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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공소시효 완성” 면소 판결...피의자 7명 중 4명은 유죄

[기사수정 2014.08.20 14:23] ‘제주판 도가니’로 불리는 제주시내 모 아파트 장애인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공소시효 논란이 있는 피의자 3명에 대해 면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옛 법률상 공소시효가 지났더라도 개정된 법률의 입법취지와 사회적 공익을 고려해 공소시효 유지로 판단해 유죄로 봐야 한다는 1심 판결을 스스로 뒤집으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광주고등법원 제주형사부(김창보 제주지방법원장)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3명에게 원심을 뒤집고 20일 면소 판결했다.

면소는 과거 혐의에 적용됐던 법률이 폐지됐을 때 법원이 유무죄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2002년 4월 제주시내 모처에서 술을 마시다 모 아파트 놀이터에 있던 여성 A(당시 23세.지적장애 2급)씨를 단지 내 이모씨의 집으로 데려가 번갈아 성폭행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피의자들은 모두 A씨에 대한 성폭행 사실을 인정했으나 변호인측은 공소시효 10년이 지난 만큼 처벌을 할 수 없다며 면소를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부진정소급효’를 적용해 지난 3월 구속 기소된 고모(39)씨에 징역 10년, 이모(39)씨는 징역 8년, 김모(39)씨에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성폭법)상 특수강간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범행 시점인 2002년 4월을 적용하면 2012년 4월에 공소시효는 끝난다.

검찰이 적용한 성폭법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그 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특례법)이 제정되면서 2010년 4월5일 폐지됐다.

성폭법 폐지와 함께 성폭력특례법이 제정됐고 2011년 11월17일 개정절차를 거쳐 장애인에 대한 강간죄 공소시효를 뺐다. 문제는 이전 사건에 대한 경과규정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2년 12월 성폭력특례법이 개정되면서 뒤늦게 경과규정이 만들어졌지만 2012년 4월에 끝나는 공소시효는 이미 지난 시점이었다.

검찰은 성폭법상 공소시효가 완료되기 전인 2011년 11월 성폭력특례법이 개정되면서 공소시효를 배제한 만큼 ‘부진정소급효’을 적용하면 유죄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부진정소급효는 법률이 개정돼도 그 사안(공소시효)이 진행중일 경우 개정된 법을 소급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검찰은 개정안에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단순 누락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2011년 11월 개정안에 소급적용을 위한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점은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공소시효 완료일 이전 개정안에 경과규정이 없는 만큼 형사소송법상 원칙적으로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다”며 “공소시효 10년이 완성돼 면소 판결한다”고 밝혔다.

제주판 도가니 사건은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제주시내 모 아파트 주민 7명이 장애인 이웃여성 7명을 상대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7명 중 4명은 모두 실형을 선고 받아 복역중이며 이날 무죄를 선고 받은 3명은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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