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994년 첫해 한여름 밤 축제부터 줄곧 기획·진행 도맡은 김영수 씨


제주를 대표하는 여름 축제 '2014 한여름 밤의 예술축제'가 12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지난 5일 내년을 기약하며 폐막했다. 

탑동 해변공연장에는 아직 공연의 열기가 가시지 않았지만 제주국제관악제가 연이어 열리며 무더위를 예술의 물결로 식히고 있다.

한여름 밤의 예술축제는 올해로 21년 역사를 자랑한다. 사람으로 치면 출생에서 성년을 넘어선 시간을 축제 무대에서 고스란히 함께 한 김영수(54, 제주시 문화예술과) 씨는 언뜻 무뚝뚝해 보이지만 축제에 대해 설명할 때면 애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1994년 7월 9일부터 8월 27일까지 첫 공연부터 21년 동안 김영수 씨는 공연 준비 업무를 도맡아왔다. 지난 21년간 축제의 모든 것에 자신의 땀과 노력을 담은 축제의 산증인 셈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공연자 섭외는 그의 손에서 시작되기에 한여름 밤의 예술축제에 남다른 애정을 가질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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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문화예술과 김영수 씨. 그는 지난 21년간 무대 뒤에서 제주 한여름밤 예술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해온 숨은 주역이다.  ⓒ제주의소리
오랜 시간만큼 기억에 남는 추억도 다양하기 마련.

1994년 7월 8일, 첫 공연을 하루 앞두고 탑동 광장에서 무대를 설치하던 중 북한 김일성 사망 소식을 듣고 한참 동안 멍하니 텔레비전을 지켜봤고, 유명한 가수를 섭외했지만 오케스트라와 함께 불러야하는 조건에 공연을 손사래 친 웃지 못할 사연도 있다.

당초 한여름 밤의 예술축제는 2001년까지는 7월초부터 8월 말까지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공연했다. 당시 관람객은 최대 6만 4400명에 달할 만큼 큰 규모를 자랑했다.

그러나 조금씩 줄어든 예산과 제주국제관악제가 연이은 일정으로 열리면서 기간이 현재 수준으로 축소됐다.

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무더위 속에 공연을 준비하다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속옷이 마르고 젖기를 반복한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어느덧 7월만 되면 제주시민 뿐만 아니라 제주를 찾아온 많은 내외 관광객들이 탑동야외공연장으로 발길을 향한다. 아마추어와 프로를 가리지 않고 무대에서 혼을 다해 열정을 뿜어내는 도내외 문화예술인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의 출연자 섭외는 2월에 시작해 4월 전에 마무리 짓는다. 혹시나 발생할 변수에 대비하고자 여유를 두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2개월이라는 섭외 기간이 짧을 수 있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다 좋은 출연자를 '모시기' 위해 1년·365일을 온전히 바쳐 촉각을 곤두세운다.

실력 있는 예술인이나 공연팀을 알게되면 반드시 기억해두고, 그동안 쌓인 인맥을 동원에 섭외에 나선다. 제주시를 넘어 제주도 대표 여름축제라는 자부심으로 최고의 실력자를 모시겠다는 신념은 유명 가수를 비롯해 실력파 예술가를 탑동 무대에 서게 했다.

김 씨가 가장 인상 깊게 기억하는 출연자를 물었더니 빼어난 실력을 선보인 마당극패 우금치를 비롯해, MR없이도 멋진 공연을 선사한 신효범, 이선희, 김세환 등 다양한 가수의 이름을 줄줄 꿴다.

유명 출연자를 도민들 무대에 세우는 것에도 뿌듯함을 느끼지만, 제주도내의 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 무대를 제공하는 것도 그에게는 큰 보람을 가져다준다.

과거에 비해 공연 일정이 대폭 줄어들면서 지역예술가들이 설 기회가 불가피하게 줄어들었지만 앞으로도 제주 문화예술인들의 설 수 있는 무대를 더 확대하는데 보다 더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여름 밤의 예술축제는 시민·도민들과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더 좋은 무대로 만들고자 고민할 때 발전하며 그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에 더 좋은 공연을 기획해야죠"라는 약속을 남기며 무대 뒤로 사라졌다. 

명실공히 제주의 여름밤을 축제의 열기 속으로 이끄는 대표축제. 그 축제의 산파 혹은 산증인을 맡아왔지만 늘 그는 무대 뒤에 있다. 김영수 씨. 그는 제주 한 여름밤의 예술축제의 숨은 주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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