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무도 말하지 않은 이야기' 낸 이규배 교수
'일본 두 얼굴 이야기' 이어 일본 시리즈 완결판

"쇠고기를 보면 일본이 보인다?"

일본의 육식문화는 불과 130년이 될까 말까한다. 무려 1000년 이상을 '육식금지령'까지 내렸던 일본이었다.때는 1870년대. 서양제국과 불평등조약을 맺고 있던 당시 일본은 서양을 무지 닮으려고 애를 썼다.

▲ 일본의 역사왜곡을 풍자하는 중국만화 컷,

'쇠고기를 멀리한 일본'

서양인들이 자기 나라를 미개한 나라로 보지 않을까하는 일본의 고민은 서양과 똑같은 나이프와 포크를 잡고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먹는 캠페인으로 번진다.

당시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먹읍시다'란 슬로건을 내건 이 역시 당시 최고의 지성이라고 일컫는 사상가-일만엔 짜리 화폐의 주인공인-후쿠자와 유키치다.

이처럼 '소고기'의 등장은 일본 음식사에 있어 중대한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코드가 됐다.

일본 음식 문화의 진화는 바로 '샤브샤브'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오랜 세월 육식을 멀리했던 일본인에게, 고기라곤 생선 조각을 먹는게 전부였던 이들에게 질긴 고기를 먹이기 위해선 얇게 썰어야 했다. 결국 튀길수도, 구울 수도 없는 얇은 고기를 물에 살짝 데친 다음 소스를 찍어 먹는 '샤브샤브식 조립법'은 그렇게 탄생했다.

1000년 간 '육식금지령' 내린 일본...샤브샤브는 '잠방잠방'의 일본말?

그렇다면 왜 샤브샤브일까? 얇게 썬 소기르를 뜨거운 물에 담그곤 살살 저어야 하는데 이때 나는 소리가 우리말로는 '잠방잠방', 일본어로는 '샤브샤브'인 것이다.

▲ 일본, 아무도 말하지 않은 이야기(시사일본어사. 9000원)

또 있다. 오랜 옛날 일본인들은 지금보다 훨씬 건강했고 체구도 컸다. 이유는 단 한가지 영양상태가 매우 좋았기 때문이다. 각종 육식을 자유롭게 한 당연한 결과였던 것이다.

그런데 왜 왜구일까. 바로 육식이 불법화되는 그 때부터 일본인의 체구는 작아지기 시작했다. 질긴 고기를 씹지않는 삶을 살아온 일본은 턱은 약해질대로 약해졌고 몸 또한 단백질 섭취가 안되니 성장 발육이 둔해진 탓이다. 일본의 턱선이 갸름해진 이유도 다 거기에 있다.

결국 왜소한 일본을 만든 원죄는 무려 1000년 넘게 내린 육식금지령에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날 것을 전혀 입에 대지 않는 반면, 일본은 생선회를 비롯해 날 것을 먹는 정반대의 문화는 이런 이유에서 기인한다.

"신라해적에 대비해 경계를 엄중히 하라"

일본 왜구에게 해적질만 당한 것으로 생각하던 우리, 그러나 만일 우리가 일본을 해적질한 일이 있다면 어떨까? 895년 3월 큐슈 지방 하카다에 '신라해적에 대비해 경계를 엄중히 하라' 는 지시까지 떨어졌다는 사실은 신라해적들의 근거를 보여준다.
실제 신라해적에 관한 이야기는 800년대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그러나 아직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 이야기를 담은 '일본, 아무도 말하지 않은 이야기'(시사일본어사 刊)는 그렇게 시작된다. 일본에 대한 체험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일종의 역사.인문학적인 일본 보고서다.

 일본통이 쓴 일본의 역사.문화.풍습 이야기

▲ 저자 이규배 탐라대 교수
저자 탐라대 이규배 교수(49. 제주4.3연구소 소장)는 일본 와세다(早稻田)대학에서 일본정치사를 전공,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력이 말해주 듯 일본통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미 <반일 그 새로운 시작>을 비롯해 <누가 일본의 얼굴을 보았는가>, <일본 두 얼굴 이야기>를 잇따라 펴낸 바 있는 이번 출간의 그의 일본 시리즈의 완결판.

이 책에는 그동안 식상하리만큼 자주 언급됐던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 그 장단점은 물론 그 이면까지 깊숙이 메스를 들이댄다.

일본을 전공한 전문가답게 다양한 문헌들을 바탕으로 일본의 감춰진 모습을 명쾌하면서도 재미있게 펼쳐보인 이 책은 마치 말하듯 술술 읽히는 게 특징.

일본인들의 미소가 우정의 표시가 아니라, 혹시 복수를 준비하는 징표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일본인의 질서나 세계를 휩쓸었던 메이드 인 저팬이 우연하게 얻은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는 없었던 뿌리깊은 역사 속에서 서서히 만들어져 갔던 것이라면? 이러한 궁금증은 33편으로 나눠진 이야기 토막에서 하나 하나 자연스럽게 풀려나간다.

저자는 "이 책은 주관적인 일본 체류기나 경험담을 정리한 글이 아니다"며 "눈으로 보이는 일본이 아니라, 오히려 눈을  감아야 보이는 일본을 담아내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일본과 우리의 역사적 관계조차 문헌 고증을 통해 재미있고 진솔하게 풀어내는 서술의 묘비를 보여준다. 일본인의 특이한 국민성 또한 흥미롭게 다룬다.

130여권 넘는 일본.한국판 인용문헌...역사적 고증 통한 '일본·일본인'에 대한 이해서(書) 

▲ 백제왕족이 모셔진 일본 미카도 신사.

어떤 글에서는 막연했던 사실들이 한 눈에 보이면서 무릎을 탁 치는 통렬함도 이 책엔 담겨있다. 그렇다고 일본의 긍정적인 사실 부분까지 일부러 구부리며 쓴 것은 아니다.

"어떤 글은 일본의 장점을 부각한 글이어서 읽노라면 핏대가 서기도 할 것이고, 어떤 부분에서는 일본의 치부가 들춰지는 글이어서 후련한 느낌도 들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에 대한 이야기들이 수없이 나왔으면서도 아직도 우리들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던 흥미로운 이야기와 숱한 궁금증들이 알기쉬운 문체로 부드럽게 펼쳐낸다. 마치 스케치 하듯 풀어낸 글 쓰기는 일본 전공자는 물론 비전공자도 많은 깨달음이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글이 함부로 쓴 것이 아니라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는 저자는 책 말미에 130여권(건)에 이른 인용문헌을 일일이 달아두는 섬세함도 잊지 않았다.

"그냥 편하게 읽혀도 좋고, 읽은 후에는 일본과 일본인을 이해하는데 두고두고 도움이 되는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독자 여러분에게 유용한 참고서가 되었으면 한다".

한편 제주 출생인 저자는  탐라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제주4·3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방송MC, 칼럼니스트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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