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과 형식 일치하는 탓...“진짜 군인될 사람만 응시해라” 요청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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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내 고등학교에서 사관학교 시험 응시자 수가 고공행진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사관학교가 인기가 많아서가 아닌, ‘수능 연습용’으로 1차 시험을 치르려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 사관학교의 1차 학과시험은 오는 2일. 멋진 엘리트 군인을 꿈꾸는 고등학생들에게는 놓칠수 없는 기회다.

이상한 점은 군인을 꿈꾸지 않는 학생들이 응시하는 경우도 많다는 데 있다. 이는 한 두해가 아니라 꽤 오래전 부터 이어져온 현상으로 알려져있다.

사관학교 시험은 국어, 수학, 영어 세 과목으로 나눠 실시되는데 시험 시간과 형식이 수능과 사실상 일치한다. 이 때문에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수능 테스트용’으로 사관학교 시험을 응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교육현장의 설명이다. 

고3 수능시험을 앞둔 일반 수험생들이 수능의 난이도와 시험유형 등을 미리 확인해보는 '테스트' 용으로 사관학교 시험이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이 때문이다. 응시료가 2만5000원으로 부담이 없는 것도 한 몫 하고 있다. 

도내 A고의 경우 올해 육사, 해사, 공사, 간호 등 4개 사관학교 시험 응시자가 62명에 이른다. B고의 경우 49명, C고는 32명이다. 한 학년에서 군인이라는 특정 직업군에 흥미를 가진 학생들만 응시했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숫자다. ‘허수’가 섞여있다는 말이다. 

도내 한 고등학교 교사는 “사관학교 시험의 경우 수능 연습 삼아 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수능과 형식이 사실상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이어지자 아예 학교 자체에서 ‘수능 연습용으로 응시를 삼가라’고 요청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또 다른 고등학교 교사는 “예전부터 이런 학생들이 계속 이어지자 올해 우리학교 같은 경우 에는 수능연습용으로 응시하는 학생들은 가급적 보지 말라고 홍보를 했다”며 “그러나 이렇게 말을 해도 학생들은 수능이 중요한 만큼, 미리 (유사한 시험을) 경험해보기 위해 응시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응시자 대 합격률’을 추산할 경우 극히 수치가 낮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연습삼아 사관학교 시험을 보는 경향이 있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다소 난처해하며 “합격률로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가 나온 사례가 있어 자세한 내용을 말해주기 어렵다”고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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