선후보들 미국 대선이 뜨겁다. 하지만 공화당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 힐러리 후보 간 대결로 압축되는 2016년 미국대통령 선거에서 미래를 위한 정책은 실종되고 성추문과 비방만 난무하는 사상 최악의 추악한 선거라는 비판이 거세다. 시대착오적인 극우적 성향에다 대통령후보라기엔 수준미달의 비상식적인 막말과 기행을 서슴지 않는 트럼프 후보. 그리고 신자유주의와 패권주의로 인해 사회적, 경제적, 국제적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는 미국과 세계의 현실에도 ...
[김헌범 칼럼] 건강한 국가가 되려면 한 해의 수확 나누는 기쁨은 열심히 일한 모두의 것이 돼야 명절이 서러운 사람들 한가위 추석을 불과 며칠 앞둔 저녁하늘 동네어귀에 어슴푸레 떠오른 달. 저 반달이 이번 중추절에도 예나 다름없이 한 해중 가장 몸집을 불리고 환한 표정을 지을 것이라는 무심함이 가슴 아프다. 약자들과 서민들의 삶이 날이 갈수록 피폐해지는 이 땅에서 저 달만큼은 한 해의 풍성한 수확을 함께 나눠 받을 수 있는 것일까. 한때 추석이면 우리 모두가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가 떡방아로 찧은” 둥그런 떡으로 ...
[김헌범칼럼] 정부정책 반대 국민들에 괴담과 외부 세력 프레임으로 물타기 '여전한 구태' 박가의 보도 고고도(高高度)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는 국내여론이 만만치 않다. 사드 배치를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4년 만에 열리는 지구촌의 최대 스포츠 잔치인 올림픽에 기대를 잔뜩 걸었던 때문이었을까. 국회에서 사드배치설을 강력히 부인하느라 국방부 장관의 입술에 묻었던 침이 채 마르기도 전에 청와대는 사드의 성주 배치를 전격적으로 발표하면서도 변변한 변명 하나 제대로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김헌범 칼럼] 언론이 제대로 서지 않고서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다 일인지상 일인지하 역시 권력은 강했다. 우리나라 최고 언론인 KBS도 정권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선 쥐와 같았다. 세월호 참사초기 정부의 구조 대책 및 사고수습 관련보도를 둘러싼 청와대 홍보수석과 KBS 보도국장 간에 오갔던 통화녹취록은 정권의 언론통제에 대한 세간의 추측을 대부분 사실로 입증했다. 당시 통화의 직접 당사자였던 청와대 홍보수석. 오죽해야 ‘내시’로 불리었을까. 그 ‘영광스런’ 별칭을 얻기까지 대통령 앞에서는 ‘간, 쓸개’를 다 내놓았을 그가 ...
[김헌범 칼럼] 20대 총선결과에도 여전히 민심과 따로 노는 정치인들 빨강과 파랑의 동상이몽 4월 13일 드디어 총선 투표함의 뚜껑이 열렸다. 순간 동상이몽(同床異夢)의 꿈을 꾸던 정치인들의 얼굴에는 각양각색의 표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선거상황 중계판을 온통 빨강으로 물들이는 ‘적화’의 야욕을 숨기지 않았고 그 실현의 가능성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여당 중진들의 얼굴은 새파란 안색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패자가 있으면 승자도 있는 법. 얼굴의 적화를 달성한 것은 ‘초록은 동색’인 두 야당 지도부였다. 파랗고 푸르게 물들어가는 TV...
[김헌범 칼럼] 비등점에 이른 정치혐오증, 그래도 한 표의 표심은 필요하다 사감(私感)과 사욕(私慾)의 공천 추악한 역사는 그것을 기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반복되는 것인가. 아무리 “남 얘기하기 쉽다”고 하지만, 20대 총선을 앞두고 벌어졌던 여야의 공천 행태는 국민들의 일반적 정서에 비춰 봐도 너무나 비상식적이었다. “요즘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일은 본디 ‘얼굴이 두꺼운’ 우리 정치판의 지도자들에겐 더 이상 수치스런 일도 아니었다. 정치의 문외한으로서 감히 이번 공천을 요약하자면, 여당은...
[김헌범 칼럼] 국민이 한 장의 투표지로만 보이는 정치인들의 이기적 사고방식 동네 슈퍼의 현직 의원 벌써 3월이다. 총선이 코앞으로 닥쳤다. 제법 세찬 눈발까지 날리는 초봄의 때 아닌 반짝 추위, 그럼에도 도로변에 버티고 서서 무심하게 오가는 자동차들에 답례 없는 공손한 인사를 드리는 예비후보자들의 인위적인 우직함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또 가족까지 동원하며 동네 슈퍼 입구까지 치고 들어와 친히 명함을 돌리는 현역 의원의 이례적 극성도 바야흐로 본격적인 총선시즌이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물론 진심이 의심스럽지만 임기 중엔 그렇게도...
[김헌범 칼럼] 이 정부에게는 열녀 논개의 후손들의 절개가 그토록 값싼 것이었던가새해 같지 않은 새해을미년이 가고 드디어 병신년의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새해의 밝음이 밝지 않고 새해가 새해 같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지긋지긋할 정도로 유독 다사다난했던 지난해였다. 버티기만 해도 잘 지냈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던 한 해였다. 하지만 묵은해를 보내고 동녘 잿빛 하늘 한복판에서 새롭게 맞이하는 태양도 지난해의 앙금처럼 남아있던 암담한 기분을 좀처럼 가시게 하지 못한다. 새해의 첫날에 갖는 맹목적인 관념으로도 올해는 ...
[김헌범 칼럼] 국정화 결정 후 더욱 강경해진 정부 이름 없는 집필진결국 국사책 국정화가 강행됐다. 애초부터 국정화를 맘먹은 정부에게 국민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국정화 행정고시기간은 단지 요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 그 기간 동안 의견수렴을 전담하는 교육부의 팩스는 아예 꺼져있었고, 국가적 긴급사태에나 꺼내 쓸 수 있다는 예비비를 편법적으로 집행해 국정화 홍보를 위한 정부의 대대적인 언론광고만이 있을 뿐이었다. 국민과의 소통을 단절해 온 이 정부의 독선적 행보의 단면이었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