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홍·김순이씨 부부, 5000만원 쾌척..."두 아들, 장학금 덕에 KAIST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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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기홍·김순이 씨 부부. <KAIST 제공>

제주에서 감귤농사를 짓는 60대 부부가 어렵사리 모은 5000만원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기부해 화제다.

주인공은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리 토박이인 오기홍(62)·김순이(60)씨 부부. 이들은 지난 21일 KAIST 총장실을 방문해 발전기금 5000만원을 전달했다.

오씨 부부가 거금을 쾌척한 이유는 가족의 이력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오씨 가족은 KAIST 졸업생이 자그마치 3명이다. 두 아들 환희(2005년 졸업), 환엽(2009년 졸업)씨는 각각 기계공학 석사를, 며느리 민정임씨는 기계공학과 박사(2005년 졸업) 과정을 마쳤다. 

환희씨는 현재 충남대 로스쿨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고, 환엽씨는 관련 대기업에서, 며느리 정임씨도 특허청에서 본인의 전문분야를 살려 일하고 있다. 

오기홍 씨는 전달식에서 “두 아들이 KAIST에서 공부하는 동안 장학금 등 많은 혜택을 받으며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었다”며 “몇 년 전부터 아들들이 받은 장학금을 반드시 KAIST에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농사일로 모은 돈을 이제야 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부금이라는 표현은 어색하고 아들이 받은 장학금을 후배들을 위해 돌려드리는 것”이라며 “농부로서 최고액의 기부금을 낼 수는 없지만 '농부 기부자 1번'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들이 졸업한지 한참 되었지만 잊지 않고 기부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거액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선진 외국대학을 보면서 우리나라 대학에도 많은 기부금이 전달됐으면 한다 ”며 “작은 실천이지만, 혜택을 받은 만큼 돌려주는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오씨는 22일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돌려줘야 할 돈을 돌려줬을 뿐”이라며 “사실상 납부금 없이 공부한 만큼 이제서야 학교에 그 빚을 갚은 셈”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아들들이 대신해 열심히 공부해줘서 기쁘다”며 대견한 맘을 전했다.

강성모 KAIST 총장은 “학부모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발전기금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학생 장학금으로 유용하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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