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땅값 상승률이 전국 최고를 달리고 있다. 일반 부동산 시장에서 토지·주택뿐만 아니라 경매시장에서도 제주도는 제일 ‘핫(Hot)’한 곳이다. 관광객·이주민·해외투자가 늘면서 토지거래가 최근 5년 새 70% 가까이 늘었다. 제주부동산 시장이 과열을 넘어 폭등 양상까지 보인다. 경매시장에선 역대 기록을 줄줄이 갈아 치우고 있다. 이처럼 ‘과열경보’가 울리는 제주도 부동산시장의 현주소와 문제 등에 대해 [제주의소리]가 세 차례에 걸쳐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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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제주 땅] (1) 토지·주택 가리지 않고 ‘들썩들썩’…불안한 제주

누군가는 미쳤다고 한다. 다른 누군가는 고삐가 풀려도 단단히 풀렸단다. 법원경매에서 270만원에 불과한 폐가가 1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고, 최저감정가 3600만원의 허름한 농가주택이 8500만원대에 낙찰된다. 

일반 부동산 거래에서도 시세 17억 원짜리 상가가 무려 40억 원에 거래되는 일이 이곳에선 더 이상 보기 드문 일은 아니다. 시장에선 ‘부르는 게 값’이란 소리가 마냥 농이 아닐 만큼 이곳은 과열과 거품으로 ‘땅땅거리는 뜨거운 땅’이 돼버린 바로 ‘제주 섬’이다. 

제주도 부동산 시장이 뜨겁다. 부동산 수요자들에게 제주 땅은 최고 인기다. 제주 부동산 시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침체에 빠졌던 수도권이나 등락을 거듭했던 다른 지방도시와 달리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외 관광객뿐만 아니라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다른 도시 사람까지 제주로 몰려들면서 인구 증가와 함께 부동산 투자가 과열되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기대감과 부동산투자이민제로 중국인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제주 땅에 대한 수요가 크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도 주요한 배경이다. 

 제주에 살어리랏다 '로망' 뒤엔 부동산 '투기·과열' 부작용도 

옥빛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가 지척에 있고, 사시사철 푸른 한라산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제주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선호하는 ‘로망’인 곳이다. 

실제로 제주도 인구는 지난해 8월 사상 처음으로 60만명 시대를 연 이후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올해 말 62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될 만큼 인규유입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인구유입률이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세종시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세종시의 경우 정부청사 이전에 따른 인위적인 인구 유입 효과가 나타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주가 전국에서 인구 증가율이 가장 높은 셈이다

제주도의 올해 말 순유입 인구가 1만명을 넘어설 전망인 만큼 제주로 유입되는 이주자들의 거주와 투자를 위한 주택 등 부동산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제주 지역 내 외국인 소유 토지면적은 지난 6월말 기준 1373만8000여㎡로 최근 5년 동안 300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 토지거래량은 4만5112필지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2만6647필지)에 비해 69.3%나 급증했다. 주택거래도 2008년 7223가구에서 지난해 1만3859가구로 갑절 가까이 수직상승했다.

거래가 늘어나니 당연히 부동산 가격은 강세다. 땅값은 2009년 상승세로 돌아선 뒤 오름폭을 키우며 지난해 상승률 1.42%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매기록 갈아치우는 제주는 '핫'하지만 불안하다

경매 시장도 활황세다. 지난 4월 기준, 제주도 토지 낙찰가율(감정가격 대비 낙찰가 비율)은 108.8%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외국계 자본 투자가 늘어나면서 땅값이 올랐다는 분석이다.

경매 종목도 농지와 주택, 소형 아파트는 고가 낙찰되기 일쑤다. 낙찰가율 90~100%에 달하고 한 물건 당 입찰 경쟁률은 보통 ‘수십 대 1’의 바늘구멍을 뚫어야 한다. 과수원과 임야, 다세대, 대형아파트, 오피스텔, 상가, 숙박시설 등의 경우에도 낙찰가율이 평균 낙찰가에 비해 10~20%포인트 낮은 수준일 뿐 선전(?)하고 있다. 

지난 8월 25일 법원 경매에 나온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 612㎡ 땅(감정가 4467만원)에는 응찰자 82명이 몰렸다. 낙찰자는 1억2670만원을 써내 낙찰가율은 284%에 달했다. 같은 날 한림읍 협재리 202㎡ 땅(감정가 3676만원)에도 82명이 몰려 낙찰가율이 234%까지 치솟았다. 경쟁률 82대1을 뚫고 8610만원을 써낸 응찰자가 낙찰을 받았다. 

올해 초인 1월 20일에는 제주시 월정리 농가가 152대 1의 입찰 경쟁 끝에 낙찰가의 2배가 넘는 236.64%(8529만원)의 낙찰가율로 주인을 찾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입찰경쟁률 152대 1은 법원경매정보가 수집되기 시작한 2000년 이래 최고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 같은 제주도의 부동산 시장을 거품이라고 진단한다. 인구 유입과 관광객 증가에 의한 부동산 경기와 관광 경기 호황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경기과열과 투기·거품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송종철 제주도 부동산중개업협회 사무국장은 “최근 제주지역 부동산 시장은 중국자본 투자열풍과 관광객·제주유입인구 증가 등으로 지나치리만큼 과열되어 있어 거래성사가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소위 계약서를 쓰러 가면 가격이 오르고, 다시 계약하려면 또 오르는 과열과 거품 그대로”라며 “대부분 투기자본 성향이 큰 만큼 외부 요인에 따라 제주부동산 시장이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어 결코 긍정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제주 부동산시장 전망과 관련, 외국인 제주 투자 컨설팅 법인을 운영 중인 J 씨는 “관광객뿐 아니라 외국인과 국내 은퇴자가 제주도로 몰리면서 투자가 늘어난 것이 현재로선 호재”라며 “미분양 주택도 2009년 1051가구이던 것이 올해 들어선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연착륙 문제와 정치·외교 관계에 의한 변수가 작용할 경우 현재의 거품과 과열은 부동산 시장과 관광업계를 중심으로 제주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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