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저자 오연호 제주 특강...“자존감이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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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제주 이도초에서 특강을 하고 있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기자. ⓒ 제주의소리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28일 오후 제주 이도초등학교를 찾았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전국 순회를 이어오고 있는 그의 102번째 특강을 위해서다.

강연 주제는 그가 1년 6개월 간 덴마크 사회를 심층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 9월 출간한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특별한 경험을 나누기 위해 시작된 강연은 전국 각지에서 호응을 불러일으키며 당초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고 있다. 

전교조 제주지부의 초청으로 진행된 이 날 강연에서 오 기자는 UN 행복지수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덴마크를 찾아 300여명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들여보며 얻은 실마리들을 풀어놓았다.

핵심은 ‘교육’이었다. 오 기자는 덴마크에서 당장 어떻게 행복이 시작되는지를 찾다 보니 학교에서 답이 시작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덴마크의 교실은 ‘자존감’을 키워주는 공간이었다.

“여기선 7학년까지 시험도 안 보고 등수도 안 매긴다. 성적우수상도 없다. 성적은 여러가지 우수해야 할 것들 중 하나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성적이 제 1순위가 아니기 때문에 중압감에서 벗어난다. 여기 교장들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오는 것에 부담을 갖지 않게 하나’를 고민한다. 공통적으로 개인에게 자존감을, 공동체에는 더불어 사는 법을 강조한다. 학생, 학부모, 선생, 교장 중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학교 운영에 주인이 된다”

그는 취재 도중 ‘과연 덴마크는 행복한가’를 두고 고등학생 3명을 무작위로 선발해 토론을 벌였다. 그런데 그 토론은 15분만에 끝이 났다. 이들이 너무 논리적으로 말을 잘하는 것에 매료된 오 기자가 ‘너희는 도대체 왜 이리 말을 잘하냐’고 물음을 바꿨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이유는 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일방적 지시를 받지 않고 협상을 하는 데 있었다. 또 한 가지는 ‘인생학교’였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고등학교로 바로 가지 않고 1년간 애프터스쿨 시스템 안에 머문다. 자기 취미에 따라서 1년 내내 유럽 여행을 하면서 역사를 배우거나, 숲 속에서 목공일만 하거나, 축구만 할 수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당신이 35살이 되면 어떤 인생을 살겠냐’는 질문을 1년에 네 차례씩 받게 된다”

이 교실의 분위기는 그대로 사회로 이어졌다. 그는 택시기사나 식당 종업원에게 ‘동창회에 나가는 게 껄끄럽지 않냐’고 물었지만 그들은 이 질문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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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제주 이도초에서 특강을 하고 있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기자. ⓒ 제주의소리

여기서 오 기자는 ‘행복 사회란 학생 때는 교실에 들어가는 게 부담스럽지 않고, 어른이 돼서는 동창회 나가는 게 부담스럽지 않은 곳’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그들은 30%만 대학간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사회에서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잇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묻는다, 교실에서 자존감? ‘밥이 나오냐, 뭐가 나오냐’고. 하지만 즐겁지 않아서 경제현장에서 손실되지 가치가 얼마나 많은가. 창의성과 도전정신이 안 나온다. 자기가 원해서 스스로 한다는 것의 중요성이다”

교실을 들여다보며 생각을 깨우친 오 기자는 나름대로 행복한 인생에 대한 보편적인 기준도 정립하게 됐다.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하고싶은 것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데, 나도 즐겁고 옆 사람들도 즐거운 것’이 그가 내린 행복한 인생에 대한 대답이었다.

오 기자는 이 날 “제 결론은 내일은 온다”라며 “덴마크를 이민가자는 게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저 사람들이 어떻게 행복사회를 만들었는가를 보니 6가지 가치 (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이 있었다. 이 가치는 이미 우리 안에도 있다. 다만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온 길이 유일한 길이 아니고 다르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우리 안의 덴마크를 찾아내고 응원해야 한다. 그리고 응원만 하지 말고 뭔가 꿈틀거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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