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차도로 밀려난 고객들 ‘아슬아슬’...“잘못인 줄 알지만...” vs 제주시 '머뭇머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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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동문재래시장 서쪽 오현길. 점포를 가진 상인들이 인도까지 매대를 확장하면서 방문객들이 차도로 통행하고 있다. 매대가 놓인 인도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 제주의소리

11일 오후 제주시 동문시장. 줄 지은 점포들 앞에서 관광객들이 꼼꼼히 물건을 고르고 있다. 이 옆을 ‘허’자 표지판을 단 차량이 아슬아슬하게 비껴간다. 최근 민원이 빗발치고 있는 ‘좌판으로 인도가 점령된 거리’ 동문재래시장 서쪽 오현길이다.

제주은행 본점에서부터 호남새마을금고까지 약 200여m 구간이 가장 문제다.

어엿한 자기 점포를 가진 상인들은 인도까지 매대를 설치하면서 통행에 지장을 주고 있다. 인도를 넘어 차도까지 물건을 쌓아놓는 가게도 종종 눈에 띈다.

제주시민 A씨(53)는 “상품들이 인도를 점령하니 사람들은 차도로 돌아서 갈 수 밖에 없다. 보행자는 차도로 밀려나 위험해진다”며 “장사 욕심에 한 일이지만, 차도로 밀려난 고객들이 통행차량 때문에 오래 서 있을 수 없으니, 결국 장사도 제대로 안되고 위험해지고 설상가상이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최근 김병립 제주시장의 일도1동 연두방문에서도 이런 민원이 다수 접수됐다. 상인회 내부에서도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해당 상인들의 협조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불만 제기는 최근 관광객 급증으로 렌터카 운행이 증가하면서 더욱 많아졌다. <제주의소리>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물건을 구매하려 차도 한복판에 서 있던 방문객들을 승용차가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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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동문재래시장 서쪽 오현길. 점포를 가진 상인들이 인도까지 매대를 확장하면서 인도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 제주의소리

▲ 제주시동문재래시장 서쪽 오현길. 점포를 가진 상인들이 인도까지 매대를 확장하면서 방문객들이 차도로 통행하고 있다. 매대가 놓인 인도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 제주의소리

해당 상인들도 이 같은 불만에 대해 대체로 수긍했다.

한 청과류 상인은 “우리도 그게 문제라는 걸 안다. 우리도 미안하다. 잘못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점포)안에만 물건을 놓으면 장사가 안된다. 위험할 수도 있는 걸 알지만 전부 다 인도에 좌판을 내놓는데 우리만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10년 넘게 이 거리에서 장사를 해온 한 상인은 “인도를 점령한 물건들 때문에 방문객들이 위험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 말에 일리가 있다. 우리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면서도 “사실 물건을 밖으로 내놓아야 장사가 잘 되는 부분이 있다. 단, 행정에서 정말 일관된 기준으로 제대로 지도단속을 한다면 받아들일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정작 단속 권한이 있는 제주시는 몸을 사린다. 워낙 오래전부터 관습화된 측면이 있어 강하게 대처하기가 어렵다는 것.

제주시 관계자는 “민원도 많이 받고 있고, 단속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하긴 해야 한다”면서도 “오랫동안 자리를 잡은 점포, 그것도 한 두 군데가 아닌 많은 곳을 정리하려면 힘에 부치는 부분이 있다”고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최근 논의에서 안내 현수막 게재 등을 통한 계도기간을 운영한 뒤 상황을 보면서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며 “일단은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정리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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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동문재래시장 서쪽 오현길. 점포를 가진 상인들이 인도까지 매대를 확장하면서 방문객들이 차도로 통행하고 있다. 차량 또한 아슬아슬하긴 마찬가지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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