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의 숨, 쉼] 때로는 필요한 싸움도 있다 나는 싸움을 할 줄 모른다. 학교 다닐 때 가정통신문에 늘 소심하다는 표현이 따라 붙은 사람이 어떻게 감히 싸우겠는가. 나는 큰 딸이고 동생이 세 명이나 있다. 형제들은 보통 싸우며 큰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동생들과도 한번 제대로 싸워보지 못했다. 일단 시비가 붙으면 나는 100전 100패이기 때문이다. 눈물
[산길의 숨, 쉼] 흔히들 제주의 곶자왈을 제주의 허파라고 부른다. 곶자왈이 물리적 의미의 허파라면 동문시장은 정신적 의미의 허파라고나 할까?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거르지 않고 하루에 한번 동문 시장에 간다. 제대로 숨을 쉬기 위해서다. 동문시장에 가면 언제나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물건을 파는 사람도 물건
[산길의 숨, 쉼] 당장 꽃이 피지 않는다고 해서...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아빠로서 자식들에게 보다 다양하고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야 다 같지 않겠는가? 나의 절친 괸당도 절호의 기회가 있어 미국으로 열흘간의 가족여행을 떠났다. 아이들에게 보다 넓은 세계, 보다 다양한 문화 그리고 필요악인 영어에 대한 기대를 싸들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 아방
[산길의 숨, 쉼] 때로는 길을 잃어도 좋다 참으로 아름다운 가을 날 친구와 나는 길을 잃었다. 그것도 오라동 동네 한 복판에서…… 지난 토요일 아침 친구와 나는 한 걷기 행사에 참여했다. 차를 출발지인 관음정사 뒤편 골목에 세워놓고 수많은 인파에 묻혔다 벗어났다 하며 걷는다기보다 떠밀리는 느낌으로 그 아름다운 길을 흘러간 것이다.
[산길의 숨, 쉼] 추석을 맞이하는 우리들의 자세 “여기 오다 보난 예, 은행이 완전 색이 바랬습디다.” ‘이게 무슨 말이지? 은행색이 바래?’ 순간 머릿속이 멈췄다. ‘우리 집까지 걸어오는 길에 농협이 하나 있고… 은행 건물 색이?’까지 생각하고 있을 때 그 분이 또 한마디를 더
사라봉 연가 내가 만약 제주섬을 떠나 다른 곳에서 살게 된다면 나는 사라봉을 가장 많이 그리워할 것이다. 그렇다고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사라봉과 별도봉을 하루도 빠짐없이 도는 운동 매니아도 아니다. 게다가 사라봉 바로 밑 동네에 사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사라봉과는 그다지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
지혜와 함께 늙기 이웃집 할머니의 사연인즉 이러했다. 그날 밤 정확히 말하자면 밤이 아니고 새벽 2시 쯤, “와장창” 무엇인가 떨어져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났고, 뒤이어 고양이 우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에 설핏 잠이 깨었으나 평소에 워낙 떠돌이 고양이가 설치고 다니는데다, 종종 요사스런 울음소리를
옥상 위 내 작은 연못을 가꾸는 즐거움내 작은 연못에는 온갖 즐거움이 있다.첫 번째 내가 좋아하는 연꽃을 늘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즐겁다. 비오는 날은 비오는 대로 맑은 날은 맑은 대로 내 작은 연못은 아름답다.두 번째 나를 찾아오는 지인들에게 꽤 큰 감동과 휴식을 준다. 지친 마음을 끌고 오는 지인들을 나는 이층 야외 베란
그 고양이의 물고기 여름이 절정에 이르렀다. 보름 가까이 장마가 쓸고 간 바톤을 무더위가 바로 이어 받아 나름 열심히 본분을 다하고 있으니…… 이래저래 지친 사람들 얼굴에서 바람결을 느끼기 어려운 요즈음이다. 아침부터 찐득거리는 날씨 탓에 나 역시 반쯤 닫힌 눈으로 창밖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을 때 드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