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 수용, 찬반 팽팽 결정못해...제주도 설명-토론회 거친 후 총회 다시 열기로

8년의 아픔을 품은 강정마을이 제주해군기지 갈등해소를 위한 제주도의 진상조사 요구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강정마을회는 30일 오후 8시 서귀포시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제주해군기지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안건을 상정했으나 참석주민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진통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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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마을회는 30일 오후 8시 서귀포시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제주해군기지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안건을 상정했으나 참석주민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파행을 겪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당초 회의는 7시30분 시작이었으나 참석률이 저조해 30분간 늦춰졌다. 현장에는 실제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 700여명 중 100여명이 참석했다. 마을향약상 임시총회 성원은 70명이다.

총회는 강정마을 운영위원회가 9월15일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마을총회에 안건을 제출하면서 성사됐다. 총회는 마을회장 직권 또는 운영위원회 회의를 거쳐 열 수 있다.

여느 때와 같이 마을총회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예상보다 참석률이 낮아 운영진은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일부 주민들이 취재를 거부하며 기자들은 회의에 참관하지 못했다.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이 안건상정의 배경과 목적 등을 설명하고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했으나 일부 주민이 안건 상정에 반대의견을 제시하며 2시간 넘게 토론이 이어졌다.

반대측은 “제주도가 어떤 식으로 진상조사를 할지도 모르는데 덥석 동의할 수는 없다”며 “위험한 생각이다. 진상조사의 구체적 내용을 미리 확인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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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마을회는 30일 오후 8시 서귀포시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제주해군기지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안건을 상정했으나 참석주민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파행을 겪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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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마을회는 30일 오후 8시 서귀포시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제주해군기지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안건을 상정했으나 참석주민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파행을 겪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또 다른 주민은 “진상조사가 이뤄지더라도 법적 권한이 없다. 입지재선정 등의 결정을 되돌릴 수 있냐. 원 지사가 할 수 있는 일에 제약이 있다”며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찬성측은 “강정의 자체조사는 반쪽짜리다. 행정과 의회가 함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명예회복이다. 의미있는 진상조사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안건 통과에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강정지킴이들(평화활동가) 간 논쟁 구도가 형성돼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등 진통이 이어졌다.

주민들간 감정이 격화되면서 일부 주민들이 마을 항약상 총회 의결권을 가진 주민을 거주 2년에서 5년으로 늘리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결국 조 회장은 안건을 표결에 부치지 않고 회의를 끝냈다. 당초 조 회장은 표결 대신 합의방식으로 안건처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으나 찬반이 엇갈리자 이 같이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마을회가 제주도의 진상조사 수용여부를 결정짓지 못하면서 민선6기 원희룡 도정의 강정해법은 숨고르기가 불가피해졌다.

주민들은 합의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 향후 마을총회를 다시 열어 안건을 주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투표 전 제주도의 입장을 명확히 듣고 마을 내 토론회도 거치기로 햇다.

애초 진상조사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로부터 비롯됐다. 원 지사는 6.4지방선거를 앞둔 후보시절 진상조사 의사를 밝혔다. 인수위 시절에는 강정갈등해결 분과를 설치해 추진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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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마을회는 30일 오후 8시 서귀포시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제주해군기지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안건을 상정했으나 참석주민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파행을 겪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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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마을회는 30일 오후 8시 서귀포시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제주해군기지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안건을 상정했으나 참석주민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파행을 겪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당선 후 7월1일 조경철 강정마을회장, 고권일 강정마을 부회장 등 마을회 운영진과 비공개 면담을 갖고 마을주도의 진상조사 추진과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마을회는 8월19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도지사 면담결과를 보고하고 향후 총회를 열어 진상조사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9월1일에는 도지사와 재면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알렸다.

주민들의 요구는 ‘진성정 있는 진상조사 지원’과 ‘강정마을 주변지역 발전계획 사업중지 및 2015년도 예산편성 유보’, ‘제주도정의 일상사업을 발전계획과 분리 운영’ 등이다.

마을회가 수용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면서 진상조사를 위해 가칭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지원 조례안’을 제정하려던 제주도의 계획도 지연될수밖에 없다.

조례안은 해군기지 입지선정과 건설공사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진상규명위원회 구성과 강정마을 주민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사업 진행 내용이 담길 예정이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제주도와 도의회, 강정마을회에서 각각 추천한 인사들로 꾸려지고 연말까지 조례안이 공포되면 위원회 구성을 거쳐 2015년 1월쯤 진상규명 작업을 시작하기로 돼 있었다.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은 "주민들간 의견이 엇갈려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며 “10월내에 주민들 의견을 종합하고 주민투표로 결정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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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마을회는 30일 오후 8시 서귀포시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제주해군기지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안건을 상정했으나 참석주민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파행을 겪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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