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날한시 사고 당한 제주출신 정현선 씨와 예비신랑 김기웅 씨 안타까운 사연

“하늘나라에서라도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아”

세월호 침몰로 숨진채 발견된 제주출신 승무원 정현선(28) 씨와 그의 예비신랑 김기웅(28)  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지난 18일 인천 길병원에서 열린 기웅 씨의 장례식장을 또 한 번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기웅 씨는 앞서 지난 17일 사고해역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고, 이어 18일 오전에는 현선 씨 주검까지 발견됐다. 올가을 결혼을 약속한 김기웅 씨와 정현선 씨가 세월호에서 함께 숨진 채 발견돼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한 것.

18일 오후 인천 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로 숨진 김기웅씨 빈소. 그의 빈소에는 함께 숨진 예비신부인 제주출신 정현선 씨와 찍은 다정한 사진이 놓여 있어 조문객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 인천뉴스 신창원 기자 / 이 사진은 인천뉴스와의 기사제휴에 의해 싣습니다.
인천길병원서 열린 기웅 씨의 장례식장에서 모친 김광숙(59) 씨는 "처음 사고소식을 접하고 현선이 걱정에 눈앞이 캄캄했는데 우리 기웅이 까지 세월호에 탔다는 사실을 알고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며 "아들이 제주도에서 봄에 신을 운동화를 사다 준다고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모친 김 씨는 "기웅이와 현선이는 4년 전부터 사귀었다. 기웅이가 대학(인천대)을 졸업하면 올 가을쯤 결혼시킬 계획이었는데…. 하늘나라에서라도 함께 행복하게 살도록 영혼결혼식이라도 올려줄까 한다."며 연신 눈물을 쏟아냈다.

18일 오후 인천 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로 숨진 김기웅씨의 빈소를 찾은 한 조문객이 고인을 기리고 있다. ⓒ 인천뉴스 신창원 기자 / 이 사진은 인천뉴스와의 기사제휴에 의해 싣습니다.

기웅 씨는 인천대에 입학해 군대에 다녀온 후 4년 전부터 세월호가 속한 청해진해운에서 불꽃 연출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이 과정서 승무원으로 일하던 정현선 씨를 만나게 됐다. 

지난 14일 기웅 씨는 제주도행 오하마나호에 승선했고, 16일에도 세월호가 아닌 오후에 출항하는 오하마나호에 승선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기웅씨는 단원고 학생들의 수학여행 이벤트를 마련하기 위해 일정을 바꿔 15일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인천으로 되돌아와 그날 저녁 세월호에 승선했다.

결국 기웅 씨는 예비신부인 현선 씨와 함께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들 품으로 돌아와야 했다.

정 씨는 서귀포시 강정동 출신으로 지난 2004년 제주에서 고교를 졸업한 후 청해진 해운 세월호의 승무원으로 일하며 선내 안내역할을 맡아 왔다. 정씨는 얼마전까지 제주시내에 거주하다가 주소지를 서울로 옮겼다.

정씨의 시신은 119구급차로 목포중앙병원에서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져 가족들과 장례 절차가 진행 중으로, 예비신랑 기웅 씨와 같은 길병원에 빈소가 차려질 것으로 전해졌다.

양가의 가족은 기웅 씨와 현선 씨의 49재에 맞춰 두 사람의 영혼결혼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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