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관광 허브” 입장 밝힌 지 30분 만에 “공약 빠졌다” 뒤늦게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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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일 강정마을회를 찾아 주민들과 만났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제주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을 “세계 최고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 사업은 제주 공약에서 빠뜨리면서,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다.

윤석열 후보는 5일 두 번째 공식 일정으로 강정마을을 찾았다. 먼저 바다와 군함이 한 눈에 보이는 장소를 선정해 민군복합형관광미항에 대한 공약을 밝혔다.

윤석열 후보는 “더 이상 이곳을 정쟁이 아닌 통합과 평화의 상징으로 저와 우리 국민 모두가 바꿔야 한다. 아시아 최고를 넘어 세계적인 관광 허브로 만들어서 강정마을과 제주도민들께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 제주해양관광 클러스터 조성의 핵심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그리고 군의 임무 수행을 차질 없이 지원하면서 세계 최고의 민군복합형관광미항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최선 다하겠다”면서 “자유대한민국의 국민 통합은 이제부터 여기 강정마을부터 시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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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군복합형관광미항을 찾은 윤석열 후보(왼쪽)와 원희룡 선대위 정책본부장. ⓒ제주의소리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까지 사용하며 민군복합형관광미항에 대해 강조했지만, 그만큼 중요한 강정마을 공동체 지원 사업은 제주 공약에서 빠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윤석열 후보는 민군복합형관광미항 다음으로 강정마을회 커뮤니티센터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는 조상우 강정마을회장, 윤호경 부회장, 이광준 부회장이 동석했다.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조상우 회장은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을 당부했다. 조 회장은 “원희룡 전 지사가 도움을 줘서 공동체 회복 사업 추진에 도움을 꽤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 부처다. 점점 부처들의 적극성이 떨어지고 있다. 왜 강정마을이 특별해야 하는지 의문시하면서, 행정 절차를 우선시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와 제주도는 9450억원 규모가 투입되는 38개 민군복합형관광미항 지역발전계획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은 도시계획도로, 크루즈터미널, 강정커뮤니티센터, 공동체회복공원 조성, 자전거도로 등 시설물 건설에 투자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상우 회장의 당부에 윤석열 후보는 “공동체 회복 사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느냐”고 물어본 뒤, “원희룡 본부장에게 사업 내용을 보내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희룡 본부장에게 “선대위에서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 사업에 대해 공약한 것이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원희룡 본부장은 “따로 넣진 않았다”고 말했다. 곧바로 “당연한 것이라서”라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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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맨 앞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광준 강정마을회 부회장, 윤호경 부회장, 조상우 회장, 윤석열 후보, 원희룡 정책본부장. ⓒ제주의소리

윤석열 후보도 “(제주 공약을 보니) 강정마을 것은 없었다. 원희룡 본부장이 지사 때부터 해온 일이기에 공약도 아닌 당연한 것이라서, 이행 문제만 남은 것이라서 뺀 것 같다”고 거들었다.

더불어 “강정마을이 우리나라의 통합과 치유의 현장이라는 출발점에서 깊이 고민하고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상징적인 사업을 잘 해나가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그러자 윤호경 부회장은 “강정마을이 파평 윤씨 집성촌이다. 주민 1/3이 윤 씨다. 반갑다”라고 화답하며 “후보님이나 전 지사님이 당연히 (공동체 회복 사업이 추진)된다고 하지만, 공약으로 넣지 않고 잊어버리지 않을까 절박한 마음으로 말씀드린다. 정부 부처 실무부서에는 공동체 회복 사업에 점점 소극적이다. 힘 써달라”고 피력했다.

한편, 윤석열 후보는 주민간담회에 이은 기자간담회에서 강정주민 사면과 관련해 “강정마을 주민 가운데 아직 사법 절차가 완결되지 않은 분들이 있다. 사면이라는 문제에 대해 (제가)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고 말씀 드릴 수 없는 입장이다. 강정마을이 평화와 통합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잘 생각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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