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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3시 하니관광호텔에서 제주4.3희생자유족회 주관 ‘4.3수형인의 명예회복과 법적 해결방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4.3수형인 명예회복 방안' 토론회...수형인명부 정확한 실태 파악도 절실

국가의 불법적인 군사재판과 감금으로 피해를 본 제주4.3수형인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실질적 명예회복을 위한 집단 운동도 예고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27일 오후 3시 하니관광호텔 별관 연회장에서 ‘4.3수형인의 명예회복과 법적 해결방안’을 주제로 4.3유족회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자로 나선 이중흥 제주4.3행방불명인 소송 유족 대표인은 유족 100명을 중심으로 수형인 명부에 따른 명예훼손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4.3희생자와 행불인이 4.3평화공원 위패봉안소에 봉안돼 있지만 수형인들은 아직도 수형자로 남아 있다”며 “이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1947년부터 1954년까지 4.3사건과 관련해 사법부의 재판을 받고 형을 받은 사람들은 수천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전국 각지의 형무소에 수감됐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불순분자라는 이유로 총살되거나 행방불명됐다. 문제는 1948년 12월과 1949년 7월 군법회의를 통해 이뤄진 불법재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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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성윤 변호사가 4.3 수형인 명예 회복을 위한 방안을 주제 발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 왼쪽부터 이중흥 제주4.3행방불명인 소송 추진 유족 대표, 박찬식 제주4.3평화재단 진상조사단장, 고호성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종민 전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당시 수형인들은 기소장이나 판결문 등 재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교도로소 향했다. 본인들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도 듣지 못했다. 엄연한 불법 감금이었다.

1949년 군사재판에 의한 수형인 2530명과 일반재판에 의한 수형인 1306명은 지금도 '4.3수형인'이란 낙인이 찍힌 채 국가기록원 명부에 남아있다.

그동안 정부와 4·3단체 차원에서 사실규명을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현행 4·3특별법에는 불법 재판 감금자인 수형인에 대한 명예회복 조항이 전혀 없다.

문성윤 변호사는 4.3특별법에 ‘수형인 명부 폐기’ 조항을 신설하거나, 4.3위원회가 ‘수형인을 희생자로 결정했다’는 내용을 관련 기관에 통보해 수형인 명부에 별첨하는 방법으로 명예회복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문 변호사는 “4.3의 경우 재판기록이나 판결문이 없어 특별재심 형식으로 명예회복은 힘들다”며 “수형인 명예회복을 위해 특별법에 처분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찬식 제주4.3평화재단 진상조사단장 역시 “재심 보다는 특별법 개정을 통한 일괄적인 명예회복에 동의한다”며 “거창양민학살사건의 경우 1심에서 위자료 청구가 받아들여진 전례가 있는 만큼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 27일 오후 3시 하니관광호텔에서 제주4.3희생자유족회 주관 ‘4.3수형인의 명예회복과 법적 해결방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실제 2001년 창원지방법원은 거창양민학살사건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거창사건 자체로 인한 위자료 청구는 소멸시효 완성으로 기각했지만 거창사건 이후 유족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는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고호성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시 군법회의는 절차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수형인 명부 자체가 배상책임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민 전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은 현재 국가기록원에 보관중인 수형인 명부의 보존과, 정보기관과 읍면동에서 관리했던 수형인명표의 실태파악을 주문했다.

김 전 위원은 “수형인 명부는 국가권력이 무고한 도민을 불법적으로 했다는(가뒀다는) 중요한 역사적 내용”이라며 “역설적인 얘기지만 수형인 명부는 보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른바 빨간줄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유족의 손해배상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정보기관 등에서 수형인 명부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실태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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