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왕서방'에 잠식된 제주도‧④] 제주 송악산 일대도 중국자본 잠식

10년 2월부터 부동산 투자이민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제주도는 2014년 연말 기준으로 여의도의 2배가 넘는 땅이 중국인 소유라고 한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스템을 통해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있도록 조절한다면 아무 문제점도 생기지 않지만 지금의 제주도는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중국인 부동산 매입은 관광단지인 제주도 경관은 물론, 이곳에서 사는 지역주민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체 제주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지난 연말 프레시안에서는 2박3일간 제주도 현장 취재를 다녀왔다. 제주도의 상황이 어떤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상절리. 용암이 급격하게 식으면서 수축작용을 일으켜 6각형 바위로 변한 것을 일컫는다. 전국 각지에 분포해 있는 이 특이한 지형은 지역의 명소로 꼽힌다. 제주도도 마찬가지다. 중문단지 주상절리는 절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 최근에는 급속도로 늘어난 중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주변에 호텔, 리조트 등도 덩달아 세워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준공된 부영호텔도 마찬가지다. 부지 2만900㎡에 지하 2층, 지상 8층, 전체면적 4만1497㎡ 규모로 객실 262실과 연회장 등을 갖췄다. 총사업비는 1207억 원이 들었다. 

지역사회에서는 호텔 개관으로 고용창출은 물론 관광수입 증대 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시공사이자 호텔소유주사인 부영그룹이 2012년 부영호텔 제주투자진흥지구 지정 신청 당시 전체 고용인원 220명 가운데 80%(176명) 이상을 지역주민으로 고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호텔 운영 후 제주관광수요가 연간 1만5897명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관광소비액이 16억3200만 원이라고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준공된 지 6개월이 지난 현재(1월)까지도 개장하지 않은 상태다. 부영 측은 "내부 공사 중이라 개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사가 끝나는 대로 개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공사 마감 시기는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차일피일 미루는 개장으로 부영 측이 호텔을 매각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매각과정에서 고용승계 등 번거로움을 피하려고 개장을 미루고 있다는 이야기다. 

제주대 김태일 건축학과 교수는 "허가를 받았으면 하루라도 빨리 영업해서 돈을 버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라며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몇 개월 동안, 그리고 기업 이미지에 손상을 입어가면서 이렇게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발 더 나가 매각 대상으로 중국자본을 생각하는 게 아닌지 의심했다. 김 교수는 "최근 중국 자본이 제주도 부동산을 우후죽순 매입하는 경향이 있다"며 "중문단지는 중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기에 중국자본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부영 측은 이를 부인했다. 매각할 생각도 없는데 구체적인 매각 대상까지 언급되는 게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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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 지 반년이 지났으나 아직 개장을 하지 않은 부영호텔. ⓒ프레시안(허환주)
제주 곶자왈, 송악산 일대도 중국자본이 잠식

하지만 이런 의혹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중국자본이 제주도의 아름다운 경관을 지닌 지역 부동산을 하나둘씩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제주 곶자왈 지역에 있는 신화역사공원이다. 이곳은 중국 란딩그룹과 싱가포르 겐팅그룹이 대부분 부지를 매입했다. 

이들 그룹은 초기에는 세계의 신화역사를 테마로 한 개발계획을 내세웠으나 어느 사이 4800여 실 분양형 숙박시설로 계획을 변경했다. 당연히 지역 주민의 반발이 이어졌다. 제주도 자연경관을 훼손한다는 것. 게다가 이곳에는 외국인 대상 카지노 시설까지 들어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말, 신화역사공원 내 '리조트 월드 제주(Resorts World Jeju)'의 1단계 사업에 대해 건축허가를 내줬다. 대상은 신화역사공원 1단계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숙박시설, 테마파크 등이었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관광호텔 내 카지노 시설 1만682㎡도 포함됐다. 

서귀포시 송악산 일대도 마찬가지다. 현재 송악산과 동알오름 인근 19만1950㎡ 규모로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중국자본인 신해원유한회사가 652실 규모의 호텔을 비롯해 205실 규모 휴양콘도미니엄, 문화시설 및 음식점, 소매점 등을 조성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다.

문제는 이 사업이 진행될 경우 송악산 일대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제주 환경단체는 그간 이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해왔다. 이 자리에 대단지 호텔이 들어설 경우, 산방산과 형제섬, 한라산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제주 남서부 절경지를 사유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 게다가 응회암 지대인 송악산 지반이 약해 호텔이 지어질 경우, 송악산 절벽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질학계에서는 지적해오고 있다.

중국자본, 군사요충지에 대규모 사업 진행 

해안지역에 있는 송악산 일대는 알뜨르 비행장을 비롯해 동굴진지 등 일제강점기 군사유적뿐 아니라 한국전쟁의 군사유적이 많이 남아 있는 지역으로 근대역사경관지역이다. 제주 근대사는 물론 한국근대사의 축소판으로 평가받는다. 군사적 요충지인 셈이다. 이 지역에 중국자본이 대규모 개발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군사 요충지에 중국 시설이 들어오게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9월26일 경관심의위원회를 열어 호텔객실을 405실로 줄이고, 콘도 객실도 55실로 줄여야 한다는 조건으로 의결, 사업추진의 길을 열어줬다.

제주도 중산간 지역에서 개발 중인 백통신원 리조트도 100% 중국자본이 투자했다. 백통신원 리조트는 해발 260~320고지 사이 중산간에 대규모 관광유락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018년까지 리조트와 맥주박물관, 테마파크 등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중국자본으로 만들어지는 리조트는 2013년 10월,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되면 법인세, 소득세,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등 각종 세제 혜택과 국공유지 임대·매각 등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국자본은 리조트전문기업이 아닌 부동산개발 업체라서 ‘먹튀’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사업지정 구역이 한라산 천연보호구역과는 불과 700m밖에 떨어지지 않는 곳일 뿐만 아니라, 지하수보전지구 1등급, 2등급, 4등급이 분포해 있어 제주 환경단체에서는 환경이 훼손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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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나 호텔의 경우 중국자본에 넘어갔다는 소문이 돌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중국자본에 넘어간 호텔을 굳이 지역 주민이 이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역 정서가 반영된 것. 급기야 호텔 측에서는 중국자본에 호텔이 팔리지 않았다는 현수막을 붙이기까지 했다. ⓒ프레시안(허환주)
"제주도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대단지 규모가 아니더라도 경관 좋은 곳은 중국자본이 호시탐탐 노리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지역 내 분위기도 흉흉해지고 있다. 제주 용두암 인근에 있는 마리나 호텔의 경우 중국자본에 넘어갔다는 소문이 돌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중국자본에 넘어간 호텔을 굳이 지역 주민이 이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역 정서가 반영된 것.

결국, 호텔 측은 고육지책으로 호텔 정문에 '마리나 호텔, 안 팔았수다! 헛소문 내지 맙써'라는 제주도 방언으로 적은 대형 현수막을 걸어 놓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중국자본이 진행하는 개발사업은 도시계획이나 지역주민을 고려해서 진행되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투자를 통해 이익을 남기는 것만 생각하는 투기"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이런 중국자본이 우후죽순 들어오면서 제주도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며 "자본을 유치할 때는 명확히 현재의 제주와 미래의 제주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판단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판단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 이 기사는 프레시안과의 기사제휴 협약에 따라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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