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에 멍드는 학생들] ④신고센터 접수 '무'...학교 대책위도 형식적

제주지역에서 학교 폭력 사건은 줄어들고 있지만 갈수록 흉포해지고, 집요해지고 있다.

또한 학교 폭력 가해 학생이 초등학교와 중학생으로 저연령화 추세이며, 폭력과 공갈.갈취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반면에 폭력 예방을 위한 '학교지킴이'나 '학교폭력신고센터'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형식적 운영에 그쳐 제도적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4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제주지역 학교폭력은 지난해 폭행 166건, 갈취 130건, 기타 20건으로 총 316건이었다. 이는 지난 2008년 456건, 2009년 329건으로 줄어들고 있는 수치다.  

올해 6월까지 학교 폭력은 폭행 67건, 갈취 11건 등 79건으로 지난해 157건에 비해 5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경찰청은 "학교폭력 건수는 2008년 이후 꾸준하게 감소하고 있지만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며 "가해학생도 초중학생으로 저연령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 제주지역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으로 '왕따'를 당한 학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 자살해 가해학생 11명이 무더기 불구속 입건됐고, 1년 6개월 동안 한 학생을 5명이 폭력을 휘두르고 금품을 갈취한 5명이 학생들은 경찰에 줄줄이 조사를 받고 있다.

심각한 학교폭력 상태에 대해 일선 학교들의 대응은 내부적으로 무마하거나 상담 등 소극적인 방법으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폭력에 대해 제도적 시스템으로 '배움터 지킴이'를 도입하고 있고, 각 학교마다 '학교폭력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교사.학생.학부모.경찰.행정 관계자들로 구성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도 구성돼 있다.이와 별도로 제주도교육청은 일년에 두차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만 대부분 유명무실한 편이다. 대부분의 학교폭력신고센터에는 명패만 달아놓을 뿐 사실상 접수되지 않는다. 

학교폭력(성폭력)에 대처하겠다며 도입한 ‘배움터 지킴이’도 정작 아이들을 상습갈취·폭력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선 학교 교사와 사법당국인 경찰에서도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사립중학교 모 교사는 "학교폭력 사건이 벌어지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가해 학부모와 피해 학부모를 불러 합의를 중재한다"며 "또한 가해 학생이나 피해 학생을 위(WEE)센터나 상담센터로 보내고, 가해 학생은 학교봉사를 하는 선에서 마무리되는 데 큰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김영옥 제주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장도 "피해 학생에 대한 실질적인 회복은 이뤄지지 않고 있고, 가해 학생은 상담이나 교육, 봉사활동을 시키고 있는 실정"이라며 "학교폭력이 심각한 상황인데 이런 정적인 대책으로는 또 다시 되풀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실질적 운영과 함께 학교내에 운동을 통한 감정적 조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도 했다.

김 계장은 "외국의 경우 가해자.피해자가 화해와 용서하는 자리 마련하고, 지역사회에서 가해자나 학부모 책임을 강제적으로 조치하는 등 책임을 지운다"며 "현재의 형식적인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이런 식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계장은 "아이들의 경우 순간적인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운동기구나 팀을 만들어서 감정조절을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도와야 한다"며 "학교폭력 문제는 단순히 학교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나 국가에서도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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