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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JDC대학생아카데미 강사로 나선 이범 교육평론가. ⓒ제주의소리
[JDC 대학생아카데미] 교육평론가 이범 "민간 분야, 간판 아닌 실력으로 채용 추세"


청년들이 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의미에서 ‘3포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요즘, 젊은 세대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더불어 국가가 청년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단순히 ‘힘들고 어려워서’라는 이유가 아닌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로 국가 생존 위기에 놓여있다’는 논리를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대학교와 [제주의소리]가 공동주관하는 'JDC 대학생아카데미' 2015학년도 2학기 여섯 번째 강연이 13일 오후 4시 제주대학교 국제교류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자는 교육평론가 이범 씨. 국내 사교육 시장의 대기업으로 손꼽히는 ‘메가스터디’의 창립자이기도 한 그는 학원 입시강사에서 교육평론가 겸 교육정책가라는 새로운 직업을 개척한 인물이다. 

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을 거쳐 현재는 새정치민주연합 부설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 평론가는 최근 들어서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탈스펙 현상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간판이 아닌 내실 있는 개인능력이 높게 평가받는 시기가 왔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하라는 대로 하면 쌓을 수 있는 스펙만 보고 인력을 채용하다보니,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명 ‘도련님·공주님형’ 인재가 늘어났고, 이런 유형은 이직률도 높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고졸·지방대 우대와 같은 ‘열린 채용’을 실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와 기업 간의 관계 변화도 채용 시장의 변화를 불러왔다.

이전까지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제에 개입하는 계획경제를 실시했기 때문에, 정부가 갑이었고 기업은 을이었다. 

고시로 채용하는 고위공직자의 경우 자연스럽게 상위 서열 대학출신이 많고, 정부 고위층과 가깝게 지내기 위해 기업도 특정 대학 출신을 우대해서 뽑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정경유착이 엄연한 불법으로 인식되면서 정부와 기업 간 갑을 관계가 해체됐다. 결국 기업들도 정부의 눈치를 비교적 덜 보게 되면서 인재 채용의 폭도 넓어지게 됐다.

이 평론가는 “행정은 고시제도가 유지되는 한 ‘SKY’로 불리는 학벌주의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민간영역은 점점 더 스펙을 보지 않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며 “결국 개개인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자료는 추천서, 동료평가, 심층 면접이 된다”고 밝혔다.

이 평론가는 한국사회의 가장 위협이 되는 요소를 전쟁, 원전 그리고 출산율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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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범 교육평론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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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DC대학생아카데미 현장. ⓒ제주의소리

특히 우리나라 출산율은 1.2명으로 이는 ‘전쟁이 벌어지는 시기’와 유사한 수치라고 평가받을 만큼 매우 낮다. 60만명인 고등학교 졸업생은 2030년이 되면 40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당연히 경제 성장률도 2030년 0~1%대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출산율에 영향을 주는 결혼 기피는 고용과 주거의 문제와 연결돼 있고, 출산 기피는 교육과 보육의 문제다.

이 평론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이민을 대량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실제 독일은 한해 20만명씩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있다”며 “정부가 5년마다 수립하는 ‘저출산 고령화 특별 대책’이 올해 3차로 접어들었는데 사상 최초로 이민 문호를 개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결국 한국은 다인종 이민국가가 되거나 과감한 국가혁신으로 고용·주거·교육의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평론가는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흐름이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한다. 열악한 경제적인 여건이 그런 선택을 사실상 강요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가운데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가장 낮다. 다른 나라의 경우 1년 일하면 약 30%, 3년이면 절반은 정규직이 된다. 우리나라는 1년이 11%, 3년이어도 22%에 불과하다. 이렇게 되니 아무도 결혼을 안하고 애도 낳지 않는 것"이라며 "젊은 세대들이 3포, 4포, 5포하는 것은 결코 불합리한 선택이 아니"라고 안타까운 세태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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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ECD 회원국들의 정규직 전환 비율을 나타낸 2013년 자료. 붉은 색 원이 한국이다. 전환 비율이 높은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주의소리
이 평론가는 “이렇게 청년들이 몇포 시대라고 말해도 사실 사람들은 크게 공감하지 않는다. 왜냐면 객관적으로 가장 형편이 어려운 세대들은 노인이기 때문”이라며 국내 노인 빈곤률이 OECD 가입 국가 중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또 “단순히 ‘청년들이 어려우니 도와달라’는 논리는 기성세대들이나 정부에 먹히지 않는다. 청년들을 도와야 한다는 논리는 ‘저출산으로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청년들이 낮은 출산율을 무기로 삼아 적극적인 청년 정책을 가져와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평론가는 대한민국 경제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원청이 하청을 압박하는 '갑질' 줄이기 ▲논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비율 감소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평론가는 출산율을 사회적인 이슈로 이끌어가는 노력과 함께 청년들이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공교육이나 평범한 사회생활 가운데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어떤 분야에 대한 관심을 관심에 그치지 않고 전문성을 갖춰 나간다면 이것은 개인이 평생 끌고 갈 수 있는 자산이 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어려운 일을 당했다면, 노동문제에 대해 들여다보고 노무사 자격증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는 식이다. 

이 평론가는 “나 역시 단과 학원강사를 7년간 하면서 우리나라 입시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됐다. 그리고 학원계에서 나오니 각종 토론회, 공청회에서 초청을 받았다. 사교육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현직은 어렵고 내가 적절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라며 “이것이 중요한 기회가 돼서 교육정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자신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어느 분야라도 상관없다.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면 ‘내가 이 분야에 있어서 전문가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삶을 이끌어 가는데 도움이 되고 직업을 바꾸는 계기에도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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