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라! 제주포럼] (3) 제주포럼 기획 문정인 "기업-투자 강조 왜? 정체성은 평화"

 2001년 '제주평화포럼'으로 출발한 제주포럼이 15년만에 10회를 맞이하게 됐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평화'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제주포럼은 외형적으로 10배 이상 늘어난 공공국제포럼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명실공히 '한국판 다보스포럼'으로 나아가려면 많은 과제를 풀어야 한다. <제주의소리>가 3회에 걸쳐 제주포럼의 현주소와 과제, 그리고 발전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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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제주평화포럼'으로 시작된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이 올해 10회를 맞았다.

1회 제주평화포럼에는 9개국에서 350명이 참가해 조촐하게 출발했지만 △6회 23개국 1800여명 △7회 26개국 3100명 △8회 47개국 3660명 △지난해 9회에는 56개국 4000여명이 참가하는 등 해를 더할 수록 외형적 성장을 거듭했다.

이런 외형적 성장에 힘입어 제주포럼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를 대표하는 종합포럼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직 국가 정상들이 참여하면서 일각에선 '한국판 다보스포럼'이라는 별칭도 회자됐다.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서귀포시 표선면 해비치호텔에서 열리는 제10회 제주포럼은 역대 최대.최고 수준의 포럼이 될 전망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올해 제주포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 여부가 관심사다. '평화'의 기치를 내걸고 국가원수가 잇달아 힘을 실었던 제주포럼. 

10회 개최라는 상징적 변곡점을 넘는 올해 행사에 박 대통령까지 참가한다면 제주포럼 위상에 확실한 '화룡점정'을 찍어 주는 셈이다. 

제주포럼을 기획한 제주 출신 문정인 연세대 교수(전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는 전, 현직 국가원수들이 꾸준하게 참석하는 포럼은 제주포럼이 유일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개최된 포럼은 1~2회 열리다 마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제주포럼은 15년째 열리는 지속적인 포럼이 됐다.

문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포럼은 제주포럼이 유일하다"며 "전, 현직 국가 정상들이 꾸준하게 참여하면서 동아시아 대표 포럼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제주포럼의 정체성을 놓고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 교수는 제주포럼이 '평화' 보다는 '번영'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제주포럼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제주평화포럼이라는 명칭은 격년으로 열리던 2009년 제5회 포럼 때까지만 쓰였고, 2011년부터 연례화되면서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약칭 제주포럼)'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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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연세대 교수(전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
문 교수는 "어느 순간 제주포럼에서 '평화'란 말이 사라져 버렸다"며 "제주포럼은 만들어질 때부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평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평화'가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화 대신 번영(경제적 가치)이 강조되면서 지난 3~4년 동안 주요 초청 대상자가 유명 투자자나 유명 기업 CEO가 됐다"며 "기업과 투자유치가 강조되면서 본래 의미가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그나마 올해 제주포럼은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등 각국 전직 정상들을 초청하고, 평화.외교.안보 세션이 30개 이상으로 '평화 어젠다'를 제대로 세팅했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문 교수는 "경제 분야 포럼은 이미 중국 보아오포럼이 아시아대표 포럼으로 성장했다"며 "제주포럼은 평화.외교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대표 포럼이 돼야 한다"고 제주포럼이 나아갈 바를 제시했다.

제주포럼에 대통령의 참석도 연례화돼야 한다고 문 교수는 제언했다.

그는 "대통령이 참석하게 되면 미디어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포럼 위상이 상승하게 된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제주포럼에 참석해 '제주평화선언'을 하면서 제주가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됐고, 노무현 대통령이 헬싱키 프로세스와 같은 '제주 프로세스'를 발표하면서 동북아 협력체제를 제안했었다"고 언급했다.

문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며 "올해 제주포럼을 통해 박 대통령이 동북아시아 평화협력 정책을 발표하면 더욱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주포럼의 발전방향에 대해 문 교수는 "평화를 특화하는 대표 포럼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중국 보아오포럼이 경제라면, 제주포럼은 평화.외교를 축으로 해서 이 둘을 아시아 양대 포럼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적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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