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서 감귤 구입해보니] 크기·당도 등 부적합 제품 '청귤' 둔갑, 제주산 이미지 먹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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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마켓에서 비상품 감귤이 '청귤'이란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노지감귤이 벌써 시장에 나왔다고?

채 익지도 않았을 뿐더러 크기도 제각각인 비상품 감귤이 온라인을 통해 버젓이 유통되면서 제주산 감귤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시중 유통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품질검사원의 확인도 받지 않은 채 유통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으나 당국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극조생 등 노지감귤 수확을 바라보고 있는 요즘, 온라인에서는 ‘청귤’이란 이름의 감귤이 판매되고 있다.

판매자는 '강제착색하지 않은 그대로의 감귤'이라고 홍보하면서 차로 마실 수 있도록 담가먹는 방식도 추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구입해본 결과 상자 안에는 비상품 감귤이 가득했다. 상품으로서 정식 판매할 수 있는 감귤은 크기 기준으로 2~8번과, 당도는 8브릭스 이상이라야 한다.

▲ 실제 판매되는 감귤. 크기, 당도 등의 면에서 상품으로 보기가 도저히 어려웠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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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판매되는 감귤. 크기, 당도 등의 면에서 상품으로 보기가 도저히 어려웠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가 최근 모 온라인마켓에서 3kg 청귤 상품을 직접 구매해 '시장 격리용' 감귤 측정자로 측정한 결과, 1번과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과(小果)가 적지 않았다. 

상품·비상품을 구분짓는 당도, 껍질상태 등도 불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부 감귤에 대해 당도측정기로 직접 당도를 확인해본 결과, 극조생 허용기준(8브릭스)에 한참 못 미치는 6.5~7브릭스 감귤도 들어있었다.

겉이 썩어있거나, 손상된 감귤은 도대체 유통이 가능한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이 제품의 가격은 해당 마켓에서 한 상자에 9900원(3kg)으로 지금까지 7000상자 이상 판매됐으며 대부분 육지 소비자가 구입했다는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업체 측은 “1번과 미만을 판매하는 것이 위법이라는 사실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다소 엉뚱한 답변을 했다.

제주도는 '감귤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를 통해 온주감귤(일반 노지감귤)의 경우 과실의 크기가 51~71mm, 무게는  57.47g(2번과)~135.15g(8번과), 당도는 8브릭스(극조생)~9브릭스(조생, 보통온주)로 규정한다.

[제주의소리]가 구입한 다른 청귤 제품의 경우 크기는 비교적 양호했으나, 설익어서 껍질을 까는 것 조차 힘들었다. 신맛이 너무 강해 그대로는 먹을 수도 없었다.  

이들 두 업체의 발송지는 각각 제주시 노형동 J농원, 제주시 애월읍 H청과로 돼 있었다. 주소는 다른데 제품의 포장부터 내부 설명서의 토씨까지 동일해 같은 업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감귤을 시장에 유통하기 위해서는 당국이 임명한 품질검사원의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두 제품 모두 확인 인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 '청귤'은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 품종이다. 업체가 단속을 피하려고 '푸른색이 도는 감귤'을 '청귤'로 교묘히 포장한 것처럼 보인다.

과거 한때 약재로 쓰이던 청귤이 있긴 했으나, 크기가 일반 감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작았다.

김용호 제주감귤시험장 박사는 "약재용 청귤은 오래전에 재배가 중단됐다고 보면 된다"며 "지금 시중에 유통되는 청귤은 '미성숙 감귤'을 청귤이라고 이름만 붙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제품 설명에서 자신들이 판매하는 청귤이 예전 약재로 사용되던 청귤과 동일하다는 식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사실과 다르다.     

비상품 감귤은 다른 온라인마켓에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격은 대부분 3kg 한 상자에 1만원을 받고 있지만 그 이하에도 상당수 판매되고 있다. 유통 시장을 흐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 청귤에 대한 당도 측정 결과. 눈금이 극조생 온주감귤의 최소 기준인 8브릭스에 못미치는 7브릭스를 가리키고 있다. ⓒ제주의소리
두 업체는 '청귤 활용법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내부 설명서를 통해 청귤(청)차 만드는 방법, 청귤주스 만드는 방법을 자세히 소개해 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청귤이 직접 섭취하는 생과용이 아닌 담가먹기 위한 용도이기 때문에 ‘2~8번과·8브릭스’라는 상품기준이 적용받지 않다는 의견이 있으나, 도외 반출 목적의 가공용 감귤은 제주감귤출하연합회가 허가하는 업체에만 허용되기 때문에 규정에 위반된다.

설사 가공용으로 유통한다 해도 엄연한 위법이라는 얘기다. 더구나 이들 업체는 '생과용'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당국은 한정된 인력, 광범위한 단속 범위 등의 이유를 들며 사실상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제주시 농정과 관계자는 “정해진 상품 규정에 맞지 않게 판매된다면 분명히 문제가 되겠지만 현황파악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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