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나무재선충병 전문가 집단 토론...제주도 일방적 방제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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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열린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김정순 곶자왈사람들 사무처장(왼쪽)과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 ⓒ 제주의소리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를 논의하는 사상 첫 전문가 집단 토론회에서 제주도의 일방적 방제방식을 지적하는 질타가 쏟아졌다.

극심 감염지역의 미감염 소나무까지 모두 제거하는 ‘모두베기’와 ‘항공방제’, ‘집합페로몬 트랩 설치’ 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면서 향후 3차 방제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제주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실무대책본부는 28일 오전 10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장에는 국립산림과학원과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산림조합, 산림기술사협회 등 유관기관 전문가와 학자,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 20여명이 토론자로 나섰다.

권영수 제주도 행정부지사는 행사 시작과 동시에 자리를 떴고, 김명만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 현우범 의원은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기 전 퇴장해 각계 의견을 듣지도 않았다.

제주는 물론 육지부에서 각계 전문가 20여명이 모이는 첫 자리였지만 실제 토론은 단 한 시간에 그쳤고 참석자의 절반은 한마디 발언조차 하지 못한 채 토론회를 지켜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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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열린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김창조 제주도 산림휴양정책과장.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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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열린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임재은 한국산림기술사협회 부회장. ⓒ 제주의소리

토론회는 김창조 제주도 산림휴양정책과장이 2차 방제 성과와 향후 추진계획을 설명하고 김동순 제주대 교수의 소나무재선충병 연구용역 추진방향을 발표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본격적인 전문가 토론에서는 3차 방제 대응전략과 모두베기, 곶자왈 지역 방제방법 개발, 집합페로몬 트랩의 실효성 등에 대한 논의가 집중됐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제주도의 완전 방제에 의문이 든다. 그동안의 방제에 대해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며 “3차 방제 역시 기존방식을 고수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임재은 한국산림기술사협회 부회장은 “도와 행정시가 제각각 사업을 하다보니 컨트롤타워가 미약하다”며 “방제 조직을 일원화하거나 별도 사업단을 꾸려 방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창조 산림휴양정책과장은 이에 “방제가 1년 단위로 끝날 사업이 아니다. 때문에 실패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며 “최소 5년이 지난 후 실패 여부를 지적해야 한다”고 맞섰다.

‘모두베기’를 통한 수종갱신도 쟁점이었다. 제주도는 이날 소나무가 50% 이상 고사한 소나무 숲에 한해 살아있는 소나무까지 모두 잘라 인공조림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수종갱신 대상면적은 1500ha로 2016년까지 수십만 그루의 소나무를 잘라내 2018년까지 다른 나무를 심는다는 계산이다. 예상 사업비만 659억원으로 추정될 만큼 대규모 사업이다.

제주도는 도로변에 꽃피는 나무를 심고 일반 임지는 황칠나무 등 소득가치가 높은 수종으로 식재한다는 방침이지만 환경파괴와 경관훼손, 토양변화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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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열린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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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열린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소나무재선충병 연구용역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는 김동순 제주대 교수.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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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열린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패널로 참여한 이종우 미래에코시스템 엔지니어링연구소장. ⓒ 제주의소리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은 “숲의 기능을 할 수 있는 나무를 심어야 하는데 황칠나무는 그에 적합한 수종이 아니”라며 “아무리 비싼 나무를 심어도 환경에 적합하지 않으면 경관유지와 지하수, 토양보존 등의 역할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삼나무의 경우 수십년간 조림이 이뤄지지 않아 현재 제주에는 25년 이하의 젊은 나무가 없는 실정이다. 삼나무와 편백나무 등 지역과 환경에 맞는 나무를 심어 숲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홍영철 대표도 “환경에 맞지 않는 나무를 심으면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 2차적인 환경피해까지 유발할 수 있다”며 “환경과 생태에 대한 제주도의 철학이 부족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창조 과장은 이에 “소나무도 사실상 인공조림의 결과물이다. 1970년대 땔감을 구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심은 것”이라며 “수종갱신은 토론과 도민합의를 거쳐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가 현장 취재를 통해 보도한 동백동산 훼손 등 곶자왈과 습지 등 보존지역에 대한 일방적 방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정순 (사)곶자왈사람들 사무처장은 “현장 근로자들이 지역 환경과 식생을 무시한 채 매뉴얼에 따른 작업을 하고 있다”며 “그 결과 곶자왈의 식생이 곳곳에서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동백동산이 있는 제주시 조천읍)선흘 주민들은 말뚝을 박아 중장비 진입을 막고, (제주시 한경면)청수 주민들은 곶자왈 방제자체를 거부하고 했었다”며 “주민들과 소통하는 제주도의 노력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정영진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장은 “산림청 방제 매뉴얼은 방제기술을 소개하는 지침으로 봐야 한다”며 “반드시 지켜야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맞게 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과장은 “곶자왈은 다양한 가치가 있다. 한 가지 방제 방법으로 획일화할 수는 없다”며 “제주지역 환경단체와 지역주민간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방제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합 페로몬 트랩 설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페로몬 트랩은 매개충을 유인해 살충하는 방식으로 재선충의 발생빈도를 떨어뜨리는데 목적이 있다.

이종우 미래에코시스템 엔지니어링연구소장은 "효과도 불분명한 트랩을 제주에서 운영하려는 이유가 뭐냐"며 "패로몬의 효과를 증명할 수 있냐"고 따져물었다.

정영진 과장은 이에 "방제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고 페로몬 트랩도 그중 하나"라며 "매개충 밀도를 낮추기 위한 시범사업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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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열린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김정순 곶자왈사람들 사무처장.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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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열린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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