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국 입춘굿 2월 3일~5일...지역주민들 참여 늘려 ‘열린 도시축제’로

▲ 탐라국 입춘굿을 준비중인 제주민예총 축제조직위가 26일 관덕정에 자리잡은 자청비신상 앞에서 축제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며 고사를 지내고 있다. ⓒ 제주의소리

을미년 입춘, 제주 원도심에 신들이 모여든다. 예년보다 더 문을 활짝 열고 제주목관아와 거리 위에서 모든 이들을 반긴다.

제주시가 주최하고, 제주민족예술인총연합이 주관하는 ‘2015 을미년 탐라국 입춘굿’이 다음 달 3일부터 5일까지 제주목관아와 원도심 일원에서 열린다.

탐라국입춘굿은 입춘절기에 제주에서 행하는 굿으로 탐라시대부터 이어진 제주도 유일 전승문화축제다. 관민합동으로 농사의 풍요를 비는 풍농굿이자 입춘날 탐라국의 안녕과 번영, 풍농을 기원하는 나라굿(國際)이다.

올해는 ‘열린 도시축제’라는 정체성에 더욱 힘을 실었다.

제주중앙지하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이 적극적으로 축제에 동참하기로 했고, 제주시 뿐 아니라 서귀포시 대천동 민속보전회도 전야굿에 참석하기로 했다. 제주시 삼도1·2동, 건입동, 일도2동, 용담1동, 이도2동, 삼양동, 봉개동 민속보존회와, 삼도2동 부녀회와 청소년지도자협의회, 제주평화봉사단도 함께한다.

제주대 총학생회가 전야굿 ‘제주신화신상(神像)걸궁’ 주관단체로 참여하면서 젊은이들이 축제의 중심에 섰다.

입춘호장은 허향진 제주대 총장이, 입춘휘호는 강창화 제주예총 회장이 맡았다. 이러저래 축제의 주체를 다양화한 셈이다.

▲ 제주중앙지하상가에 입춘 초롱이 내걸렸다. 지역상인들은 이번 입춘굿에 적극 참여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 제주의소리

눈 앞에 생생히 펼쳐지는 제주의 신화

3일 오후 6시. 입춘굿의 서제로서 제주성을 수호하고 재물과 복을 가져다 주는 건입동 동미륵과 용담동 서미륵에 제를 올리며 입춘굿의 시작을 알린다.

곧 이어 원도심 일대에 ‘제주신화신상걸궁’이 펼쳐진다. 제주의 신의 모양을 한 장엄등(燈)을 만들어 제주성내 옛터를 지신밟기 하는 거리 퍼레이드다. 그 다음엔 제주신화 최고의 여성영웅신인 자청비여신에게 한 해 풍요를 기원하는 유교식 제례, ‘세경제’가 봉행된다. 입춘 전날 심방들이 만든 낭쉐(나무로 만든 소)를 만들고 올리는 제례인 ‘낭쉐코사’가 첫날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둘째 날인 4일은 본굿이 진행된다. 입춘날 제주목관아 앞에서 심방이 농경의 풍요를 기원하는 굿놀이를 선보인다. 또 씨를 뿌리고 만물이 소생해 수확하기 까지 과정을 표현한 입춘탈굿놀이, 낭쉐몰이와 친경적전(親耕耤田)이 진행된다.

셋째 날인 5일은 과거 관기들이 췄던 예기무, 제주의 다양한 노동요와 삶의 가락을 실은 노래판굿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축제장 주변에서는 단돈 1000원으로 따뜻한 국수와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는 입춘천냥국수, 제주향토음식, 국궁시연, 제주큰굿보존회가 액막이를 직접 해주는 입춘산받음, 박재동 화백의 캐리커쳐, 김성오 작가의 꼬마낭쉐 만들기 등 흥미로운 부스와 프로그램들이 기다리고 있다.

입춘굿을 포함한 모든 공연 프로그램이 기존 관덕정 앞 마당에서 망경루 앞 무대에서 진행된다는 것도 또 다른 특징이다. 좀 더 운치있는 분위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또 목관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입춘화폐’를 발행해 제주목관아 입구 환전소에 교환해준다. 축제장 내에서는 이 입춘화폐만 사용이 가능하다. 이래저래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 셈이다.

제주민예총의 최상돈 예술감독은 “도민 통합과 풍요를 기원하는 축제로 제주지역 전 산업분야의 문화상징 축제로 이번 입춘굿을 기획했다”며 “농경사회의 축제에서 모두가 참여하는 도시축제로 확산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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