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대 총장 선출 논란] (2) 추천위 심사 '의심스런 정황' 드러나

제주국제대 총장 선출 논란의 배경을 알려면 지난 7월 30일 열린 학교법인 동원교육학원의 2014년도 제10차 이사회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공개된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이사회에서 고한권 추천위원장은 일련의 심사 과정을 설명했고 곧 이어 이사 전원이 “추천위 심사결과는 그 공정성에 의심이 갈만한 소지가 있으므로 이를 고려하지 않고 표결에 부치기로 의견을 모은다”고 돼 있다. 

이후 1명 반대, 5명의 찬성으로 제주국제대 제1대 총장에 고충석 전 제주대총장이 선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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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국제대 전경. 이사회 파행이라는 긴 터널에서 겨우 빠져나왔지만 이번엔 총장 선출 논란으로 또 다른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제주의소리DB

30일 이사회에서는 무슨 일이?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이사들은 추천위 심사결과의 공정성에 강한 의심을 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추천위 심사 항목은 후보자 자질, 경영 능력, 비전 제시 등 4가지. 항목별 최저점은 1점, 최고점은 5점이다. 따라서 심사 때 마다 위원 1명이 한 후보에게 줄 수 있는 총점은 최저 4점, 최고  20점이다. 서류와 면접 두 차례에 걸쳐 심사가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원 1명이 한 후보에게 줄 수 있는 최저점은 8점, 최고점은 40점이 된다.

이사회에 참석했던 이사 A씨는 “일부 추천위원들이 고충석 전 총장에게는 모든 항목에 최저점을, 김봉진 교수에게는 최고점을 줬다”며 “심지어 점수를 합산하는 총계란에도 ‘1점’을 적어 넣은 채점지도 2개나 발견됐다”고 말했다. 의도적으로 1점(최저점)만 적어 넣으려다 보니 합계란인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마찬가지로 최저점을 표시했다는 말이다.

A씨는 “이건 사실상 심사를 안했다는 얘기다. 특정인의 지시에 충실히 따른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며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또 “그래서 이 결과를 따를 것이냐, 아니면 이사회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것이냐를 두고 논의한 끝에 이사회 내에서 자체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사회 결정에 반대하는 측이 주목하는 ‘추천위원장의 입’에 대해서는 “추천위원장이 이사회에서 한 말은 ‘점수 편차가 너무 심하다’는 맥락이었다”고 설명했다. 추천위 심사 과정에 문제 소지가 있으므로 이사회에서 잘 따져보라는 것이지, 특정인에 대한 지지를 유도한게 아니라는 얘기였다.  

이사회에 참석했던 또다른 이사 B씨도 “일부 추천위원들이 특정 후보에게 일괄적으로 최저점을, 다른 후보에게는 일괄적으로 최고점을 준 것으로 보였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사실 추천위 채점 결과는 ‘1순위, 2순위’로 나눠지지도 않는다. 더구나 이를 바탕으로 총장을 선임하는 것은 이사회 고유 권한”이라며 이사회 결정에 하자가 없음을 강조했다.

또 “당시 상황(추천위 심사)을 보고하기 위해 참석한 추천위원장은 ‘어떠어떠한 부분이 좀 이상하다.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얘기를 했지 ‘특정 쪽이 담합했다’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며 “게다가 추천위원장이 어떤 발언을 했다고 해서 이사회가 나름대로의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이에 휘둘렸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이사회는 일부 추천위원들의 채점 결과, 즉 김봉진 교수에게 최고점을 주고 고충석 전 총장에게 최저점이 연달아 나오자 공정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고, 결국 고 전 총장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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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국제대 캠퍼스에서는 선거 전반을 관리한 교수들에 대한 비판 플래카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제주의소리

양쪽 다 ‘채점표 공개’ 요구 주목

현한수 동원교육학원 이사장은 지난 21일 이 문제와 관련해 교수, 노조, 총동창회, 총학생회 등 학내 구성원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었다. 현 이사장은 사태의 원활한 해결을 위해 양 측간의 소통과 양보 등을 요청했으나 이 날 회의에서도 양측 간 열띤 공방이 오고 간 끝에 별다른 결론 없이 회의가 마무리됐다.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도 양측의 공통적인 요구가 하나 있다. 추천위원회 채점표 공개다.

김봉진 교수는 “지금 정확히 점수가 어떻게 되는지, 혹은 찬성 측의 설명 대로 심사가 이뤄졌는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때문에 채점표를 공개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채점표 공개 뿐 아니라 어느 추천위원이 누구를 어떻게 지지했는지 공개해도 떳떳하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채점 결과를 공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덕희 교수협의회장 역시 “채점표 공개는 얼마든지 환영”이라며 “채점표를 공개하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같은 뜻을 전했다.

양측은 채점표와 함께 고 전 총장을 제1대 총장으로 결정한 7월 30일 이사회 내용 전체를 공개하는 것에도 동의하는 상태.

총장 선출 절차 전반을 관리했던 고한권 추천위원장 역시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은 채점표와 이사회 녹취록까지도 공개하는 방법이라는 게 개인적 의견”이라며 “공개 시 타격이 있겠지만 진실게임 양상에서는 이 방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점표 공개와 관련된 공은 이사회로 넘어간 셈이다. 그러나 이사회가 여러가지 부담을 감수하고 민감한 내부서류라고 할 수 있는 채점표와 회의 내용 일체를 공개하는 판단을 내릴 지는 미지수다.

고 추천위원장은 채점표 공개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물음에 “이사회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양측 간 치열한 공방이 오고가는 사이 대학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실망감이 크다. 조만간 교육부가 '하위 15% 대학'에 정부 지원을 제한하는 소위 ‘부실대학(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 선정을 앞둔 상황이니 만큼 우려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앞서 제주국제대는 2년 연속 부실대학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주국제대 동문은 “(이사회가 정상화되면서) 학교가 잘 나아가는 상황인 것 같았는데 이번 일이 터져 정말 안타깝다”며 “이제 곧 개강인데다 신입생 모집도 있는데, 싸우더라도 학교를 제대로 살려놓고 싸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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