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면사무소에서 정작주민 지원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개별적으로 정착주민들과 자리를 함께 할 일이 많아졌다.

처음에 그들과의 만남은 제주살이에 익숙하지 않아서 행정에 바라는 것도 많을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애로사항은 뭐고 건의사항은 없느냐'라는 질문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대부분은 제주에 정착하기까지 제주살이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고 어차피 본인들이 살기에 가장 적합한 지역을 찾아서 온 곳이 제주이기 때문에 별 불편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외형적인 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까이 두려하지 않음이 느껴졌고, 제주인 특유의 무뚝뚝한 표정과 말투로 인해 선뜻 다가서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른 것이 정착주민 또한 그래서 이주한지 1년여 만에 마을 이장은 물론 청년회 등과 오랜 이웃처럼 어울리는 분이 있는가 하면, 몇 년이 지나도 저 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마을 대표는 누구인지 서로 모르겠다고 하소연 하는 분들도 있다. 

서로가 먼저 찾아와 주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이사 가면 떡을 돌리는 오래된 풍습처럼 새로 온 주민이 마을회관에 가서 인사도 하고 이웃에게 일일이 방문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사실 우리도 같은 제주 안에서 이사를 가게 되면 주변에 인사하기가 어디 쉬운가.

그러면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찾아가는 것을 어떨까? 우리 지역에서 정착주민들이 마을회관을, 행정기관을 찾아와 인사하기를 기대하듯이 그들도 우리 마을에서, 그리고 행정에서 먼저 찾아와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표선면사무소 김민정. 사진제공=표선면. ⓒ제주의소리
이미 제주적응기를 마친 정착 주민은 그랬다. “원래 힘 있는 사람이 약한 사람을 찾아보는 것이 순리다”라고.

공감한다. 약육강식에서의 힘의 논리가 아니라, 포용의 힘을 먼저 베푸는 쪽이 진정 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설문대 할망의 한없이 넓은 치마폭으로 만들어진 제주가 아닌가. 우리 제주인들은 제주인으로 살고픈 정착주민들을 넓은 치마폭처럼 감싸 안을 준비가 돼 있다. / 표선면사무소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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