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신 도법 스님, 조계종 중앙종회와 국제평화회의 참석

▲ 도법스님(지리산 실상사 회주)은 제주출신(한림읍)으로 생명평화운동을 통해 한국사회의 다양한 현안들에 대해 건강한 대안찾기에 주력하고 있는 불교계 대표 인사다. 도법 스님은 지난 2004년 약 40일간 제주도에서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을 이끄는 등 그해부터 3년간 전국 곳곳을 탁발순례하기도 했다. 스님은 여러차례 강정마을을 방문, 해군기지 건설이 강행되는 것에 대해 "4.3의 교훈과 4.3영령들의 바람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지적해왔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제주해군기지 일방적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가운데, 오는 24일 제주에서 국내외 평화운동가와 종교인들이 대거 참석하는 국제평화회의 개최를 앞두고 불교의 대사회 실천운동에 앞장서온 제주출신 도법(64. 지리산 실상사 회주) 스님이 “강정마을에 생명평화의 꽃을 피우게 해달라”는 간절한 염원을 전해와 주목된다.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도법 스님은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 화쟁위원회와, 종회의원인 지홍·지현·법안·적천 스님, 자성과쇄신결사본부 사무총장 일감 스님 등과 함께 오는 24일부터 25일까지 1박2일간 제주도 강정마을과 구럼비 해안을 방문하고 제주국제평화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도법 스님은 이미 4~5차례 강정마을을 방문한 바 있다.

조계종단 최고 의결기관인 중앙종회 소속 종회의원 스님들과 종단 공식기구인 화쟁위원회가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공개적인 행보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어떤 역할을 해낼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도법 스님은 화쟁위와 종회의원 스님들과 함께 ‘강정을 생명평화마을로,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제주국제평화회의 개막식(24일 오후 2시 제주 4․3평화공원) 참석, ‘강정마을에 생명평화의 꽃을 피우게 합시다’라는 주제의 인사말을 전할 예정이다.

언론에 미리 배포한 인사말에서 도법 스님은 “저는 여러 차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어도 한반도에서 제주도만큼은 4․3과 같은 비극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는 그런 땅으로, 그래서 많은 생명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생명평화의 섬으로 지켜지고 가꾸어지길 간절히 염원한다고 밝혔고, 이 아름다운 강정마을이 생명평화의 마을로 거듭나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도법 스님은 이어 “지난 해 생명평화결사 100일 순례의 첫 행선지를 제주도로 잡은 것도 제주도가 평화의 섬이고 아픔의 땅이기 때문에 그 아픔을 치유하고 평화의 의미를 되새겨 생명평화의 씨앗을 키워낼 수 있는 구체적 몸짓을 제주에서 시작해보자는 취지였습니다”라며 “그러나 상황은 갈수록 이런 저의 염원과 멀어지고 있습니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 지인들의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통해 강정마을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온통 우울한 것들뿐”이라고 우려했다.

도법 스님은 또,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경찰과 해군은 구럼비 해변에 펜스를 치고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합니다.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종교인, 시민활동가는 공사를 막기 위해 결사적으로 저항합니다”라면서 “이 둘 사이의 갈등이 불거져 체포, 감금, 봉쇄, 사법처리 같이 아프고 괴로운 사태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 도법 스님. 지난해 3월1일 ‘한반도 생명평화공동체’를 염원하는 100일간의 전국 도보 순례 길의 첫 여정으로 제주를 찾았다가 순례단이 전국 100일 순례 대신, 강정마을에서의 100일 순례 일정으로 변경하며,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

고향이 제주 한림이자, 4.3유족인 도법 스님은 “저는 제주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4․3의 비극으로 아버님을 여의었습니다”라며 “4․3의 비극이 무엇입니까? 좌·우로 편을 갈라 상대방을 넘어뜨려야만 내가 산다는 사생결단의 갈등이 빚은 참극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아픔을 겪었던 제주도에서 이런 아픔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운 심정에 속이 타들어갑니다”라고 4.3의 아픔을 되새겼다.

도법 스님은 해군기지 갈등 ‘해법’과 관련, 제주도민들의 역량 결집이 우선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도법 스님은 “해군기지 갈등의 근본적 원인을 정부와 해군, 강정마을에서만 찾아선 안 됩니다. 먼저 제주도민이 이 문제를 도민 전체의 일로 보고 행동해야 합니다”라며 “제주도 도지사를 위시해서 진보, 보수를 망라한 모든 도민의 이름으로 해군기지 문제를 다루고 행동해야 합니다. 도민들의 의지와 힘이 모아지지 않기 때문에 이런 갈등이 자꾸 발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도법 스님은 이어 “강정마을은 또 제주도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해군기지로 빚어진 갈등을 해소하고 제주도가 평화의 섬으로 지켜지고 가꾸어질 때 대한민국, 나아가 한반도 전체가 생명평화의 나라, 생명평화의 공동체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라며 “강정마을의 소중한 공동체가 이렇게 파괴되는 것을 외면하거나 방치한 채 한반도 모든 구성원이 꿈꾸고 실현시킬 수 있는 희망의 미래는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4·3 영령들의 염원이 무엇이겠습니까? 그들의 염원은 생명평화 세상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현재 강정마을 주민들의 바람이 무엇이겠습니까? 갈등과 대립을 끝내고 생명평화의 고향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염원과 바람에서 해답을 찾도록 머리와 가슴을 맞대야 합니다”라며 강정 마을을 생명평화의 마을로 꾸려 갈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끝으로 도법 스님은 “강정마을이 생명평화의 꽃을 피우는, 생명평화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고 가꾸어나가는 아름다운 섬마을이 될 수 있도록 국제평화대회에 참석하는 모든 분들의 염원과 기원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라며 “평화만이 평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한편 조계종 화쟁위와 종회의원 스님들은 이날 국제평화회의 행사 후 저녁 시간 강정마을로 이동해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다음날 아침 해군기지 건설 현장인 구럼비 해변도 방문할 계획이다. 행사 주최 측에선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등 4개 종교계 지도자 간의 만남도 추진 중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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