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학의 집, 문학토크콘서트...예술가들도 빠진 제주의 매력은? 

제주는 더이상 대한민국의 변방이 아니다. 국내 어디와도 비교 불가한 자연경관은 제주를 생태, 평화, 치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했다. 그런 매력에 빠져 한해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제주로 이주한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이름난 유명 인사들도 적지 않다.

이들이 제주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제주를 사랑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시인 안도현, 김소연과 공연기획자 탁현민이 제주원도심의 중심 목관아에 모여 즐겁고 유쾌하게 답했다. 

제주는 바람, 물, 여자만 많은 삼다(三多)의 섬이 아닌, 무궁무진한 매력을 지닌 삼십(三十)다, 삼백(三百)다의 섬이라는 것이다.

제주문학의 집이 주최·주관하고 제주도, 제주도의회 제주문화관광포럼, [제주의소리]가 후원한 ‘문학토크콘서트-시락시락(市樂詩樂)’이 23일 오후 7시 제주목관아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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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문학의 집이 주최·주관한 ‘문학토크콘서트-시락시락’이 23일 오후 7시 제주목관아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제주문학의 집은 제주문학관 건립을 위해 제주작가회의, 제주문인협회가 모인 문학인 단체다. 제주시 건입동에 북카페를 운영하며 제주문학을 집대성할 문학관 건립에 노력하고 있다. 

공연 제목인 ‘시락시락’은 말 그대로는 ‘시로 도시가 즐겁다’는 뜻인 동시에, 꽃이 풍성하게 핀 후 열매가 그득하게 열린 모습을 가리키는 제주어이기도 하다.

향후 제주 문화예술이 더 많은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는 문화향유의 장이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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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문학의 집이 주최·주관한 ‘문학토크콘서트-시락시락’이 23일 오후 7시 제주목관아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특히 이번 행사는 제주에 대한 애정과 인연이 남다른 ‘범제주인’이 모여 제주에 대해 이야기하고 노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제주 출신이거나 제주에서 작품 활동이나 강의를 하는 등 모두 다양한 인연을 자랑한다.

김수열 제주문학의 집 운영위원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한 해 1만 명 넘는 인구가 제주에 유입되는데 그 중에는 젊은 예술인들의 비중이 크다. 앞으로 그들과 제주예술인들이 미래 제주문화를 어떻게 창조해 나아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시락시락을 통해 제주문화에 대해 즐겁게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은 시인 안도현, 김소연 씨와 공연기획자 탁현민 씨의 토크콘서트를 시작으로 제주출신 포크가수 김대익, 제주이주 12년차 뮤지션 윤영배, 제주에서 활동하는 헤비메탈 밴드 비니모터(Vinnie Motor)의 공연으로 진행됐다.

3인 토크콘서트는 제주에 대한 질문을 서로에게 던지며 궁극적으로 관객과 제주에 대해 교감하는 자리가 됐다. ‘제주의 매력은?’, ‘좋아하는 제주 음식은?’, ‘제주에서 행복했던 인연은?’ 등 무겁지 않은 질문 속에 각자가 제주를 사랑하는 다양한 이유를 꺼내보였다.

10년 전부터 틈만 나면 제주에서 와서 에너지를 충전하며 이제는 고향 경주만큼 제주가 친근하다는 김소연 시인과 보말죽을 맛있게 만들 만큼 ‘제주화’된 안도현 시인, 13년간 서울 홍대에서 운영하던 작업실을 최근 한림으로 옮긴 탁현민 씨 모두 지금 삶에서 제주를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안도현 시인은 “제주는 바람의 느낌부터 다르다. 특히 뭍에서 보내는 시간과 제주에서 보내는 시간이 다르다. 시간의 질이 다른 것 같다”고 감탄했다.

김소연 시인도 “경주 사람처럼 제주도 분들은 속정을 헤아리기 어렵고 묵뚝뚝한 인상이지만 그마저 친근하게 느껴진다. 정말 제주는 다 좋다”고 반가워했다.

패널 세 명 모두 제주에서 받는 에너지를 결과물로 녹여내고 있다. 안도현 시인은 지난해 6월 펴낸 ‘백석 평전’을 한림에서 작업했고, 김소연 시인도 가장 최근 시집 ‘수학자의 아침’을 애월읍 하가리에서 머물며 펴냈다.

탁현민 씨는 작업실뿐만 아니라 제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지역사회와 교류하기 시작했다.

제주자연도 좋지만 제주에서 만나는 인연도 그들에게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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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문학의 집이 주최·주관한 ‘문학토크콘서트-시락시락’이 23일 오후 7시 제주목관아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안도현, 김소연, 탁현민 씨.ⓒ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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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문학의 집이 주최·주관한 ‘문학토크콘서트-시락시락’이 23일 오후 7시 제주목관아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토크콘서트 현장. ⓒ제주의소리
‘제주에서 가장 행복한 인연이 있냐’는 관객의 질문에 안도현 시인은 “지난해 겨울 강요배 선생 작품을 구입하고 싶어 제주에서 만났는데 작품을 갤러리에서 관리하고 있어 판매하기 힘들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함께 막걸리를 마시던 중 팽나무 목판화를 하나 즉석에서 그려줘서 받았다”고 답했다.

김소연 시인은 “거문오름을 다녀오다 차가 없어서 걸어오는데 우연히 한 남자분이 차를 태워줘서 무사히 내려왔다. 그 인연으로 밥도 같이 먹고 지금까지 만나는 인연이 됐다”는 로맨틱(?)한 사연을 밝혀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제주에서 산다면 어떤 일을 하겠냐’는 질문에 세 명 모두 각기 다른 대답을 내놨다. 그렇지만 제주에서 꼭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은 모두 같았다.

안도현 시인은 “뭍에서 돈을 더 벌어서 제주에서는 글 대신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다. 어릴 적부터 꿈이 화가였다”는 소망을 말했고, 김소연 시인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이미 내려왔을 것이다. 글 쓰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할 줄 아는 것이 없다”고 웃어보였다.

탁현민 씨는 “몸이 아직 건강할 때 농사짓는 시골생활이 적합할 것 같다”는 귀농의 꿈을 전했다.

행사 중간에는 김소연 시인이 하가리에서 원고를 정리했다는 작품 ‘내부의 안부’를 낭송했고, 안도현 시인은 제주에서 인상 깊게 바라본 팽나무(폭낭)와 멀구슬나무(머쿠슬낭)에 대해 쓴 수필 ‘멀구슬나무’를 읽으며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시인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결정적인 시기가 언제냐’는 한 문학소녀의 질문에 즐겁게 답하기도 했다. 

안도현 시인은 “고등학교 시절, 수학문제를 푸는 것보다 시집을 읽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꼈던 순간부터 시인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고, 김소연 시인은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지 않기 위해 선택했다”고 답했다.

탁현민 씨는 “제주를 삼다의 섬이라고 하는데 삼십사, 삼백다의 매력을 가졌기에 많은 문인들과 예술인들이 제주를 찾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말로 토크콘서트의 매듭을 지었다. 

토크콘서트가 끝난 뒤 무대는 어쿠스틱과 헤비메탈 음악 공연으로 바뀌었다. 

제주출신으로 1983년 대학가요제에서 ‘에밀레’라는 팀으로 대상을 수상한 김대익, 1993년 제5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동상과 2014년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상·최우수모던록노래상·최우수모던록음반상 3관왕을 차지한 윤영배는 깊은 원도심의 밤에 녹아드는 잔잔한 통기타 연주와 목소리로 감정에 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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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문학의 집이 주최·주관한 ‘문학토크콘서트-시락시락’이 23일 오후 7시 제주목관아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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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문학의 집이 주최·주관한 ‘문학토크콘서트-시락시락’이 23일 오후 7시 제주목관아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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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문학의 집이 주최·주관한 ‘문학토크콘서트-시락시락’이 23일 오후 7시 제주목관아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시락시락의 마지막 순서를 장신한 비니모터는 우렁찬 전자기타, 드럼사운드로 목관아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며 색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제주라는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토크, 어쿠스틱, 헤비메탈이라는 색다른 조합으로 만든 시락시락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주기 충분했다.

관객 김수홍(50, 제주시) 씨는 “훌륭한 시인들의 대화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뮤지션 윤영배와 김대익, 헤비메탈이 등장한 매력적인 조합의 공연이었다”며 “제주에서 열리는 공연을 자주 가는 편인데 어떤 공연과 비교해도 괜찮은 시간이었다”고 만족감을 밝혔다.

특히 공연 장소인 목관아에 대해서는 “목관아가 성지도 아닌 데 성지처럼 딱딱하게 여겨지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컸는데 이런 문화장소로 사용되는 것은 신선하고 좋은 시도로 보여진다. 목관아에서 이런 공연이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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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문학의 집이 주최·주관한 ‘문학토크콘서트-시락시락’이 23일 오후 7시 제주목관아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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