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산지천 하류 설치...수입억 투입한 중국피난선 10여년 만에 철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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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피난선 전시시설. ⓒ제주의소리

제주시 산지천 하류에 위치한 중국피난선이 철거될 전망이다. 시설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지만 설치 당시부터 지금까지 수십억원의 비용이 투입됐고, 이해 당사자와 전문가들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철거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혈세 낭비 논란이 따를 전망이다. 

1일 제주시는 중국피난선 전시시설의 철거를 검토 중이라며, 이날부터 관람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제주시가 제시한 가장 큰 철거 이유는 시설 노후. 이미 누수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오염·악취, 누수에 의한 2차 누전 우려 등 관람환경도 열악한 상태라고 자체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안전진단도 진행될 예정이다.

당초 설립취지와 달리 중국 관광객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다는 여론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피난선 일대에 ‘산포광장’을 조성하는 탐라문화광장 사업도 철거를 검토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난선이 설치된 2002년부터 지금까지 수십억원의 비용이 투입되면서, 행정의 부실한 운영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피난선이 설치된 것은 김태환 전 제주시장 재임 시절인 2002년. 당시 제주시는 ‘중화권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새로운 관광명소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22억원(국비 11억·지방비 11억원)을 투입해 조성됐다.

여기에 연중무휴 관람이 가능하게끔 직원 2명을 상시 배치하고, 각종 운영비를 포함하면 지금까지 피난선에 투입된 비용은 40억원을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혈세 수십억원이 투입된 관람시설이 12년만에 철거되는 셈이다.

또 피난선이 설치된 장소는 1950년 중국의 정치적 혼란 당시 중국 본토를 빠져나온 난민들이 70톤급 범선을 이용해 제주 산지천에 정박하면서 피난처로 이용하던 곳이다.

제주 입도 화교 1세대들의 역사를 재연한 것이지만 철거 검토를 발표하면서도 화교 1세대들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는 아직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경삼 제주시 문화예술과장은 “철거가 결정되기 전이라도 열악한 관람환경에 따른 불편을 없애고,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긴급하게 중국피난선 관람운영을 중단하게 된 점에 대해 시민들의 이해를 당부드린다”며 “관광공사 및 관광협회, 여행업체 등에 홍보해 여정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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