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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강정마을 주민들이 마을총회에서 해군기지 반대 투쟁에 따른 벌금 납부 논의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마을총회 안건에 '회관 매각' 상정..."벌금은 개인 문제 아니"

9년째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투쟁을 하고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회가 반대 투쟁의 구심점과도 같은 마을회관을 매각해야 할지 모를 상황에 처했다. 

해군기지 반대 활동에 따른 수억원의 벌금과 손해배상 비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고육지책을 꺼내든 것이다. 

28일 오후 7시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열리는 임시총회에는 마을회관 매각 건이 정식 안건으로 올라와있다.

강정법률지원모금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말까지 해군기지 반대활동으로 재판에 회부된 사람은 600여명에 달한다. 벌금만 3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행정대집행과 손해배상 비용까지 합치면 강정 주민들이 물어야할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해군기지 반대 운동 초기만해도 주민들은 전국에서 보내온 후원금과 '강정평화상단협동조합' 수익금으로 해군기지 반대활동 비용과 벌금을 충당했다.

하지만 해군기지 공사에 따른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후원금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반대활동 비용과 벌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고, 주민 일부는 개인 재산을 처분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상황이 겹친데다 활로 조차 안보이자 주민들이 결국 마을재산 처분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또 마을을 지키기 위해 해군기지 반대에 나선 사람들의 벌금을 개인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는 주민들의 의지가 담겼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마을총회에서 주민들은 ‘해군기지 반대 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벌금은 마을에서 대납한다’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바 있다.

이어 12월 총회에서도 벌금 처리 비용 얘기가 오갔고, 당시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은 “마을을 위해 함께 싸운 사람들의 벌금은 개인의 일이 아니다. 강정마을 주민이 아니더라도 마을회가 모른 척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민들은 납부일이 다가온 3000여만원의 벌금을 처리하기 위해 정기예탁금을 해지하기도 했다.

사실 강정 마을회관은 여느 마을의 회관과는 의미를 달리한다. 마을의 대소사는 물론 주요 사항을 이곳에 모여 의논하기도 했지만, 해군기지 문제가 마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이후부터는 반대투쟁의 의지를 다지거나, 중대한 결정을 하는 상징적인 공간이 바로 마을회관이었다.

따라서 주민들에게 마을회관을 매각한다는 것은 반대투쟁의 중심적인 공간 하나가 사라지는 의미로 다가온다.   

한편, 이날 마을총회에는 향약(鄕約) 수정안도 상정됐다. '마을 주민'의 기준을 강화한게 골자다.   

현재 향약에는 주소를 강정동으로 옮기는 즉시 마을 주민의 자격을 얻게 되지만, 수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주소를 옮긴 뒤 5년이 지나야 자격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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