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다큐 감독 조이 로시타노 "해녀 울린뒤 해녀 이미지 홍보 아이러니"

글쓴이 조이 로시타노(Joey Rositano)는 미국 테네시 내쉬빌 출신으로 8년 전 제주에 와 지내고 있습니다. 제주의 민속 문화가 사라져가는 것이 아쉬워 기록으로 남기고자 도내 마을당을 찾아다니며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글(Jeju’s Shrines Under Attack #1/ Tears in Seongsan Village)을 <제주의소리>에 보내왔습니다. 벽안의 눈으로 제주 민속문화의 현주소를 들여다 보는 것도 의미있다는 판단에 따라 번역해 싣습니다. 영어 원문은 링크를 클릭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 2013년, 제주시 오등동에 소재한 설새밋당이 괴한의 손에 의해 고의적으로 파괴됐다. 설새밋당은 지역 주민들이 오래도록 드나들었던 신성한 구역이다. 나는 이곳을 지키기 위한 ‘센자리레인저’라고 부르는 우리 그룹의 노력에 대해 써왔다. 이곳은 수 백 년 간 지역주민들이 신에게 치성을 드리러 드나들었던 보호구역이다.

최근 경제 논리와 관광 개발에 직면하면서 더 많은 신당들이 파괴되는 비통한 일이 섬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의 일뤠당은 유네스코가 선정한 휴화산 분화구가 있는 일출봉이 있는 곳이다. 지난 3년 동안 이곳에 호텔 주차장을 짓느라 마을당이 파괴되고 말았다.

성산은 해돋이 명소로 유명한 어촌이다. ‘해녀’는 관광산업으로 부흥하고 있는 이 마을의 주요 재원이다. 최근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선정되면서 점점 더 많은 관광 자본이 밀려들고 있다. 우리는 많은 관광객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과 함께 마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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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 ⓒ조이 로시타노

성산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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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산 일뤠당의 단골인 해녀 할망들. 그러나 일뤠당은 호텔이 지어지면서 없어지고 말았다. ⓒ조이 로시타노
지난 2월 25일 아침, 토미 트랜(Tommy Tran, UCLA 한국학 박사 과정)과 나는 50~60 여명 되는 사람들과 동일주 노선을 탔다. 우리가 지나간 종달리, 하도리, 세화리 등은 지난 4년 간 제주의 심방들과 단골들을 인터뷰해오면서 드나들던 곳이다. 나는 이른 아침이면 무속신앙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 같은 마을의 굿을 촬영해왔다. 토미와 나는 성산에 전통적인 신당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곳으로 향했다.

우리는 오자마자 마을회관을 찾았다. 관계자에게 우리가 들은 것을 확인해야했다. 외지인이 소유한 호텔이 일뤠당을 없앴단다. 주차장은 이미 지어지고 있었다. 일뤠당은 마을의 여성들이 자신의 자녀의 건강과 무사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드나들던 전형적인 제주 무속신앙이 살아있는 곳이다. 당에 좌정한 할망신은 아이들을 치료하고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한다. 우리는 사전에 어떠한 공지 없이 일뤠당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뤠당의 단골인 해녀 할망은 이 문제로 헤아릴 수 없는 비탄에 빠져 있었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야. 그 사람들은 이미 신당인 줄 알았다고. 본인들이 무슨 일을 저지른 줄 알고 있어.” 해녀 할망이 말했다.

우리는 어촌계에서 4명의 상군 해녀와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이곳의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관광객이 늘어나는 건 반길 일이지만 물에서 전복이나 다른 해산물을 채취하는 전통적인 직업인 물질을 공연처럼 보여줘야 했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길을 묻는 관광객들 때문에 여러 번 방해를 받았다. 제주 올레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이 마을의 올레 코스는 매일같이 물질을 하고 어촌계로 돌아오는 해녀들이 보이게끔 돼 있다.

그들은 호텔 소유자의 이 같은 행동을 모욕이라고 여겼다. 마을의 그 누구도 그들을 도와줄 자신을 갖지 못했다. 수 백 년 간 무탈하게 지켜져 온 신당이 없어지면서 마을 주민들은 보이지 않는 고통을 꾹 참았다. 마을을 걸으며 나는 '해녀'라는 이미지가 관광객들을 붙들기 위한 전략으로 쓰이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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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등할망신에게 제를 지내기 위해 모인 해녀들. ⓒ조이 로시타노
우리는 어촌계를 떠나 다른 지역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우리는 은퇴한 다른 해녀의 집을 찾았다. 박 씨 할망(91세)은 그녀의 어머니와 일뤠당 할망신에게 치성을 드리곤 했다. 그녀는 스스로 지난 90년 동안 수도 없이 당을 찾았다. 박 씨 할망은 나이가 들면서 기억을 잃는다거나 치매에 걸리거나 하지 않지만 일뤠당 할망신의 도움이 없다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녀는 할망신이 당에서 뿌리째 뽑힌 것이 이곳에서 흔치않은 사망 사고의 원인이라고 미심쩍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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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뤠당이 없어진 이야기를 하면서 박 씨 할망이 눈물을 쏟았다. ⓒ조이 로시타노
할망은 지역의 권한을 호소하며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녀는 토미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혹은 다른 이처럼 듣기만 할 것인지 물었다. 박 씨 할망은 우리와 대화하는 도중에 여러 번 눈물을 터뜨렸다. 그녀는 자신과 마을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나이 든 해녀에게 일뤠당은 절대적인 믿음이 깃든 곳이다. 어르신 세대뿐만 아니라 40대나 50대, 바다나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은 제주 무속신앙이 독실하다. 성산 같은 지역사회는 4.3사건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한 곳이다. 무속신앙은 살아남은 이들에게 최고의 치유 수단이었다. 굿의 역할은 치료 과정이면서 병원의 치료나 다름없었다. 신당에서의 기도는 전통적인 지역 주민들의 삶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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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의 금백조 신에게 치성을 드리는 장면. ⓒ조이 로시타노
왜 신당을 다시 짓지 못하는가?

좋은 질문이다. 알려진 대로, 답을 찾기 꽤 어렵다. 무속신앙을 믿지 않는 이들은 무속신앙에 여느 종교같은 규율이 없는 것처럼 내게 말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신당을 재건하려면 반드시 신의 허락이나 신의 의중에 따라 유지되어야 한다. 성산에 매인 심방이 없다는 것이 그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우려는, 신당 인근은 거의 호텔과 기업들의 소유라는 점이다. 보호받기 어려운 환경이다.

역설적으로 이 같은 기업들은 ‘해녀’의 이미지를 홍보 활동에 쓰고 있다. 제주어로 쓰인 해녀들의 사인들이, 예술적으로 곳곳에 널려있다. 심지어 제주는 신화의 섬에 나는 그들이 마을의 신화가 최근에 부서지고 있는 걸 상징한다는 걸 아는지 궁금했다. 제주의 신화는 신당에 깃든 신들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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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에 들어선 기업이나 가게에선 '해녀' 이미지를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었다. ⓒ조이 로시타노

사유지와 공공장소

알려진 대로, 사유지에 놓인 성산의 일뤠당이 걱정스럽다. 제주도의 신당 숭배를 다룬 내 다큐멘터리 작업의 일환으로 신당을 드나드는 단골들의 이야기를 찾는데 시간을 쏟으면서 이 같은 역사적인 구역의 큰 가치를 알게 됐다.

나는 제주의 모든 신당이 법에 의해 대중들에게 신당의 문화적 그리고 역사적 가치에 대해서 교육받도록 해야 한다고 믿는다. 나는 신당이 공유지에 위치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서 사람들이 드나들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곳이 어떻게 사유지일 수 있는지 놀라웠다. 과거에 신당 주변은 공공장소처럼 여겨졌던 곳이다.

설새밋당 때문에 제주시 오등동 노인복지회관 회장과 대화를 나눴더니 토지의 권리에 대한 의견 차이가 오등동 뿐만 아니라 제주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그가 말했다. 최근에 육지에서 건너온 새로운 이웃들은 고작 두 걸음 떨어진 곳인데도 자신의 토지에 포함되어 있으니 돌담을 옮기라고 요구한단다. 그 돌담은 백 년도 넘도록 그곳에 있던 것이다. “제주에선 외부인과 다른 정서가 있다. 여태 이런 것들로 소란을 떨었던 적이 없다.” 이러한 경우가 성산에서도 벌어진 것이다. 91세 박 씨 할망은 2평의 땅에 있던 일뤠당이 ‘A호텔’ 주차장으로 바뀌어버린 것에 대해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나와 토미는 아직 채 지어지지 않은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분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들은 창 너머 일뤠당이 있던 곳을 바로 가리켰다. 나는 그들에게  신당이나 신목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속담을 아느냐고 물었다. (제주에는 신들의 노여움을 산 인간들이 병에 걸려 죽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아직도 상당히 믿음을 가지고 있다.) “나도 알아. 나도 안다구.” 일식당에서 일하던 한 여성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녀는 걱정하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마을의 우려가 그들도 이미 알고 있음을 짐작했다. 나는 그 장소에 들른 후에 그 작은 주차장을 짓지 않더라도 호텔에는 이미 충분한 주차장이 있다는 걸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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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뤠당이 없어지고 A호텔의 주차장이 들어선 자리. ⓒ조이 로시타노

문화적 차이

제주의 지역주민과 다른 곳에서 제주에 정착하기 위해-‘제주 드림’을 가지고 살러 왔거나-관광하러 온 사람들 사이에는 기본적인 문화 차이가 존재한다. 이 새로운 전입자들은 제주 고유의 상징(제주어, 해녀, 무속신앙 등)을 받아들이며 그들의 게스트하우스나 커피숍 등에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경우엔 해녀가 오히려 단순한 아바타로 치부되고 있다는 게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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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해신인 용왕에게 치성을 드리는 지역주민. ⓒ조이 로시타노
“신당이 없으면 마을도 없다.” 은퇴한 해녀인 박 씨 할망이 말했다. “모든 마을에 신당이 있다.” 성산에서 대화를 나눈 많은 이들이 이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해녀들은 이 상황에 대해 불안해했다. 해녀들은 신이 험난한 바다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지켜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을회관에 재고를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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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이 로시타노(Joey Rositano). ⓒ제주의소리

제주에 부서지고 있는 신당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세간의 예상과는 달리 대부분이 아직도 때가 되면 신당을 찾는 단골이 있다. 내 계산에 의하면 확실히 5개의 신당은 이미 부서지고 있다. 물론 그보다, 앞으로 제주가 개발되면서 이러한 경우는 더 많이 늘어날 것이다.

제주는 무려 400여 개의 신당을 가지고 있다. 제주가 ‘신화의 섬’이라 불릴만한 숫자다. 신화는 신당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신화는 무속 신앙에서 비롯된 종교적인 전통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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