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기념사에서 "수익사업 구체화" 의지...ICC "내부적으로 추진중단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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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17주년을 맞은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가 외국인 카지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강기권 ICC Jeju 대표이사는 30일 창립 17주년 기념사를 발표했다.

강 대표는 "개관 이래 국제회의 262건을 포함, 2649건의 행사들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며 "대형행사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본연의 역할 이외에, 인프라 시설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익신장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식음사업 직영, 내국인 면세점(제주관광공사) 입점, PCO 사업 활성화, 직영 및 수수료 매장 오픈 등으로 개관 당시 23억원이던 매출은 이제 100억원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며 "이런 매출 상승과 현금 기준 흑자를 통해 지난 2010년에 99억원이던 차입금 규모도 올해 말에는 58억원 내외로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제 창립 17주년을 맞아 이런 성과를 넘어서는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경쟁력을 극대화해 ICC JEJU만의 브랜드를 정립해 ‘MICE산업을 선도하는 최고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 경영정상화를 통한 자립경영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경영정상화는 제주 마이스산업 발전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항"이라며 "이를 위해 센터 건립시 검토되었던 수익사업들은 물론, 중장기 경영전략 수립용역에서 검토된 수익사업들을 구체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컨벤션센터 설립 당시 검토된 수익사업은 면세점과 케이블카, 외국인카지노가 있다. 또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된 '중장기 경영전략 수립 용역'에는 수익사업으로 외국인카지노, 전통체험관, 제2 전시시설 확충, 제주힐링센터 해외교포 정착촌 등 8개가 제시됐다.

이날 강 대표의 기념사에 '카지노'라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사실상 외국인 카지노를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실제로 설립 당시 검토된 수익사업 중 현실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건 외국인카지노 밖에 없고, 중장기 경영전략 수립 용역에서 나온 8가지 수익사업 중 제대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역시 '외국인 카지노' 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외국인 카지노에 대한 원희룡 지사의 입장이다. 

원 지사는 강 대표가 도의회 업무보고에서 외국인카지노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도대체 왜 그러는 지 모르겠다"며 강 대표를 질타한 바 있다.

원 지사는 외국인카지노 신규 허가는 없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해 온 바 있다.

원 지사는 "(ICC Jeju 외국인카지노는)현재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 가타부타할 일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강 대표가 외국인카지노를 계속 추진할 뜻이라면, 원 지사의 도정 방침을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 된다.

이에 대해 ICC Jeju 관계자는 "외국인 카지노 문제는 도정에서 반대하고, 도민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에 강기권 대표께서 추진 중단을 내부적으로 결정했다"며 "도민여론이 좋아지면 나중에 추진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ICC Jeju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제주관광학회에 의뢰한 ‘외국인 카지노 설치 추진전략 연구용역’ 최종 결과를 제출받았지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용역 결과 경제적인 사업 타당성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고, 외국인 카지노 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규모도 제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 도정 방침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민여론도 카지노에 부정적이어서 자칫 공개했다간 집중포화를 맞을 수 있다. 수천만원의 용역비만 날릴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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