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1호 ‘스트리트 피아노’...소음 민원에 당국서 폐기처분 '뒷얘기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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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리트 피아노'가 놓여졌던 제주시 일도1동 칠성로 일대. 위쪽 사진은 2014년 7월, 아래쪽 사진은 2015년 7월 29일. ⓒ 제주의소리

제주 원도심에서 새로운 문화예술의 장으로 주목받던 ‘스트리트 피아노’가 졸지에 폐기처분되는 신세가 됐다. 인근 공동주택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제주시(일도1동)는 27일 오후 칠성로길과 관덕로9길이 만나는 삼거리 위에 설치돼있던 피아노를 수거한 뒤 폐기했다고 29일 밝혔다. 피아노가 이 자리에 들어선 지 1년 8개월 만이다.

이 피아노는 서울재즈아카데미와 위코뮤직에서 추진했던 ‘스트리트 피아노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침체된 공동공간에 활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시민들의 소통의 도구로 활용하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됐다. 2008년 영국에서 시작된 'Play me! I'm Yours'의 한국버전인 셈이다.

프로젝트 소식을 접한 도민 김모(39)씨가 공모를 냈고, 제주 칠성로가 대상지로 선정됐다. 2013년 12월 이 부근 상가를 관리하는 제주칠성로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은 ‘스트리트 피아노’를 기증받았다. 서울에 이어 전국 2호 ‘스트리트 피아노’다.

이후 이 피아노는 행인들의 관심을 끌며 다소 한산했던 칠성로 서쪽 부근에 방문객들을 이끄는 독특한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길거리 피아노 연주 영상이 SNS를 타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고, 종종 자발적으로 ‘작은 음악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 피아노가 문제가 된 것은 약 1년 전부터. 인근의 한 공동주택 주민들이 당국에 ‘소음이 심하다’며 민원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 인근 점포주들이 돌아가면서 관리를 맡기로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일도1동 관계자는 “인근 상가에서 자체적으로 오후 8시 이후에는 피아노에 자물쇠를 채워 야간소음 피해를 방지하기로 했지만 이것이 잘 지켜지지 않아 민원이 끊임없이 이어졌다”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서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고 폐기 배경을 설명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몇몇 주민들은 원도심의 문화공간이 사라진 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 이모(56.여)씨는 “원도심에 은은한 문화의 향기를 불어넣고 인근 분위기를 운치 있게 만들었다. 훈훈한 풍경이 많았다”며 “피아노 바로 근처 건물에 거주하지만 밤에 소음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고모(55.여)씨는 “유럽의 도시에서는 청소년과 무명예술인이 거리 또는 광장에서 공연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며 관광객들에게는 명소가 되고 있다”며 “관주도의 거리공연과는 차별화된, 시민 스스로 기획하고 즐기는 거리공연을 격려해야하는데 특정인의 민원이 들어왔다고 수거해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주민 김모(69)씨는 “피아노가 고장이 나고 더럽혀져도 꾸준히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며 “결국 누군가 책임져서 꾸준히 관리했다면 해결될 문제였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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