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노인과 소년소녀가장 위한 '특별한 선물'
북제주자활·흙살림·한살림 공동 '나눔의 김장 담그기'

▲ 오근수 북제주자활후견기관 관장.ⓒ제주의소리
▲ 북제주자활후견기관, 흙살림제주도연합회, 한살림제주 등은 24일 소외받는 노인과 소년소녀가장들의 겨울나기를 위해 1200여포기의 김장을 담갔다.ⓒ제주의소리
"오늘 나누는 김치는 특별한 인정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한경면 신창리에 있는 자활체험관에서는 '아주 특별한 크리스마스' 행사가 진행됐다.

추운 겨울 홀로 외롭게 지낼 지역 노인들과 소년소녀가장들을 위한 '나눔의 김장 담그기'가 그것.

▲ ⓒ제주의소리
북제주자활후견기관, 흙살림제주도연합회, 한살림제주 공동으로 진행된 이날 김장 담그기 행사에서는 1200여포기의 배추가 맛있는 사랑의 김치로 변신, 어려운 이웃들에게 온정으로 전해졌다.

이날 김장을 주관한 세 단체는 추운 겨울, 혼자 사는 노인들과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최상의 선물을 하자는 취지로 모든 재료를 유기농 농산물로 사용했는데 그 재료 또한 순수한 후원으로 충당했다는 것에 훈훈함을 더한다.

▲ ⓒ제주의소리
행사에 사용된 배추는 모두 흙살림제주도연합회의 생태텃밭 '우영'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친환경 농법으로 직접 키운 것이고 무는 한살림에서 친환경으로 재배한 것. 그외 사용된 재료도 모두 유기농 친환경 농산물인데 비용 마련을 위해 북제주자활후견기관은 지난 9일 열린 '사랑의 바자회'에서 호박죽과 김장 김치를 판매했다.

오근수 북제주자활후견기관 관장은 "그 동안 끊임없이 소외받아오던 어르신들과 아이들에게 비록 김치이지만 이번 만큼은 최고의 김치로 선물하고 싶었다"며 "관의 도움없이 순수하게 민의 후원으로, 민의 힘으로 이번 행사를 진행하게 돼 더욱 뜻깊다"고 밝혔다.

▲ 김영호 흙살림제주도연합회 회장.ⓒ제주의소리
배춧잎을 하나하나 들추며 속속이 양념을 치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흙살림제주도연합회의 김영호 회장(53). 그는 20살 때부터 줄곧 농사를 지내온 농사꾼이다.

전망이 보이지 않는 농사의 돌파구로 삼은 것은 친환경 농업. 그렇게 친환경 농업의 길을 걸어온 것이 벌써 10여년이 흘렀다.

김 회장은 "청정 제주야말로 친환경 농업으로 환경도 살리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지 않겠느냐"며 "앞으로는 친환경 농업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물이고 이를 위해서는 지하수를 보존해야 하는데 안전한 지하수를 위해서는 농업이 먼저 친환경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이번 김장에 사용되는 배추는 지난 여름부터 생태 텃밭에서 신촌교 어린이들과 함께 땀 흘리며 재배한 정말 소중한 배추"라며 "이 배추로 담근 김치로 어려운 이웃들이 추운 겨울을 잘 지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우리들이 정성들여 키운 배추가 사랑의 김치로 변했어요!'ⓒ제주의소리
오늘 처음 해보는 김장 담그기에 잔뜩 재미를 붙인 백승주·송제윤 어린이(신촌교 5)는 자신들이 정성 들여 키운 배추가 사랑의 김치로 변해 혼자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을 알고 더욱 뿌듯해 한다.

많은 이들의 정성이 모여 만들어진 이날 김장 김치는 5kg씩 지역내 혼자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가장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2005년 마지막 '함께하는 밥상'을 준비하며…

▲ 오근수 북제주자활후견기관 관장.ⓒ제주의소리
지난 4월 소외받는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식단의 개념으로 '함께하는 밥상'이 시작됐다.
하지만 1인당 2000원 정도의 비용으로 제대로운 식사를 제공하기가 어려웠다. 또 60명 정도에 대한 지원금으로 100여명을 어르신들을 모시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함께하는 밥상'을 하면서 진정한 나눔과 민의 힘을 알게됐다.
'함께하는 밥상'이 진행됨에 따라 주위에서의 후원이 이어졌다. 여기서 후원은 금전적인 후원만이 아닌 농산물 후원, 봉사 등이 그것이다.
지역주민들에 의한 후원 뿐 아니라 실제 '함께하는 밥상'을 함께하는 어르신들이 텃밭에서 기르던 채소며 농산물 등을 조금씩 가지고 오시면 그것으로 반찬을 해서 다시 어르신들을 모시는 형태로 진행돼 왔다.
이러한 나눔과 후원을 통해 일회적 관계가 아닌 어르신들과의 일상적 관계로 발전해 더 이상 소외받지 않는, 지역 주민들과 화합을 이루고 새로운 삶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행사로 끝까지 지속시키고 싶다.
처음에는 어르신들을 섬기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어르신들이 우리들을 배려해 주신다.
조금 안타까운 것은 어르신들의 삶이 변화하고 긍정적으로 발전했지만 지역내에서는 아직도 소외되고 초라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또 예산배정의 문제로 가장 힘들고 어려운 1, 2월에는 '함께하는 밥상'을 진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정책은 성장에 대해서는 독려하지만 분배에 대해서는 미흡하다.
특히 절대약자인 빈곤층에 대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게 배정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민의 힘을 보여줄 것이다. 이를 통해 고령화 되고 있는 농촌에 주민간 화합하며 생활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가 조직될 수 있도록 운영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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