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야 하는(Reminder),  2012, 캔버스에 아크릴.jpg
▲ 'Reminder', Sujin Wattanawongchai.

제주시 원도심에 위치한 아트센터 ‘비아아트’가 올해 첫 해외작가로 수진 와타나옹차이(Sujin Wattanawongchai, 태국)를 선정하고 작품을 선보인다.

오는 25일부터 10월 31일까지 열리는 ‘Now and Here’ 전에서는 그의 최근작인 회화와 판화 21점이 소개된다.

보통의 판화는 여러 점을 찍어내지만, 그는 그림처럼 단 한 점만 나오는 모노프린트를 선보인다. 디테일이나 섬세함보다는 순간의 느낌과 빠른 붓터치와 같은 자연스러운 손동작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어릴 적 중국계 아버지의 영향으로 중국문화에 익숙했고, 방학이 되면 외가댁이 있는 시골 마을에서 태국 시골 생활을 경험했다. 어린 소년에게 중국과 태국의 두 문화는 다르지만 서로 조화롭게 섞여 하나의 생활방식이 됐다.

다른 문화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을 삶의 경험으로 체득한 셈이다. 수천 년간 지속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승려의 독경 소리를 듣는 것은 작가가 좋아하는 일상의 일이라고 한다. 작가는 붓다의 가르침을 상징하는 여러 모습의 붓다를 그리는 대신, 가장 대중적인 불경 구절을 산스크리트 어로 캔버스에 스텐실로 작업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불경 구절을 화면에 반복하여 쓰는 과정이 작가에게는 바로 명상 수행이었다. 그는 고요히 평화롭게 완전한 몰입을 이루어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수진 와타나옹차이는 이런 수행의 여정 속에서 피어난 메시지를 작품에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2012년 6월 18일 저녁, 뉴욕 타임즈 스퀘어(Times Square)의 25층 빌딩 높이의 빌보드 전광판에 ‘Art Takes Times Square’라는 거대한 아트쇼가 열렸다. 바로 이 쇼에 그의 작품이 소개됐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미국에서 판화와 회화를 전공하고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뉴욕에 있을 때, 그는 사람들이 사용하고 버린 지하철 티켓을 모아 이를 재료로 작업했다. 이 작업으로 미국 팍스(Fox) 뉴스에 ‘매트로 카드 작가(Metro card artist)’로 소개돼 주목받았다. 일상의 풍경을 추상언어로 그려낸 그의 회화는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번 전시에도 이 신선함은 그대로 이어진다.

비아아트 관계자는 "그의 색은 신비롭다. 흔히 볼 수 없는 묘한 아름다움이 그의 그림에는 가득하다"며 "깊고 부드러운 색채에 태국어, 영어, 중국어, 산스크리트 어, 숫자가 등장하여 낯설면서도 신기한 느낌을 전달한다"고 평했다.

문의=비아아트(064-72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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