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첫 외국인영리병원 '국내자본 참여' 의혹 파문...후폭풍 거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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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헬스케어타운에 국내 최초로 설립 추진되는 외국인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이 사실은 '국내자본의 우회투자'라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있다.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이 중국 녹지그룹이 순수하게 100% 투자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운영 지분 면에서는 녹지그룹 뿐만 아니라 일본 업체 등도 참여하는 것으로 드러나 의혹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27일 오전 10시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녹지국제영리병원 설립 중단을 촉구했다.

녹지국제병원은 서귀포시 토평동 헬스케어타운 내에 설립될 예정으로, 국내 1호 외국영리병원으로 추진되고 있다.

사업자는 중국 녹지그룹이 전액 투자해 설립한 그린랜드헬스케어 주식회사(자본금 50억원)로,  778억원을 투자해 2017년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료 과목은 성형, 피부,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다.

제주도는 지난 3월31일 외국의료기관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접수한 뒤 보완사항 확인을 거쳐 4월2일 사업계획서 최종 승인기관인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문제는 제주도가 100% 중국자본에 의해 설립되는 것이라고 밝혔던 녹지국제병원의 지분 구성이다.

녹지그룹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그린랜드헬스케어(주)의 지분은 녹지그룹 92.6%, 북경연합리거의료투자유한공사(BCC) 5.6%, 주식회사 IDEA 1.8%로 돼 있다. 제주도 해명 내용과는 다르다. 

더 큰 문제는 북경연합리거의료투자유한공사(BCC)라는 곳이다. BCC는 중국 내 18개 미용성형병원 투자 모회사다. 

범국민운동본부는 18개 병원 중 최대규모인 '서울리거(전 세인트바움) 성형영리병원'이 국내 최대 성형외과병원 중 하나인 BK성형외과 원장 홍모씨가 운영하는 곳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리거병원은 북경연합리거의료투자유한공사가 투자한 18개 병원 중 하나라고 하지만, 범국민운동본부는 서울리거병원이 사실상 BCC와 같은 곳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운동본부는 그 증거로 BCC 소속 18개 병원 전체 소속 의사 43명 중 13명이 서울리거병원에 있고, 나머지 소속 병원들은 대다수가 비성형외과 의사들이 운영하거나 최소 1-2명의 의사만 보유한 소규모 클리닉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제주 출신인 홍씨는 지난해 7월 언론과 인터뷰에서 "녹지그룹이 개발하는 제주헬스케어타운에 들어설 항노화전문병원의 설계부터 병원 운영까지를 전담하는 게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7월18일 중국 상해 서울리거병원 개원식에는 당시 보건복지부 해외의료진출과장,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이기재 제주도 서울본부장 등이 참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본부장은 원 지사가 국회의원 일 때 보좌관을 했던 측근에 속한다.

여기에 서울리거병원이 녹지그룹 헬스케어타운 합작파트너로 보도됐고, 이런 사실은 중국어로 홍보하는 서울리거병원 홈페이지에도 게재돼 있다. 

원 지사는 지난 16일 제주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실제적 병원경험이 있는 중국과 일본의 2개 회사와 업무협약을 맺어서 공동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범국민운동본부는 "제주헬스케어타운의 '헬스'를 담당하는 중국회사가 바로 영리병원인 서울리거병원이며, 녹지병원의 주체"라며 "따라서 사실상 홍모 원장이 녹지병원 설계 및 운영주체이며, 녹지병원은 중국자본 기반의 BK성형외과의 제주 영리병원 부지"라고 규정했다.

운동본부는 "BK성형외과 원장 홍모씨를 비롯한 3명이 지난 2012년 세금탈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16억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며 "경제사범으로 회장이 구속된 싼얼병원에 이어 또 제주도는 조세포탈 범법자들에게 영리병원 설립을 허가하려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국내 1호 외국인 영리병원을 추진하던 싼얼병원은 중국 투자자의 구속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의료계와 시민사회가 외국인 영리병원 허용과 관련해 가장 우려했던 것이 국내자본이 해외자본과 손잡고 들어오는 방식이었다. 운동본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현실화하는 셈이다.

물론 제주특별법 조례에는 외국자본 50% 이상만 되면 외국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다.

그동안 제주도는 국내병원이 투자하면 우회투자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녹지국제병원은 전액 외국인투자라고 강조해왔다. 

운동본부의 주장이 맞다면 녹지병원이 이와 가장 유사한 사례가 된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이날 오후 늦게 '녹지국제병원 관련 보도에 대한 제주도의 입장'이라는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제주도는 "일부단체가 사실관계를 왜곡해 제주도와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 대해 마치 무슨 의혹이라도 있는 것처럼 주장한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이기재 현 서울 본부장은 참석한 사실은 있지만 제주도 서울본부장으로 채용되기 전에 산업자원부 정책보좌관으로 재직한 적이 있으며, 산업자원부 정책보좌관 재직시 세인트바움 병원으로부터 개원식에 참석해달라는 공식 초청장을 받아 참석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제주도는 "녹지그룹을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오늘 일부단체가 녹지국제병원과 관련해 의혹이 있다며 발표한 내용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리거병원이 비씨씨에 투자했다고 주장하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오히려 녹지병원 운영에 참여한 비씨씨가 상해리거병원에 30% 지분으로 투자한 것으로 사실관계를 완전히 거꾸로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원 지사는 도의회 도정질문에서 "국내법인이 외국인을 내세워서 우회적으로 외국 영리병원에 접근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전부 반려하겠다”면서 “혹시 우회적으로, 탈법적으로 다리를 걸치려는 경우는 철저히 걸러내도록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제주도의 해명과 반박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이 있다. 서울리거병원과 BBC의 관계다. 운동본부는 서울리거병원이 사실상 BBC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리거병원 원장 홍씨가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서 여러차례 밝힌 "녹지그룹이 개발하는 제주헬스케어타운에 들어설 병원의 설계부터 운영까지 전담하는 것"이라는 내용도 문제될 소지가 있다. 

일련의 의혹들은 녹지국제병원의 자본투자 방식과 지분 참여 면면, 투자업체간 내부 관계 등이 낱낱이 공개되지 않는한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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