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광, 청년 창조 일꾼] (9) 신라호텔 인턴 강승현 “최고의 일식 만들 것”

대학과 산업체가 손을 맞잡는 ‘산학협력’이 창조경제의 중요한 열쇳말로 뜨고 있다. MICE를 중심으로 한 관광관련 산업이 제주지역의 선도 산업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제주관광대 LINC-ABC사업단은 신 관광인력양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대학과 산업체와 학생이 삼위일체인 ‘현장밀착형’ 교육 과정으로 차세대 제주 관광 리더로 거듭날 창조 일꾼을 배출하고 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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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호텔 인턴직원 강승현 씨. ⓒ제주의소리

그는 주방에 있던 구부정한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를 위해 불편한 몸으로 언제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맛있는 밥을 해줬다. 그 밥이 어찌나 맛있던지 자기도 만들겠다고 방방 뛰며 손에도 맞지 않는 요리도구를 들고 주방을 서성거렸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선사해준 따뜻한 기억은, 초등학생 강승현에게 ‘요리는 행복하고 소중한 것’이란 믿음을 심어줬다. 그리고 요리사의 길로 이끌게 했다.

제주관광대학교 동양요리전공을 졸업한 강승현(24)씨는 지난해 12월부터 긴장을 풀어본 적이 없다. 2개월 모자란 1년간의 인턴 기간을 이야기하면 날카로운 눈매 속 눈동자에 어느새 긴장감이 드리워졌다.

마치 재료 엑기스 원액을 짜내는 듯 “솔직히 군대에 다시 입대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작은 실수도 큰 피해가 될 수 있는 곳이 주방이기 때문에 당연히 엄격한 분위기여야 한다”면서 “1년 동안은 학생으로서의 나와 사회초년병으로서의 나 사이에 있던 차이를 줄이는 시간이었다”고 되돌아봤다.

현재 강 씨는 제주신라호텔에서 인턴직원으로 근무 중이다. 졸업과 함께 바로 지난해 12월 입사해 곧 1년을 앞두고 있다. 

혹독한 인턴의 끝자락까지 오면서 고된 기억이 많았지만, 새로운 요리지식을 하나 둘 체득하는 시간은 뜨거운 여름을 맞아가며 알찬 햇곡식을 수확한 초보농부의 심정과 같다.

“생선 한 마리를 잡더라도 내가 알지 못했던 이런 방법도 있고 저런 방법도 있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고 말한다.

그가 요리에 푹 빠지게 된 것은 오래됐다. 제주고등학교와 제주관광대학을 거쳐 방학마다 신라호텔 인턴에 참여하며 이 자리까지 한결같이 요리만을 바라보게 된 이유는, 작지만 소중했던 어린 시절 추억 때문이다.

“어릴 적 할아버지 집에 가면 늘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할머니보다 몸이 덜 불편하셨던 할아버지께서 주방에서 요리를 해서 상을 내오셨다. 할아버지를 따라서 재료도 씻어보고 다듬기도 하면서 요리를 알게됐다"며 “그렇게 배운 솜씨로 만든 음식을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줄 때, ‘요리는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구나’라고 느꼈고 아마 그때부터 요리사가 돼야겠다고 맘 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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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호텔 인턴직원 강승현 씨. ⓒ제주의소리
그렇게 제주관광대학에 진학해 보낸 2년이란 시간은 신라호텔의 일원으로 있게 한 소중한 경험이 됐다.

“학교에서 배우는 기본적인 용어나 기술을 살려서, 보다 섬세한 기술을 빠르고 용이하게 배울 수 있는 것 같다”는 대학에서의 장점과 함께 “학교 실습시간이 더 늘어나고 심화과정 식으로 교과 과정이 더 깊어진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는 바람을 더했다.

강 씨가 근무하는 곳은 뷔페 레스토랑 일식 파트. 즉석에서 횟감을 손질해 고객에게 전해주는 과정은, 인턴으로서 적잖은 부담이 되지만 그만큼 많은 경험으로 돌아온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함께한 주방, 어설픈 요리에 ‘맛있다’며 미소를 보여줬던 가족과의 식탁에서 느꼈던 요리의 매력은 지금도 강 씨에게 생생히 살아있다.

“정말 흔한 말이지만 제가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이 정말 좋다. 초밥을 쥐어드리면서 어떤 생선이고 어떤 부위라는 설명을 덧붙이는데 다시 와서 ‘너무 잘 먹었다’, ‘다른 초밥보다 훨씬 맛있다’고 칭찬할 때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고 웃음 지었다.

강 씨는 오늘도 ‘최고의 일식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품고 흰색 조리복을 가지런히 정돈한다.
 
“지금은 많이 부족하지만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가면서 '진짜 요리'를 하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
 
강씨의 각오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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