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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4월 기소의견 송치...검찰, 5개월만에 ‘혐의없음’ 결론

현직 공무원이 농민을 상대로 10억원대 돈을 뜯은 사기 사건과 관련해 경찰과 검찰이 상급자인 제주도농업기술원장 직무유기 혐의를 두고 전혀 다른 판단을 내렸다.

제주지방검찰청은 동부경찰서가 지난 4월17일 기소의견으로 넘긴 이 모(58) 전 제주도농업기술원장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은 농업기술원 직원 허모(40)씨가 2012년 2월부터 1년간 농민 44명을 상대로 거짓 시설지원 보조사업 정보를 건네 16억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상습사기)로 올해 3월 구속했다.

피해 농민들이 농업기술원의 업무태만을 지적하자 경찰은 당시 농업기술원장인 이 씨에 대해 추가 수사를 벌여 4월17일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허씨의 사기행각이 드러나기 3개월 전인 2013년 12월13일 이 전 원장이 부하직원의 사기와 공문서 위조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을 문제 삼았다.

농업기술원은 이후 2개월이 지난 올해 3월3일 제주도 청렴감찰단에 내용을 보고했다. 경찰은 적발 당시 보고와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어 이 전 원장이 사건을 방임한 것으로 봤다.

5개월 가까이 법리 검토를 벌인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은 이 전 원장이 12월 관련 내용을 보고 받은 후 피해자 9명을 확인하고 청렴감찰단에 보고가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상급기관에 보고시점이 늦더라도 자체 확인과정을 거쳤고 관련 내용을 담당부서와 부지사에게 알린 만큼 이 전 원장이 고의로 직무를 방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직무유기는 형법(제122조)상 대표적 부작위 처벌 조항에 해당한다. 부작위란 규범적으로 기대된 일정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경우 하는 처벌 조항이다.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유기할 때 처벌하지만 요건이 모두 입증되지 않으면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

판례상 일반적으로 직무를 객관적으로 벗어난 행위가 있어야 하고 주관적으로 정당한 직무수행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반대로 공무원이 태만과 착각 등으로 인해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거나 성실한 직무수행을 못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직무유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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