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제주-경남 제치고 강원도 평창 선택...'대응 부족'  논란일듯

총회가 제주에서 열릴 경우 회의장소로 쓰려 했던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제주의소리 DB>
'환경올림픽'인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 이은 또하나의 매머드급 국제회의를 유치하려던 제주도의 계획이 무산됐다.

참가규모 면에서 WCC를 압도하는 제12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UNCBD COP12) 유치에 실패했다.

환경부는 30일 오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내년 9~10월쯤 열리는 제12차 유엔 생물성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개최지로 강원도 평창을 선택했다. 구체적인 장소는 평창 알펜시아 일대.  

개최지 결정 직전, 총회 유치 경쟁에 뛰어든 경남(창원)과 제주도(서귀포시), 강원도는 45분씩 주어진 PPT를 통해 저마다 총회 개최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제주도는 PPT에서 잘 갖춰진 회의 인프라를 비롯해 지난해 열린 WCC와 숱한 정상회담 개최 경험, 정부가 지정한 국제회의도시, 세계 최초의 환경수도 추진, 8000여종에 이르는 풍부한 생물자원 등을 집중 부각했다.

특히 김선우 환경.경제부지사가 참석해 지자체의 의지를 과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반면 강원은 평창이 환경올림픽을 추구하는 2018동계올림픽 개최지라는 점, DMZ(비무장지대) 및 백두대간의 생태적 의미 등을 부각했다.

또 경남은 한.중.일 따오기 복원사업과 습지보전 시책 등 각종 생물다양성 보전사업, 람사르 총회와 유엔 사막화방지협약총회 개최에 따른 노하우를 내세웠다.

3개 도시의 PPT가 끝난 직후 현장에선 경남과 제주도가 경합중이라는 전망이 나돌고, 제주도 관계자 역시 "분위기가 좋다"며 총회 유치를 낙관하기도 했으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그동안 제주도는 회의 인프라 등 공정한 잣대로만 본다면 경쟁 도시보다 월등한 우위에 서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면서 한편으로 '힘의 논리'를 경계했으나 사실은 추진 동력 면에서 밀렸다.

출발이 매우 늦었을 뿐더러 도민의 총의를 모으지도 못했다. 제주도는 사실상 올들어서야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제주도는 그 이유를 "WCC 때문에 여력이 없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12차 총회 한국 개최는 2012년 10월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열린 11차 총회에서 결정됐다.

경남은 그 이전부터 발빠르게 움직였다. 2011년 유엔 사막화방지협약(UNCCD) 당사국총회를 개최할 때부터 생물다양성총회 당사국총회까지 겨냥했다. 특히 2012년 3월에는 범도민유치위를 꾸리는 등 일찌감치 총회 유치에 팔을 걷어부쳤다.

강원도 역시 만만치 않았다. 도민을 상대로 대대적인 준비상황보고회를 열어 붐을 조성하는 등 총력전을 폈다.

반면 제주도는 총회 자체가 도민사회에 전혀 알려지지 않는 등 대응이 부족했다.

상황이 이렇자 경남과 강원은 오래전부터 유치 경쟁이 사실상 '경남-강원 2파전'으로 압축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일부에선 제주도가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가 갖는 의미와 가치를 외면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세계적인 환경도시로서 입지를 다질 절호의 기회인데도 WCC 핑계를 대면서 유치 신청만 해놓고 사실상 손을 놓았다는 것이다.

얼마전 마이스업계 관계자는 "제주도가 WCC에 이어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까지 유치하게 되면 세계 최초의 환경수도 인증이라는 야심찬 목표가 더욱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데도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따라 향후 책임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1993년 발효된 생물다양성협약은 기후변화협약, 사막화방지협약과 함께 유엔의 3대 환경협약으로 불린다. 당사국총회는 2년마다 지구촌의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이행방안을 논의하는 장이다. 193개 당사국과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GO) 등 2만명 안팎이 참가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총회 개최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4631억원으로 예상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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